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먹다 남은 문장

by 원테이크


이십대엔 아무 취향이 없는 걸 컴플렉스로 생각했다. 취향이 강한 친구들을 따라 파인다이닝을 먹으러 가서, 라이브 음악 공연에 가서 그들이 좋다고 하니 그런가보다 하며 돈을 쓰고 오던 적도 많았다.


언젠가부터 나이 들어가는 것이 좋다. 이제 좋아하는 것을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점점 또렷한 선호를 가지게 되는 것 같아서.


그러고보면 먹는 이야기를 좋아한 건 꽤 됐다. 영화를 잘 보진 않지만 <라따뚜이>나 <카모메식당>처럼 음식을 다룬 대중 영화에 마음 따스함을 느끼고, 요리하는 브이로그를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이상하게 평온을 찾곤 했다.


도서관에서 재밌는 책을 찾고 싶을 땐 음식 이름이 담긴 에세이를 기웃거린다. <식탁과 화해하기>와 같은 책을 읽으면 오감을 자극하는 풍부한 묘사와 음식과 나의 관계성이 어떤 소설보다 재밌게 느껴지고, 사워도우를 만들면서 스스로를 치유해나가는 소녀의 <오렌지 베이커리>와 같은 이야기를 읽으면 갑자기 뭉클해지고 눈도 그렁그렁해진다.

요즘 부쩍 집에서 요리하는 시간을 늘리며 음식과 삶에 대해서 자주 생각한다. 같이 먹는 음식에 대한 단상이나 애정하는 식당, 클린하게 먹으려는 이유, 생각보다 많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하면 맛있게 먹을까 하는 쓸모있는 고민... 이런 이야기들을 펼쳐나가 보고싶다.


이건 모두 '뼛속까지 내려가서 쓰라'는 어느 작가님 덕이다.


"음식에 대해 써 보라"

가장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 써 보라. 뭉뚱그리지 말고 구체적으로 음식 하나를 골라야 한다. 거기에 살을 붙여 나가자. 어디에서 누구와 같이 먹었는지, 어느 계절에 그 음식을 먹었는지 등의 세부 사항을 가능한 한 자세하게 묘사하여야 한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하루 중에 즐거울 일이 과연 몇 번이나 있을까? 나는 먹는 걸 통해 스스로를 즐겁게 한다. 무얼 먹을지 선택하고 그것을 먹는 행위에 이르기까지의 일련의 시간은, 이상하게 긴 하루에 몇 차례의 설렘과 변화를 준다.


앞으로 펼쳐질 가벼운 스낵과 같은 이야기들도 그렇게 누군가를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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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