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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자 Jun 08. 2022

아이의 비밀. (그리고 꿈-) 아들은 음치다.

크리스마스에 받고 싶은 선물이 생겼어요.

가수가 되고 싶은 꼬맹이는 음치.(비밀로 해주세요.)


막내 꼬맹이, 7살, 둘째 아들의 꿈은 '가수'란다. 동요를 사랑하고, 흥얼거리더니 어느 날, 가수가 되고 싶단다. 그런데 사실 아이에게는 비밀이지만 조금은 걱정이 된다. 꼬맹이가 아무래도 음치인 것 같기 때문이다.


자라나는 새싹의 동심을 상처받게 할까 봐 솔직하게 말은 못 해주고 '노래 너~무 잘한다.'라고 격려해주긴 했으나 객관적으로 아이의 노래는 '같은 음 나열, 책 읽기 식 노래'다. 비슷한 또래 아이들의 노래에는 어려도 음의 높낮이가 있던데 아이라고 쳐도 너~무 음의 고저-가 똑같다.


둘째가 노래를 부를 때, 첫째가 키득거리며


음치네~

라고 단정 짓길래 첫째 옆구리를 꾹 찔렀다. '쉿- 비밀이야- 아직 애기라서 그래.'라고 입막음을 하긴 했지만 둘째가 다 들어버렸다.


으앙- 난 음치 아니야.


둘째의 울음이 터져버렸다.


 실력자와 음치를 가려내는 예능 프로인 '너목보(너의 목소리가 보여)'를 아이들과 함께 보며, 재미 삼아 함께 음치가 몇 번 참가자인지 맞추곤 했다. 어린아이가 보기에도 음치보다 실력자가 더 좋게 인식되었나 보다. 하긴- 많이 컸으니 그 정도는 알 수 있는 나이이긴 하지.


그날 이후로 둘째는 한동안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회전목마'라는 노래를 틀어달란다.


응? 그 노래를 알아?

소코도모? 엄마의 원픽 원슈?? 자이언 T? 와우!



어랏- 요즘 어린이들이 이무진의 '신호등'을 학교에서 배운다더니.. '회전목마'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그림체로 만들어진 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아이와 벌써 대중음악도 공유할 수 있을 만큼 많이 컸군.




꼬맹이 목소리로 '인생은 회전목마-'라니 

랩 파트가 있는 노래다 보니 꼬맹이는 겨우 허밍~ 수준으로 노래를 흥얼거린다. 꼬맹이의 오랜만의 노래였다. 더 이상 첫째가 놀리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해두곤 (동생 놀리면 엽전… 우리 집의 용돈… 안 준다~류.. 엄마의 반 협박;;) 귀여운 음치 꼬맹이의 노래를 꿀이 떨어져라 바라보며 들었다.


7살 꼬맹이의 목소리로 '인생', '청춘'이라는 단어를 들으니 '아가야, 너의 청춘, 참 아름답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꼬맹이가 '인생은 회전목마'라십니다..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빙빙 돌아올 우리의 시간처럼 
-회전목마 가사 중-




노래에 관심이 생겼어요. 제 크리스마스 선물은요


꼬맹이: 엄마, 저 노래에 관심이 생겼어요. 제 크리스마스 선물은요 노래를 잘하는 거예요.

엄마: 응? 노래를 잘 부르고 싶다고?

꼬맹이: 네. 산타할아버지께 노래 잘하게 해달라고 할 거예요. 노래에 음이 생기게요..

엄마: ㅠㅠ (역시 음치라고 들은 것이 상처였구나.) 뿌엥- ㅠㅠ 그럼, 장난감 선물은 없어도 돼?

꼬맹이: 네. 노래에 음이 생기게요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을 선물로 받고 싶다니..)

엄마: 노래를 잘하려면 노래를 좋아하면 돼. 좋아하면 많이 연습하게 될 거고, 그럼 크리스마스 전까지 노래를 잘하게 될지도 몰라~^^



잘하려면 좋아하는 일을 해. 그럼 잘하게 될 거야.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오늘도 엄마인 내가 자랐다. 잘하려면 좋아하면 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그 대상에 투자, 몰입하는 시간도 늘어날 것이다. 투입된 시간에 비례하여 능력치도 쌓이는 법.


이 단순한 원리를 새삼 다시 읊조린다.

잘하고 싶은 자, 몰입의 시간을 늘려라! 잘하고 싶은 자, 좋아하는 일을 해라!!



아이를 통해 오늘도 엄마의 마음, 1cm쯤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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