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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자 Jun 13. 2022

엄마랑 같이 크자3-음식-쫀득이굽는엄마입니다

그 음식을 사 먹던 날의 기억, 추억, 함께한 사람, 그날의 날씨- 추억

쫀득이 먹을 사람~!!! 저요!!!


주말 오후, 마지막 킬링 타임으로 아이들에게 영화를 틀어준 후, 식량 창고를 열었다. 식량 창고에 서너 개씩 사두는 쫀득이. 

쫀득이 먹을 사람~

"저요!!!"

아이들이 한 번에 손들었다. 훗. 좋아할 줄 알았어.


아이들이 먹고 싶다는 소리에 팬을 달군다. 비장하게-

대단한 간식을 해주는 것 마냥, 불량 식품-이라고 부르던 쫀득이 비닐을 뜯는다. 왜- 쫀득이가 어때서.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간식은.. 과일과 야채이지-말입니다.

우리 집 꼬맹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간식은 과일입니다. All kinds of fruits. and...

날 것의 생 무와 비트, 고구마도 삶은 것은 안 먹어도 생 고구마를 잘라주면 좋아합니다. 간식으로 배추를 즐겨먹고, 오이를 주면 서로 더 먹겠다고 투닥거립니다. 음식을 하다가도 '당근 먹을 사람~'하고 부르면 후다다- 달려옵니다. 당최 알 수 없는 이유로 꼬맹이들은 야채를 좋아합니다. 야채를 안 먹고, 고기만 먹어서 걱정인 아이도 있겠지만 우리 집은 반대로- 야채를 너무 많이 먹으면 배가 불러져서 밥, 고기를 안 먹는다고 하니, 오히려 야채 먹는 것을 말리는 날도 있습니다. (육아는 이래도, 저래도 어려운 것-)


태어날 때부터 작게 태어났고, 하위 3%의 키로 마른 체형이라 늘 걱정인 첫째. 첫째님은 '이거 달콤한 건데 한 입만 먹어볼까?'라고 말하면 질색을 합니다. 달면 달아서, 크림은 느끼하다고- 담백, 건강한 자연 그대로의 맛을 즐기는 식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케이크도 거부- 그 맛있는 까르보나라도 거부. 같은 음식 2끼 이상은 거부- 빵집에 가서도 아이는 한참을 둘러보며, '소스가 발려있지 않고, 달지 않은 빵은 뭐예요?' 라며, 요즘은 잘 없는 간식류들을 고릅니다. (결국 빵집을 돌고 돌아 고르는 건, 식빵, 효모빵, 바게트 빵. 맛없--)


간식으로는 주로 과일과 밋밋한 뻥튀기와 밋밋한 식빵..(쨈 바르면 거부- ㅠㅠ) 이런류들의 담백한 맛을 좋아하다 보니, 아이 살을 찌우게 하고 싶은 엄마는 늘 고민입니다.  


건강한 먹을거리를 추구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음식에 대한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는 것.

아이들이 건강한 먹거리를 좋아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다행입니다. 신기한 것은 그동안 아이를 키우면서 초콜릿을 권했을지언정, 건강한 먹거리를, 야채를 '강요'한 적은 없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아이가 먹을 수 있는 재료로 이유식을 만들어줬고, 가능하면 제철 식자재로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신경 쓰긴 했습니다. 

  

아이의 취향인 건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이가 커갈수록 알아서 본인의 취향을 형성해갑니다. 그 과정에서 엄마는 소위 말하는 불량 식품도, 아이가 먹고 싶다고 하면 말리지 않고, '안돼! 그건 불량식품이야!'라고 제한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게 했습니다. 


어차피 아이가 먹어봐야 아주 소량일 것이고, 아주 가끔일 것이니. 그리고 매일매일 아주 많이 먹는 것이 아니라면 음식에 대한 좋은 추억을 하나 더 쌓게 해주자. 싶은 마음에 때로 아이가 먹고 싶어 하는 것이 아주 좋은 성분은 아닐지라도. 엄마와 함께.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함께 대화를 많이 나눕니다.


쫀득이 알아? 어릴 때 엄마는 학교 끝나고 올 때, 문방구에서 많이 사 먹었어. 그때는 연탄 불에 아저씨가 직접 구워주셨는데.. 가격은 100원이었다~ 


쫀득이가 뭐라고, 아이가 문방구에 흥미를 보여할 때에는 손 잡고 같이 초등학교 앞 (옛날스러운) 문방구를 찾아가 보기도 하고, 불량식품도 몇 개 사주며, '엄마 이거 진짜 좋아했는데~ 너도 같이 먹으니까 좋다. 언제 이렇게 컸니.'라는 말로 아이와 달콩 달콩한 이야기들을 주고받습니다. 


음식은 추억입니다. 


아이에게도 어린 시절에 먹는 음식은 모두 추억의 거름이 되고 있을 겁니다. 그 음식을 사 먹던 날의 기억, 추억, 함께한 사람, 그날의 날씨, 그날의 언어들. 모두가 아이에게는 추억의 거름이 되고 있겠지요. 하루 한 끼쯤, 불량식품을 먹을지라도, 제일 중요한 것은 음식에 대한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는 것. 우리 어린 시절에도 그렇게 컸던 것처럼 말이죠. 


사실 지금 쫀득이를 먹으면, 별 맛은 없습니다. 이게 뭐라고 쫀득이를 그렇게 사 먹고 싶어 했고 매일 '엄마 100원만~'을 했을까요. 어린 시절의 저는 단순히 쫀득이가 먹고 싶었던 것만은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어린 꼬맹이는 엄마에게 100원만-하며 응석을 부려보고, 그에 대한 상호작용으로 100원을 손에 쥘 때의 따듯함- 을 느끼고 싶어 했던 건 아니었을지. 생각해봅니다. 지금도 가끔씩 주방에서 쫀득이를 굽는 이유는, 아이와 같은 추억을, 비슷한 엄마의 따듯한 마음을- '같은 맛의 음식'을 통해 공감대를 만들고 싶어서입니다. 



아이가 나중에 쫀득이를 어떻게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엄마와 함께 가끔 먹던 맛-으로 오늘을 기억해주겠지요. 



아이를 보며 오늘도 1cm 마음을 키웁니다. 

작은 일상 속에서 아이와의 추억을 하나씩 늘려가며, 아이의 인생에 함께 동행해주고, 가능하면 좋은 추억을 남겨주는 부모가 되겠다고 다짐해봅니다. 추억은 꼭 '비싼 것', '좋은 것'이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으로 아이가 원하는 부모와의 추억은 '함께 즐거울 수 있는 것,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것, 함께 따듯할 수 있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온전하게 행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커 가는 아이를 바라보며, 아이와 더 가까워지고 싶은- 같이 부모의 마음- 사춘기가 되어 언젠가 너의 세상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더라도 오늘의 쫀득이는 기억해주렴 아가야. 

(불량식품으로 좋은 엄마가 되겠다는 이상한 논리-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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