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워킹맘 놀부며느리 Mar 29. 2024

왜 아빠 엄마 때문에 우리 엄마가 고생해야 돼?

밤낮없이 아빠가 할머니를 보는 동안 나는 병원에 가볼 수 없었다

사실 안 가기로 했다.

너무 많은 가족들이 할머니를 보러 왔고, 병원에서는 너무 많은 상황들이 짜증스러웠고


코로나 시국은 이미 당연한 듯 한 상황이 되었지만

그래도 매일 할머니는 돌보는 사람을 달리할 방법은 없었다

그래서 아빠는 아프지만 아빠의 마음이 가는 대로

아빠가 끝까지 할머니를 보기로 했다.


할머니는 매일 링거줄을 뽑았고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렇게 가둬 두는 거냐고 난리를 쳤다.

욕을 욕을 해대니

간호사들이 할머니 1명 보는 것보다 열 명의 환자를 보는 것이 더 편할 정도였다


그렇게 난리통에 할머니를 감당하고

잘 다룰 사람은 사실상 아빠가 최적이었던 것은 맞다.


아빠는 누구보다 할머니와 오래 살았고

아픈 할머니를 잘 돌보셨고

할머니가 아픈지도 모르게 하루종일 할머니와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런데, 그 사이 아빠의 몸은 더 악화되어

얼굴 전면이 마비가 되고

오랜만에 만난 아빠는 침을 흘리면서도 자신이 침을 흘리는 지도

느끼지 못할 만큼의 상황이 되어 있었다.


나는 오빠말대로

하루라도 아빠를 할머니 옆에서 떼어 놔야 하는 것이 맞는데

내가 회피한 것일지 너무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집에서 가만히 생각해 보다가

결국 나도 우리 부모님 너무 사랑하고 소중하지만

아빠 이전에 우리 자식들을 챙기는데 더 정신이 나가있는 못된 딸일 수밖에 없었다


하루면 될까

일주일이면 될까

매일매일 아침저녁으로 반복되는 교대 간호를

엄마와 아빠는 한 달 동안 했다.


한 달... 말이 쉬워 한 달이지

아빠는 그 사이 할머니를 집으로 다시 모시고 갈지 몇 번이나 물었다

나는 아빠한테 버럭 화를 냈다


' 아빠, 아빠는 왜 아빠만 생각해? 엄마를 좀 봐봐 '

'너희 엄마가 왜!!'

'솔직히 아빠는 아빠 엄마지만, 엄마한텐 시어머니잖아. 엄마는 평생 할머니 모시고 힘들었는데, 아픈 할머니를 집으로 모시고 가서 고생할 엄마는 생각 안 해?'


'.......'

'솔직히 엄마가 이제 나는 못하겠다! 하고 집 나가면 끝인데,,, 아빠는 왜 그걸 강요를 해...'


'.....'


아빠는 그냥 해본 말이라고 했다

하도 답답해서 그냥 해본 말이라고.


사실 나도 잘 알고 있다.

내가 했던 말이 아빠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을 거라고.

나는 아빠가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빠더러 아빠 몸을 챙기라고 하면 말을 듣지 않으니

오히려 엄마를 핑계 삼아 아빠에게 모진 말을 해댔다.

결국, 아빠는 할머니를 병원에 모시는 것으로 하고,

다친 허리를 시술할 수 있는 날만을 기다렸다.


나이 든 노인의 다친 허리를 수술, 시술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이미 깨어진 뼈, 부서진 뼈를다시 붙히는 과정이

얼마나 오랜시간과 수고를 요구하는지 우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우리 할머니, 아빠의 엄마, 엄마의 시어머니, 고모의 엄마...

우리 가족이 ... 이렇게 되버리니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빠르게 할머니를 회복시키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하지만, 모든 것은 우리 뜻대로 되지 않았고 결국

할머니는 시술을 마치고, 일주일이 넘도록 회복이 빠르게 되지 않았다.





작가의 이전글 뇌경색 환자가 또다른 환자를 봐야할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