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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이 Jan 31. 2019

한국 드라마 주몽을 사랑하는  맨발의 청년

탄자니아 잔지바르 프리즌 아일랜드





"코리안! 반가워! 나 코리안 진짜 좋아하는데"

'아 젠장, 딱 봐도 끈질긴 삐끼다. 잘못 걸렸네'







 탄자니아의 수도 다르에스살람에서 잔지바르 섬에 도착한 첫날, 선착장에서 허름한 옷차림을 한 맨발의 청년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나 잔지바르 출신 여행 가이드야. 나한테 배가 있어. 내가 너희들 가이드를 해줄게"

"아니, 우리 돈 없어"

"너희들한테 꼭 물어볼 게 있어"

"괜찮아, 따라오지 마"



 존은 우리가 밤에 야시장에 가서 저녁을 사 먹을 때도, 다음날 아침 산책을 할 때도 어김없이 어디선가 나타나 우리를 귀찮게 했다. 자신의 배를 타고 프리즌 아일랜드(일명 감옥섬)에 들어가자고 했다. 다른 나라보다 유독 잔지바르섬에서는 호객행위가 강하다. 유럽인들의 신혼여행지로 불리는 곳으로, 신혼 여행자와 배낭여행객이 섞이면서 여행자 천국이다. 특히 신혼 여행자들이 돈을 많이 써서 그런지 상인들이 우릴 볼 때마다 몸을 끌어당기며 비싼 값에 기념품을 사주길 원했다. 하지만 우린 가난한 배낭여행자였기 때문에 기념을 선뜻 살 수가 없었다. 이렇게 밖에 나가기만 하면 호객행위가 성행하니 우린 당연히 존이 따라오는 것도 귀찮게 느껴졌다.




존은 다이빙이 특기라며 실력을 뽐냈다!






 하지만 존은 끝까지 우리를 따라왔고 결국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존의 허름한 나룻배에 올랐다. 우리가 배에 오르자 존은 자세를 고쳐 잡고 하고 싶은 얘길 꺼내기 시작했다. 우리는 당연히 돈을 더 달라는 얘기라고 생각하고 못 들은 척했다. 그리곤 배가 너무 흔들린다고 소리도 질러 댔다.


 존의 이야기는 뜻밖이었다.

“Jewel in the Palace(대장금) 알아?"

“그게 뭐야??”

“한국 드라만데, 정말 몰라?”

“다시 말해 봐. 처음 들어보는 제목인데?”

“답답하네~ Jewel in the Palace(대장금) !!”

“다시 한번 더 말해 봐. 한국에선 한국 제목으로 봐서 영어 제목은 모르겠어.”

“Prince of The Legend Jumong(주몽)은?”




프리즌 아일랜드에는 100살이 넘는 거북이가 살고 있다. 거북이들은 목을 만져주는걸 좋아한다고 한다.







 주몽이라는 단어가 명확하게 귀에 꽂혔다. 영어로 자막을 입힌 우리나라 드라마를 접한 적이 없어 처음엔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우리나라와 정 반대인 아프리카, 그것도 인도양 한가운데 작은 섬 잔지바르에 사는 청년이 우리나라 드라마를 안다고? 존은 한국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너무 예쁘고 감성적인 대사가 너무 좋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주몽이 가지고 다니는 활! 너희도 활 가지고 다녀? 한국 사람들은 그 멋진 활을 다 쏠 수 있어?"


 아! 인도양 한가운데 허름한 나무배에서 활에 대한 질문을 받다니,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제대로 된 대답을 해 줄 수 없었다. 하지만 존은 활 쏘는 흉내를 내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런 존에게 괜히 미안했다. 존은 등에서 화살을 꺼내 줌통을 고정시킨 후 활시위를 당기는 모습까지 정확히 묘사했다. 우리는 최대한 주몽에 대해서 설명해줬지만, 영어로 역사를 설명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존의 배를 타고 프리즌 아일랜드로 가는 내내 우린 미안하면서도 기분이 무척 좋았다. 무엇 하나 접점이라곤 없을 것 같았던 존이 우리나라 드라마에 심취해 있다는 것에 신기하고 놀라웠다. 그리고 우리나라 드라마가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앞으로도 한국 드라마가 너무 기대된다는 존!



 잔지바르에 도착한 첫날부터 존이 우리르 따라다닌 이유는 한국 드라마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어서였다. 굳은살이 박힌 흉터투성이의 존은 며칠째 허름한 티셔츠를 입고 다녔지만 얼굴엔 항상 웃음이 가득했다. 영화감독이 꿈이지만 탄자니아에서는 실현 불가능해서 드라마를 보고 혼자 시나리오를 써보는 걸로 만족한다고 한다. 사실 아프리카에서 한국 드라마가 유행하는 건 아니지만, 자신은 유독 한국 드라마가 좋아 돈을 벌어 드라마 다운로드하는데 쓴다고 한다.


 존과 프리즌 아일랜드를 구경하며 내내 한국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푸른 바다의 전설, 육룡이 나르샤 등 모르는 내용이 없었다. 우린 존과 헤어질 때 가이드비 20달러와 5달러의 팁을 주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가져온 책이나 엽서, 고추장 등을 선물로 주려고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하지만 존은 그럴 필요 없다고 거절하며 짧고 굵게 작별 인사를 했다.


"잘 가, 다음에 잔지바르에 또 오게 된다면 주몽의 활을 가져다줘!"








*자매의 아프리카 여행에세이 <아!FREE!카!>가 출간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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