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번거로움

음미노트01. 돼지고기 수육

by 원테이크


주말에 손님 다섯 명이 우르르 집엘 놀러오기로 했다. 손님 맞이는 메뉴를 고민하는 일주일 전부터 시작된다. 나는 먹계획 짜는 걸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그 시간을 즐긴다.


우리집은 배달음식 청정구역이다. 대접을 할 때도 가급적 원칙을 지키려고 한다. 손이 많이 가더라도 직접 음식을 만드는 게 좋다. 내가 먹고 싶으면서도, 손님들도 같이 잘 먹을 수 있는 건강한 음식, 만들지 어렵지는 않지만 맛있는, 요령있게 할 수 있는 음식이 좋다.


결국 정답은 돼지고기 수육이다. 푸욱 끓이기만 하면 되고, 완성되면 한꺼번에 내놓아 따뜻한 채 바로 먹을 수 있고, 호불호가 거의 없고, 쌈채소와 김치를 곁들이면 쉽게 식탁도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 말하자면 오각형 인재라고나 할까.



수육은 고기가 사실 전부다. 조금 비싼 수육용 삼겹살을 고르는 게 좋다. 된장 풀고 파뿌리와 갖은 향신료를 넣고 센불, 중불, 약불로 거의 한 시간을 익혀주면 그만.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이랑 모여 앉아 이야기를 하다가 잠깐씩만 들여다봐주면 되니 호스트로서도 여유롭다.


수육은 꺼내서 썰 때 가장 기분이 좋다. 김이 펄펄 나는 덩어리를 꺼내 도마 위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슬슬 칼질을 한다. 한 조각 딱 입에 넣으면, 아 이 고소한 맛. 잘 익었다. 기쁜 마음으로 예쁘게 썰어서 손님들에게 내어놓는다.


"우와, 이게 다 뭐에요~"


구색맞추기용 치킨이 식탁 위에 있어도, 윤기 흐르는 돼지고기의 자태를 거부할 사람은 없다. 야들야들한 지방과 살코기의 조합에 젓가락이 바빠진다. 보쌈김치와 마늘 한 점 넣고 쌈을 크게 싸먹으면 금세 배도 든든하다. 요리라고 할 것도 없는데 요리를 잘 한다는 칭찬도 듣게 된다. 어깨가 으쓱해진다.



수육 사이드로는 된장찌개를 내놓으면 정석이고, 토마토 스튜와 함께 차려도 조화롭다.


손님들이 빠져나간 빈 자리는 흡사 전쟁터와 같지만 마음만큼은 풍요롭다. 누굴 잘 먹였다는 기분은 희한한 보람을 준다. 힘들텐데 배달시켜도 된다고 그래도, 내가 차리는 테이블에 앉는 사람들에게는 나를 먹일 때와 비슷하게 대접하고 싶다.


우리집에 와서는 뻔한 아는 맛과 좀 멀어지길 바란다. 덜 자극적인 맛도 괜찮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가미된 손맛에서 조금은 새로움을 느끼길 바란다. 함께 먹는 시간이 어떤 경험으로 남았으면 한다.


다만 정말 입이 짧은 사람에겐 그 무엇도 통하지 않으니... 라면은 반드시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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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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