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회사직원 모임을 다녀온 딸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해바라기 하나 더 떠줄 수 있냐는 그런 내용이었다. 여기서 딸이 말하는 해바라기는 코바늘로 뜬 해바라기 키링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가 작년 겨울에 적성에 맞는 취미 생활을 찾아보겠다며 이것 저것 도전했던 것들중 하나가 코바늘 뜨개질이었다. 하지만 의욕만 가득해서였는지 작심삼일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유튜브를 보면서 따라 했지만 거기서 말하는 빼뜨기. 한길 긴뜨기. 등등등..의 용어도 낯설어 했고 코바늘을 손에 쥐는것 조차 어설퍼 하면서도, 그래도 해보겠다고 낑낑거리다 결국엔 항복을 선언해 버려 지켜보던 우리들에게 한바탕 웃음을 선사했다.
아이들 키울때 그랬던것처럼, 지금도 아이들이 뭘 하다가 그만두면 그것들은 모두 나의 차지가 되곤 한다.결국 잔뜩 남겨진 그 뜨개질의 재료로 텔레비젼을 보면서 네잎 클로바도 뜨고, 넷플릭스 보면서 해바라기도 뜨고, ASMR도 들으면서 화분도 뜨고, 뜨고 또 떠서 희망하는 친구들에게 열심히 나눠줬다.
그렇게 나의 일상속 틈틈이 탄생한 해바라기 키링을 딸의 핸드백에 달아 두었는데 그걸 딸래미 회사 동료들이 보고 너두 나두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일단 엄마한테 물어는 보겠지만, 기대는 하지 말라고 했는데~~ 엄마 다 만들어줄 수 있어?"
라고 묻는 딸에게
"물론이지 누구 부탁인데, 사랑하는 우리 딸이 모처럼 엄마한테 하는 부탁인데 얼마든지 만들어 줄수 있어. " 하며 즐거운 목소리로 대답을 해줬다.
그 대답을 들은 딸아이는
"아니, 엄마두 회사 다니고 집안 일도 하는데 엄마 쉬는 시간이 줄어서 힘들까봐 그러지~~~~"
" 아니야. 울딸, 엄마는 이런게 재미란다.
얼마든지 만들어 줄수 있어.
울 딸을 위해서 노동을 기꺼이 즐길꺼야"
딸아이와 그런 말을 주고 받다가 불현듯 부모님 생각이 났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우리집을 올때마다 양손 가득히 양념이며, 과일이며, 야채등을 들고 올때마다 딸을 위해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친정부모님께 고맙다는 말대신 시장에 나가면 다 살수 있는데 힘든데 뭐하러 들고 오냐고 다음부터는 무겁게 들고 오지 말라고 했던적이 있었다.
그럴때마다 친정 부모님도 나에게 똑같이 말했었다,
"하나두 안 힘들어, 우리는 이런게 재미여" .. 라고 말이다.
맞다. 그랬었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살갑지도 않고, 무뚝뚝하고, 못나고 못난 큰딸을 위해 아낌없이 베푸셨던 친정엄마 친정아빠의 사랑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