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의 8할은 정성과 사랑임을.
친정 마당에는 다람쥐 식구들이 자주 찾아온다. (고 한다.)
언젠가 나도 다람쥐들이 또르르- 몰려왔다 가는 것을 보긴 했는데 너무 찰나의 순간이었다. 쪼르르 왔다가- 후다닥- 사라진 다람쥐 가족들. 언젠가 다람쥐 가족을 오래 만나면 사진에도 꼭 담으리라.
매일 찾아오는 다람쥐 식구들을 위해 친정 아빠는 넓적한 마당의 돌에 견과류 등 다람쥐들을 위한 맛있는 식탁을 차려주신단다. 아빠와는 많이 친해졌는지 도망가지도 않고 차려둔 식사를 맛있게 먹고, 양 볼에 가득 채워 돌아간다고 한다.
할아버지, 다람쥐 이름은 뭐예요?
라는 손주의 물음에, 아빠는 지체 없이 다람쥐 엄마, 다람쥐 아가 2명의 이름을 쭉- 나열하셨다.
응~ 달봉이, 달순이, 달래야.
푸하하. 너무 급작스럽게 막 생각해 낸 이름 아니야?? 친정 아빠의 다람쥐 작명 센스 굳!!!
갑자기 달래라고??? 너무 급작스러운 달래인데?? 돌림자도 한나도 안 쓰고. 규칙성 없는 작명 센스 뭐야~ 라면서 다람쥐들의 이름에 웃었다. 은근한 달- 시리즈이긴 하지만 규칙성 없는 달순이(아기 1)와 달래(아기 2)와 달봉이 엄마라니!!
친정 마당에는 앵두나무가 있다. 해마다 앵두가 많이 열리지만 열리는 시기가 한정되어 있기에 올해에는 과일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꼭 따먹겠다고 벼르고 벼르며 외할아버지 댁을 찾았다.
할아버지, 앵두 따주세요.
에고. 앵두, 다람쥐가 거의 다 따먹어서 몇 개 없어..
올해는 그 많은 앵두를 다람쥐들이 벌써 다 따먹어버렸다는 안타까운 소식!!
이럴 수가. 뭐야 다람쥐-
아쉬워하는 나와는 달리, 아이들은 해맑게 웃는다. '와 다람쥐 저도 보고 싶어요.' 그렇게 먹고 싶어 했던 앵두였지만, 다람쥐 식구들이 먹었다는 이야기에 흔쾌히- '다람쥐 보고 싶다.'라며 본인들의 간식을 빼앗긴 것을 이해해주는 순수한 아이들.
다람쥐들은 맛있는 과육 부분은 안 먹고, 속 안의 씨앗 부분만 먹는단다.
에잇- 그럼 우리랑 나눠서 우리가 먹고 난 다음에 씨앗을 주면 될걸.
그걸 왜 안 먹고 버린대~ 요즘 앵두가 얼마나 비싼데..
우리랑 같이 나눠먹지 다람이들 그렇지??
라는 철없는 순수하지 않은, 세속적인 생각을 하는 엄마의 물음에 아이들은 '그래도 다람쥐가 더 많이 먹으면 좋아요.'란다.
내가 이렇게 욕심 그득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아이들이 다람쥐가 자주 오는 바위 식탁에 다람쥐를 위한 한 상을 차려놓는다. 할아버지가 바위 위에 견과류 등 다람쥐를 위해 이것저것 자주 놔주시는 것을 따라 하는 모양이다. 앵두나무에 달린 마지막 앵두를 아이들이 야무지게 먹고 씨앗을 모아둔 너희의 예쁜 마음. (앵두 씨는 먹고 퉤- 뱉는 것 아니었니? 언제 이렇게 다 모아놨담?) 다람쥐가 씨앗을 좋아한다고 생각한 것인지 살구를 먹고 난 속 안의 씨앗. 그리고 푹 익어서 살구색이 되어버린 매실까지. 아주 훌륭한 계절밥상이다.
그리고 그 옆에 이제 막 열리기 시작한 장미 꽃잎과 솔방울까지 따서 다람쥐 식구들을 위한 한 상이 근사하게 완성되었다. 자연을 따다 데코레이션 하는 어린이들의 플레이팅 실력에 심쿵-한 여름이었다.
아이야, 너의 마음이 참 예쁘구나.
다람쥐는 좋겠다. 이렇게 예쁜 식탁을 차려준 너희가 있으니.
다람쥐 식구들, 한 끼는 잘 해결하겠다.
아이의 손길을 거친 다람쥐 식탁을 통해 밥상의 8할은 정성과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다람쥐 식구들을 위해 마음을 쏟는 아이를 보며 식탁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당장 만나지도 못할 다람쥐를 위해, 심지어 고맙다는 인사를 받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대가 없이 누군가를 위해 마음을 쏟는다는 것'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생각해본다.
오늘도 아이에게 배운다. '대가 없이 쏟아주는 마음'의 가치를. 다람쥐 가족이 찾아와 맛있게 먹어주기를 바라본다. 다람쥐 가족들이 예쁘게 차려진 식탁을 보며 띠용- 놀라겠지?
누군가를 위한 식탁을 차리고, 그 밥상을 정갈하고 예쁘게 정돈하는 마음이 우리 아이들, 그리고 다람쥐 식구들 모두의 일상에 따듯한 온기로 닿기를. 다람쥐들아 행복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