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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율 Jan 24. 2019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산책,
야생 사자와 걷기

짐바브웨여행_30개월 된 야생 사자와의 만남




"야생에서 다치거나 어미를 잃은 새끼 사자를 훈련시켜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곳입니다. 

사자 고아원 같은 곳이지요"







 짐바브웨에 빅토리아 팔스(빅토리아 폭포 국립공원)에 도착한 후, 수많은 액티비티와 투어에 사로잡혔다. 우리의 목적은 빅토리아 폭포 하나였는데 막상 와보니 래프팅과 번지점프, 악마의 수영장, 선셋 투어 등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중 우리 자매의 시선을 끄는 사자와의 걷기 투어! 정말 사자랑 걷는다고?


 사자와 걷기를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속소에서 언쟁이 벌어졌다. 말다툼의 쟁점은 가격과 사자였다. 우선 1시간짜리 투어 가격이 1인당 170달러를 육박했다. 짐바브웨의 엄청 저렴한 물가에 비하면 여행객을 대상으로 바가지 씌우는 수준의 비싼 값이었다. 


 그리고 그다음은 진짜 리얼 사자냐 하는 문제였다. 누군가 이 투어에 대해 야생에 있는 사자를 강제로 잡아 와 약을 먹인다고 쓴 글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숙소 내 여행사 직원은 진실이 아니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리얼 야생 사자, 사자가 걷기 싫어하면 일어날때까지 계속 기다려야 한다. 가이드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총을 가지고 있다.








"동물에게 약을 먹이는 건 아프리카에서 불법입니다. 여러분이 말하는 동물 학대는 오히려 아시아에서 행해지는 만행 아닌가요?"


 실제로 우리는 태국 등에서 약을 먹이고 목에 줄을 묶어 놓은 호랑이와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 훈련된 채 공연을 하는 코끼리도 본 적이 있다. 여행사 직원은 사자와 걷기 공식 홈페이지 주소와 팸플릿을 건네줬다. 자세히 읽어보고 사자와의 걷기 프로그램의 취지를 다시 한번 새겨 보라고 했다. 


 사자와의 걷기는 단순한 여행사 투어가 아니었다. 야생에서 어미가 죽었거나, 어릴 때 다신 사자들을 관리하는 곳이었다. 여행객이 낸 돈으로 사자를 훈련시켜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낸다고 한다. 아프리카 땅에서 진짜 사자와 걷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경험인데, 후원까지 할 수 있다니! 결국 우리는 사자와 걷기 투어를 결정했다. 



엉덩이를 팡팡 때려보라고 했지만, 아주 살짝 만져만 봤다. 
아직 어리지만, 수사자의 위엄! 







 사자와 걷기 투어에서 꼭 지켜야 할 사항이 있다. 30개월 된 어린 사자지만 야생 사자다. 가이드 6~7명과 함께 동행하며 가이드들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총을 가지고 있다. 여행객들은 무조건 긴 나무 막대기 하나씩을 생명줄처럼 들고 다녀야 한다. 몸에 멘 가방은 등 뒤로 숨기고, 몸 앞쪽으로는 오직 막대기만 허용된다. 이 막대기가 사자의 시선을 끌기 때문에 앞으로 탕탕거리며 걸어야 한다. 어리지만 야생 사자기 때문에 발톱에 긁히기라도 하면 곧바로 죽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린 이렇게 겁에 질린 체 사자를 만나러 갔다. 


"코리안! 언니가 먼저 사자 2마리 걸어가면, 동생은 일직선상으로 평행을 유지하면서 자연스럽게, 언니를 찍어주세요! 사자보다 앞으로 나가면 죽습니다"


 여행객 1명당 사자와 함께 걸을 수 있는 시간은 5분 남짓이다. 사자가 갑자기 뛰어가거나 수풀로 들어가 버리면 함께 할 시간은 줄어든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사자 엉덩이를 팡팡 때려 보세요!"

"네? 사자를 때리라고요? 미친 거 아니죠?"


 나도 모르게 격한 표현이 나왔다. 사자를 때리라니, 잘 못 들은 건가 싶었다. 하지만 가이드는 사자의 엉덩이를 엄청 세게 두들기며 계속해서 나에게 도전해보라고 했다. 식겁해서 온몸에 땀이 줄줄 흘렀다. 사자의 심기를 건드린 건 아닐까? 하지만 가이드는 웃으면서, 사자들은 엉덩이를 쳐 주는걸 굉장히 좋아한다고 했다. 그래도 난 절대 사자의 엉덩이를 건드리지 않았다. 죽고 싶지 않았다고나 할까. 


 처음 사자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감이 넘쳤었는데, 진짜 사자를 마나고 나니 나는 마치 죄인이 된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새끼 사자 앞에서 한 없이 작아지는 내 모습이 영상에 고스란히 찍혔다. 나중에 다른 여행객들과 동영상을 보는데 내가 어찌나 벌벌 떨고 있던지.. 하지만 사자 앞에서 고개 숙인 건 아직도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생명줄 같은 막대기! 우리팀원들도 다들 겁이 났는지사자를 살짝만 만져보는데 그쳤다 
어미를 잃고 이곳에서 야생으로 돌아가기 위한 훈련을 받고 있다고 한다. 






 사자와 함께 걷기가 끝난 후 우리와 함께 걸은 사자에 대한 사연을 얘기해줬다. 사냥꾼에 의해 어미가 죽어서 이곳에 왔다고 한다. 아프리카 대다수 나라의 국립공원에서는 사자 사냥이 불법이지만, 돈 많은 서양인이나 중국인들이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한다. 인간의 욕심과 과시욕에 씁쓸해졌다.    

 사자를 박제해서 기념품으로 만드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자를 사냥하는 사람들에게 총 대신 내가 들었던 막대기를 쥐어 주고 싶었다. 살아 있는 사자와 함께 걷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알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멋있는 머리캇, 수사자와도 함께!






짐바브웨_라이언 워킹

 라이언 워크, 정식 명칭은 Lion Encounter(사자와 만남)다. 아프리카 사자의 안전한 미래를 보장하는 하고, 사육된 어린 사자들을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아프리카 최초의 프로그램이다. 아프리카의 사자는 지난 20~30년 동안 약 80%가 감소했다. 사자 보전 기금 마련을 위해 NGO 단체인 ALERTAfrica Lion Enviornment Research Trust와 연계해 운영하고 있다.      






             


*자매의 아프리카 여행에세이 <아!FREE!카!>가 출간 됐습니다.

하단의 YES24 링크타고 들어가면 자세한 내용 보실 수 있어요!^^


http://www.yes24.com/Product/Goods/69406581?Acode=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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