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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자 Jul 08. 2022

유치원생 아이가 급식이가 되어간다.

조금씩 더 큰 어른이 될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워.

올해도 반이 지난 7월.

둘째 아이는 올해가 지나면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생이 된다.


아이가 잠든 모습을 보며 머리를 쓸어 올려주다

문득 '이제 유치원생 엄마로 생활하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생각이 들었다.

첫째가 유치원 졸업할 때만 해도 초등 학부모가 된다는 긴장감만 있었는데 막상 둘째의 초등 입학을 앞두니 그동안의 유치원 시절이 벌써부터 그리워진다.


어느 날, 초등 저학년인 첫째가 동생을 식탁에 앉혀두고 형님 말투로 인생 훈수를 두고 있었다.


야, 너 우리 초등학교 오면 맨날 공부만 해야 돼.


어찌나 진지한 말투와 표정으로 말을 하던지. 깔깔 웃었다.(너.. 맨날 공부만 하니..?? 정말??)




아이야. 

유치원 시절은 네 인생에서 아무 고민 없이 가장 신나게 놀 수 있던 몇 년이었을 거야. 그런 시절이 또 오려면 한참을 인내해야 할, 제2의 인생 시작을 앞두고 있구나. 학교에 입학하면 책상에 앉아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게 될 거고, 아무 고민 없던 너에게도 가끔은 힘든 일들이 생길지도 몰라. 입시 과정으로 들어가기 위한 준비들을 하며 시험에 치이는 날들도 늘어날 테고.

20대, 30대.. 네 청춘의 시기를 위해 많은 땀을 흘려야겠지. 경쟁의 시작.


그런데 말이야,

조금씩 알아가는 세상의 맛도 즐겨볼 만해.

달달한 날, 쌉쌀한 날, 무미건조한 날.

다양한 인생의 맛들을 느껴가며 네 색을 찾아가고 세상과 어울리는 방법을 터득해가며 만들어갈 너의 삶. 

무지 재미있을 거야.




커가는 아이를 보며 엄마는 걱정의 마음이 큰데 초등학생 형님이 빨리 되고 싶어 하는 아이는 마냥 신이 났다.


그래서 살짝 귀띔을 해주었다.

(이거 비밀인데~) 형아들은 급식표를 받으면 맛있는 메뉴에 별표부터 한다~ 그리고 급식을 먹고 나면 동그라미 표시를 하는 재미로 학교 다녀. 좀 더 크면 급식표로 시계도 만들 수 있어~
형아들의 급식 워치-


엄마의 말을 들으며 호기심에 눈이 똥그래진 아이는 어느새 급식표에 별을 그리기 시작했다. 


너 쫌 귀엽다??
초등 급식 예행연습인가.. 유딩이의 급식 별표★


한 달 내내 맛있는 간식이 나와서 좋겠구나. 유치원 참 좋다. 그렇지?
단호박죽은 별이 3개네?
그렇게 좋아?
우아~ 내일은 떡볶이네.
좋겠다~ 엄마도 데려가잉~
엄마도 유치원 다니고싶다앙~




아이와 같이 자라는 엄마 마음 1cm

오후에는 꼬박꼬박 간식을 먹는 유치원 라이프가 몇 달 안 남은 것이 왜 이리 엄마는 아쉽니. 우리 아가는 천천히 크면 좋겠다는 표현이.. 딱 지금이 그렇네. 너희가 커가는 모습을 보면 엄마는 미소가 절로 나와.


엄마라는 존재로 살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워. 유치원생 엄마라는 것도 경험하게 해 줘서 고마워.

육아를 통해 조금씩 더 큰 어른이 될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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