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한동안 연기 중이던 교육이 드디어 개강한다고 연락이 왔다. 반가운 마음으로 방문을 나서다 거울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그것은 한창 성수기를 맞이한 나의 흰머리 때문이었다. 잠깐 고민하다가 그대로 첫날 씩씩하게 강의실로 입장을 했다.
수업이 시작하기전에 둘러본 강의실에는 다양한 연령층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었다. 대충 든 생각이었지만 나는 연령대를 높이는데 한몫 하는 나이에 속했다. 설마 내가 제일 나이가 많은건 아닐꺼야 하면서 프로그램의 내용을 살펴 보는데 집중했다.
수업이 시작되고 간단한 오리엔테이션과 함께 반장을 선출하겠다는 강사가 신청자를 우선 받겠다고 말했다. 아무도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눈이 마주친 나에게 갑자기 '연장자세요?' 하고 물어왔다. 당황한 나는 '네? 저요? 제가요?'라고 말도 더듬거렸지만 흰머리 꽃밭인 내가 연장자여야만 하는 이 분위기는 어차피 예정된 일이었다. 연장자 우대로 반장이 되다니 반장 되는 방법도 참 여러가지로구나.
집으로 가면서도 오전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생각에 잠겨있던 중이었다. 스마트폰의 기능이 익숙치 않은지 '뭐가 이리 복잡하누'라는 말이 들려왔다. 눈길을 돌려보니까 옆자리 할머니 두 분이 카카오톡 선물하기 기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시는 모양이다.
한 분이 '이건가?' 시도를 해보지만 금세 '이게 아닌가 보네, 에이 우리 같은 노인네는 어찌 쓰라는 겨?' 라며 스마트폰과 전투를 치른다. 이렇게 해도 안되고 저렇게 해도 안됬는지 한참을 스마트폰과 씨름하던 어르신 한분이 나에게 저~~~기 하면서 몸을 돌리다가 흰머리를 힐끔 보고는 '아니 나이 든 사람 말고 젊은 사람이 잘 알겠지.' 하면서 옆의 학생에게로 급히 고개를 돌려버리는게 아닌가.
저기요 어르신들 저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밑도 끝도 없이 훅 밀고 들어온 의문의 2연패들을 어쩌란 말인가.
여기저기서 마구 찌르는 사람들의 공격에 적당한 방패를 마련하지 못했는데 나는 과연 그 속에서 흰머리를 지키고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