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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자 Jun 15. 2022

엄마랑 같이 크자4-여행-5일장, '향'을 찾는 여행

오일장 디퓨저를 아시나요?

오일장 디퓨저 1 - 방앗간 향

{인절미만큼 쫀득하고 부드러운 정을 담다.}

엄마, 인절미 냄새가 나요.


누가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간다고 했던가. 참새만 그러랴. 인절미 향의 정체는 바로, 들기름 짜는 향이었다. 고소한 깨 볶는 향이 가득 퍼진 방앗간 앞에서 엄마도- 아이도-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리곤 방앗간 안을 자동으로 들여다본다.


밖에서 빼꼼 거리며 구경을 하려니, 사장님 부부께서 손짓을 하신다. 들어와서 구경하라고.


아이코 감사해요. 향이 너무 좋아서.. 궁금했어요.



방앗간의 부부는 마침, 들기름을 짜는 중이셨다. 들깨를 휘휘- 돌아가는 커다란 기계에 넣고 볶은 후, 그 깨를 다른 기계로 옮겨 부으신다.


이제 기름이 나올 거야. 이건 기름을 짜주는 기계고..


라며 감사하게도 아이들에게 들기름 짜는 기계의 원리를 자세히 설명해주시는 사장님. 우연히 들른 동네에서 마주한 방앗간 어르신의 인심은 고소한 향기만큼이나 따듯했다. 귀찮으실 만도 했을 텐데 따듯한 눈빛으로 아이들이 편하게 기름이 내려오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신다. 아이들이 처음 가게 된 방앗간에서의 {향}을 더 오래 각인되게 해 주심에 감사를 드리고 길을 옮긴다.



오일장 디퓨저 2-국화빵 향

{얼마나 오래된 인연일까, 다독임의 우정을 담다.}

우리 집 아이들은 아마도, 백화점보다- 대형 마트보다- 5일 장을 더 많이 갔을 것이다. 아장아장 걸을 때부터, 코로나 이전부터, 장에서 핫도그도 사고 뻥튀기도 사 먹으며.. 장에서 미꾸라지를 구경하고, 온갖 생선들과, 온갖 야채들의 이름을 하나씩 삶 속에서 배우며 '시골'에서 커 온 아이들.


사실 이 날은 5일장을 구경하러 간 것은 아니었다. 환경의 날 기념, 아이들을 위한 마을 체험 축제에 참석할 겸, 다른 일로 들렀던 곳인데 눈앞에 5일장이 펼쳐져있었다. 하긴- 날짜만 잘 맞으면 장이야 늘 서는 것이니.


아이들을 손을 잡고 구경 겸, 걷다가 자연스레 게임이 시작되었다.


엄마 : 시장에 가면~ 마늘도 있고, 떡볶이도 있다.

1호 : 시장에 가면~ 마늘도 있고, 떡볶이도 있고, 뻥튀기도 있다.

2호 : 시장에 가면~ 마늘도 있고, 떡볶이도 있고, 국화빵도 있다!!!  


엇. 국화빵이다!! 정말 국화빵이네? 국화빵을 보자마자 반가움에 쪼르르- 국화빵을 굽는 사장님 앞으로 아이 둘과 나란히. 섰다. 옆집 생선가게 아저씨께서 웃으시며 '허허, 그 노래 참 오랜만에 듣는다.' 하신다.


국화빵이라니, 국화빵이라니!!! 국화빵은 못 참지!!!

요즘, 국화빵 보기 참 어려워졌다. 붕어빵, 잉어빵까지는 볼 수 있는데, 우리 지역만 그런 것인지 유독 국화빵은 도통 보기 어려워져서 오랫동안 먹고 싶어 하던 참이었다.


삼천 원어치 주세요, 아.. 아니 오천 원어 치요. 너무 많나? 우리 밥 먹긴 해야 하는데..


라며 고민을 하는 찰나, 바로 옆 가게인 생선 가게 사장님께서 파랑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서 보고 계시다가 한 말씀하셨다.


거, 손가락으로- 거기 오천 원인지, 삼천 원인지 알려줘야 해요-
그 양반 안 들리셔서 손으로, 손으로-


"아.. 아.. 네. 오천 원어치, 이거로 주세요."라고 손가락으로 [17개 5000원] 종이를 가리키며 말씀드렸다. 흰 종이봉투에 뜨끈하게 담긴 국화빵을 건네받고, '안녕히 계세요-' 아이들과 인사를 드렸다. 처음부터 쭉- 파랑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계시던 옆집 생선가게 아저씨께서 '잘 가~'라고 웃으며 인사를 해주신다.


두 분의 인연은 언제부터였을까?

대개 장에서는 '자리'의 지정학이 성립된다. 어떻게 처음 자리 잡힘이 시작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대형마트에도 유제품 코너, 과일 코너, 냉동식품 코너가 대체적으로 패턴화 되어 지정석이 있듯 5일 장에도 지정석이 있다. 내가 주로 가는 2곳의 5일장만 해도 최소 20년 동안 같은 자리에, 같은 분이 장사를 하고 계신다. 꽃 가게도, 떡볶이 가게도, 과일 가게도. 내 어린 시절을 되짚어보면 그때 그 자리에- 아직도 그분들이 자리를 펴신다.


상인분들끼리의 암묵적 합의 일지, 어떠한 과정으로 정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정석'이 있다.


그렇다면 생선가게 아저씨와 국화빵 가게 아저씨는 몇 년부터 같은 자리에 계셔온 걸까? 짐작하건대, 최소 10년 이상은 함께해온 듯한 자연스러움-이었다.


생선가게 아저씨는 팔짱을 낀 채, 심드렁하지만 친절 가득한 눈웃음으로- '손가락으로 가리켜야 해요.'라고 말씀을 하셨고, 국화빵 아저씨는 능숙하게 국화빵을 담아 건네주신다. 손님을  배웅하는 인사는 생선가게 아저씨 담당. 묘한 업무분장 속 두 분의 콜라보는 건네받은 국화빵 봉지만큼이나 따듯했다.


얼마나 오래된 인연일까, 두 분이 서로 의지하며 도움 주고 함께- 자리를 지켜온 세월이 문득 궁금해지는 국화빵을 호호- 불어 한 입 베어 문다. 뜨어어어~~~ 앗 뜨거워.


별거 없는듯한데 참 별스러운, 안 따뜻한데 참 따뜻한 5일장 여행-

국화빵 {향}으로 그날의 추억도 디퓨저로 마음속에 저장~~* 




오일장 디퓨저 3-닭오리 똥 향

{댕댕 아, 어디서건 행복해라-라는 마음을 담다.}


주차장으로 가는 다리 밑, 눈길이 안 갈래야 안 갈 수 없는 장면을 마주했다.

마스크를 뚫고 들어오는 이 {향}은!! 닭똥냄새!!!


와- 엄마, 같이 구경해봐요. 닭 보고 싶어요.


작고 귀여운. 그렇지만 똥냄새도 구린 귀여운 생명체들. 아기 오리, 아기 댕댕이들이 퐁퐁퐁 거리며 토실한 엉덩이를 보인다. 아이들은 처음 눈앞에서 '닭', '아기 오리'를 만나 신기한 눈빛으로 구경을 한다. 구경 내려온 우리를 보며, 지나가던 여성분 세 명이 구경에 함께 합류했다. 멀리서 지켜보시다가 우리 일행을 보고 함께 내려온 것이다. 아이들의 눈빛은 동심인데, 철조망 안의 생명체들을 보는 어른들의 눈빛은 귀여움에 안쓰러움이 섞여있었다. 꼬꼬닭들의 운명은!! 아기 오리들은 커서.. ㅠㅠ 흑. 슬픈 현실.

세상모르고 모두 잠들어있는 댕댕이들을 보며, 아무 걱정도 차라리- 해주지 않기로 했다.


댕댕아, 어디에서건 행복하렴.


내가 현재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말은. 행복하길 빈다는 것. 뿐- 잠에서 깬 댕댕이 한 마리가 하품을 늘어지게 하며 작은 꼬리를 세차게도 흔든다. 마스크를 찌르고 들어온 닭똥{향} "어디서건 행복해라- 댕댕, 꼬꼬, 아기오리들아."라는 마음을 담아 그 장면을 마음에 남겼다.




엄마는 오늘도 1cm 자랐다.

여행은 시각이 반. 후각이 반이다.

여행지에서의 시각+후각의 콜라보가 만들어내는 추억으로 우리는 여행을 갈망한다.


음식의 {향}으로 그 맛을 기억하고, 산을 타고 넘어오는 바람의 {향}으로 그날을 마음에 담는다.

디퓨저 병에 담아오고 싶을 만큼 그날의 {향}은 진하다. 빨래 향, 비누향, 가을바람 향- 향수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코에 스치는 향-만으로, 수십 년 전의 추억을 소환되게 하는 힘. 어린 시절 골목길에서 뛰어놀 때의 동네 냄새, 엄마 손 잡고 놀러 가던 길에 먹던 음식의 맛, 동네 친구들과 땀나게 뛰놀며 느꼈던 구슬치기 구슬의 냄새- 쿰쿰한  냄새.. 그 시점의 후각이 추억을 장기 기억으로 변환시킨다.

 

우리 아이 손을 잡고 걸으며 느낀 따듯한 체온과, 아이와 함께한 모든 순간의 후각이 변환시켜줄 추억을 장기 기억으로 마음 깊숙이- 저장해 본다.


아이야, 너의 마음속에도 오늘 우리가 함께한 모든 순간이 향수처럼, 좋은 기억으로 저장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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