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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 놀부며느리 Aug 08. 2023

안정적인 결혼따윈 없는 걸까

결혼은 처음

우리는 꽤 안정적으로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18평 남짓했지만 시댁에서 마련해주신 전세집에서 시작해, 둘이 사는데 방두칸이라 넓어서 좋다면서 알콩달콩 그렇게 9개월을 보냈다.


다 탄 계란 말이도 남편이 너무 좋아했고 

요리를 하면서 나는 항상 화가 나있었던것 같다.

왜 이렇게 요리를 해서 먹어야 하는지 몰랐고, 요리후에 버려지는 재료들이 아깝기도 했다

거짓말 조금 보태자면 일단 둘이 먹는데 해먹는거 보다 사먹는게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 그냥 시켜먹자

그 마음으로 우린 배달음식에 손을 댓다

하나 둘 메뉴가 늘어나면서 냉장고는 텅텅비었고, 음료수 정도만 가득했다

반찬도 여기저기서 받아 오거나 시켜먹는게 전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집 살림은 휘슬러 최고급,,,, 이걸 왜 샀지? 싶은 것들로 가득했다.

스물다섯에 휘슬러는 좀 맞지 않았지만, 고모가 세트로 사준 결혼선물이었기 때문에 500만원짜리 인덕션에 200만원 넘는 휘슬러 냄비들은 장식품 처럼 보관되었다



나는 밤낮없이 돈을 벌었고, 남편은 결혼 후 2년정도 대학생활을 유지했다.

아이를 낳고 나서 남편이 졸업이란 걸 했으니, 나는 2년동안 결혼하고, 임신하고, 출산하고, 돈벌기를 기계처럼 움직였다. 그때는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남자가 벌어봤자 얼마나 벌겠냐,,,,는 식의 사고가 내 머리를 완전히 감싸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버는 돈이 소중했고, 내 커리어를 멈출수없었다.

일주일중 3일은 나가서 생활했고, 4일은 집에서 잠만 자다시피 신혼을 보냈다.

하지만 우리는 행복했다. 매일 매일 통장에 꽂히는 돈들이 어린나이에는 만져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결혼9개월만에 대출을 조금 끼고 집을 샀고, 다시 팔고 결혼 2년만에 32평 자가 아파트를 손에 쥘 수 있었다


그때까지 나는 감사가 없었다.

그냥 남들도 다 이렇게 사는줄 알았다.

그런데 돌아보니 그 모든 시간이 감사해야할 시간이 아닌가,,,,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하고싶었던 것 아니다. 평범하게 살고싶지도 않았고, 잘 살고 싶어서 밤낮없이 일만하며 신혼을 보냈다. 어느덧 남편도 졸업을 했고, 나는 배가 점점 나오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일을 멈추지 않았다. 

임신 10개월 막달이 되어가는 동안에 나는 대한항공에 각서를 써가며 해외를 다녀왔고, 그렇게 비행기에 기차를 타고 장거리를 다니면서도 그게 정상인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날 남편이 회사에 다녀오더니 

직장인 생활을 그만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견뎌보겠다고 했다.


당시, 나는 너무 꿈쫒아 하루하루 희망적으로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남편이 집에 들어오면 쉬는 한숨소리가 너무 깊게 느껴졌고, 

나는 그만 내 입으로 먼저 

'회사 그만두고, 당신 꿈 찾아가' 이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그게 우리의 시작이었을까?

안정적인 결혼생활은 있는걸까,,, 그런 생각을 했던 나의 실수였던 걸까?!

우리는 그렇게 그 길을 선택했고 

내가 가장이 되어 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안정적인 결혼생활이란 기대해서 안되는 것들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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