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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논문의 처절함

석사보다 박사

by 한나보라빠 Mar 21. 2025

1.

석사학위과정을 시작할때 선택해야 했다.

5학기 코스워크로 학위를 받을 수 있는데

혹시(?) 학위논문을 쓸 것인가요?

난 학부때 우리 학과는 졸업시험을 보고 논문을 쓰지 않아서 학위논문이 무언지 궁금했다.

그리고 '학위논문도 없이 석사라고 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주변에 팽배했다.

하지만 조금은 겁이나서 물어보니, 누군가 예닐곱달 골싸매고 연구하면 된다고 했다.

아... 그건 자신 있습니다. 10년넘게 골싸매고 연구하고 보고서 썼는데....

게다가 4학기에 논문쓰면 한학기 덜 다닐 수 있으니까 한 학기가 이득이기도 생각했다.

벌써 13년 전이라 많이 퇴색했지만,

굉장한 보람이 있었던 일이라 기억하고 있다.

한 두세번 완전히 갈아엎어서 다시 썼지만

0대대장과 0연대장의 참모를 할 때보다는 수월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출처: 코파일럿 / 프롬프트: 학위논문의 처절함에 대한 그림을 만들어줘)



2.

박사학위과정은 시작부터가 모험이었다.

예비군지휘관 및 군무원 시험 준비를 해도 모자랄 시기에

내가 지금 이것을 해도 되는지,

한다고 해도 마칠 수가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문제는 군사학박사 학위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였다.

다행히 과거 연이 있던 W대 K교수님이 

학위만 받으면 초빙으로 불러줄거라고 약속해주어 힘이 되었다.

게다가, 전역해서 예비군중대장처럼 군에 소속되고 싶진 않았고,

교관을 하며 꿈꾸어왔던 "가르치는" 일을 가장 "품위있게"(?) 하고 싶었다.

주경야독이지만 일과중에 교관 일을 놓치지 않고 완벽히 해내고 싶어 최선을 다했고

미래에 직결된 야간 대학원 공부에도 최선 이상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4개학기의 코스워크를 마치고 학위논문 청구심사의 자격을 취득하게 되었다.


2-1. 학위논문 청구자격 1: 코스워크 수료

3학기가 되기전에 지도교수님과 상담을 했다. 

앞으로 연구하고 싶은 분야가 교육학 쪽인데 어떤 과목을 듣는게 좋을 것인지.

두꺼운 강의편람을 펴서 서너개의 과목을 추천해 주시고, 난 3,4학기에 그것을 이수했다.

그러면서 군사학박사 수업이 수월하다는것을 알았다.

군사학을 이수하는 분들이 대부분 주간에 일을하고 야간에 수업을 듣는 파트타임이기도 했지만,

교육학 수업은 매 시간 준비를 해 가야했고 수업 후의 리뷰에세이를 써야했으며 어떤 과목은

주말 스터디를 하기도 했다.

3학기 한달을 지내며, 고3때도 흘리지 않던 코피가 터졌다.

만만치 않은 일과 후에 1시간을 운전해서 대학원에 도착하고 3시간 수업을 듣고 1시간 운전 복귀, 

새벽 2시까지 대학원 과제를 해야하는 날이 일주일에 4일이었다.

게다가 미국으로 건너간 딸이 놓고간 강아지 산책과 목욕은 내 몫이었고

빨래와 설거지, 청소 등의 집안일도 해야했다.

지금도 만나는 사무실 군무원 교관분들이 그때 이야기를 한다.

근무서고 있으면 대학원 가방메고 강아지 한마리 끌고 밤 10시 넘어서 사무실로 와서

일하는 척 하면서 새벽2시까지 대학원 공부하다 가는게 

한편으로 안스럽기도 하고 장하기도 했다고...

어찌어찌 4개학기를 버텨냈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출처: 코파일럿 / 프롬프트: 사람은 조금 더 뚱뚱하게 하고, 시츄 강아지 한마리 추가해줘)


2-2. 학술논문게재

버티기는 자신이 있었는데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다른 군인 대학원생처럼 혼자서 해보려 아둥바둥하다가

실패한 후 논문을 들고 지도교수님에게 갔다.

그분은 웃으며 '참 거절하기 편한 논문을 투고했네요'라고 하셨다.

자세한 설명없이 지도교수가 교신저자가 되어 작성해야 될 거라 담담히 말해 주셨다.

먼저 선행연구 20편 정도를 읽어서 요약했고

연구주제를 선정했으며 통계는 교수님이 직접 해서 절반이상을 써 주셨다.

지도를 받아 열심히 쓰긴 했는데, 이게 내 논문인가 싶었다.

서론과 이론적 배경, 결론의 일부를 작성했을 뿐

통계분석도, 논문투고도 다 교수님이 써 주셨는데...?

여튼, 학위논문 청구를 위한 조건인 등재지에 학술논문게재를 완료하였다.

이후에 두 편이상의 학술논문이 추가로 요구되어 고난의 길을 걸어야 했었는데,

이 이야기는 다음에 하도록 하겠다.


2-3. 영어

토익 800 이상(?)이나, 대학에서 진행하는 9주 이상의 영어 수업을 들어야 했다.

이 정도야 뭐... 하고 시험을 두번 보고

대학에서 진행하는 영어 수업을 들었다.^^


2-4. 졸업시험과 영어시험

기억은 잘 안나지만

매 수업마다 교수님들께 원생들이 해당 과목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물었고

성실한 질문에 교수님들은 책 한권의 분량을 반권으로 줄어주셨다.

힌트도 좀 주셨던 것 같은데,

결국에는 수업시간에 논의했던 것들이라

나는 시험 전 한달동안 해당 과목을 그냥 다시 공부했던 것 같다.

결과는 다행히도....


여기까지가 학위논문 청구 자격과 관련된 이야기

박사학위의 전주곡 정도 될 듯 싶다.

힘들게 공부하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했는데

딱 두배 더 힘들었던 박사학위 논문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 이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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