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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나뮤나 Aug 16. 2024

물이야!! 아니, 불이야!!

도서관 극한직업 (4)

여름휴가에서 돌아온 동료들로 브랜치는 오랜만에 활기를 띄었다. 오랜만에 평화로운 화요일이다.


메인 라이브러리가 레노베이션을 위해 잠시 문을 닫은 동안 우리 브랜치로 옮겨온 말썽꾼 메인 이용객들도 오늘만큼은 모두 입을 다문 채 자신들의 일에 집중하고 있다.


할머니 이용객의 복사를 돕고 있던 중 시야의 저 바깥쪽에서 스탭 한 명이 "Water, water, water, water!!!" 하며 종종 종종 뛰어 오는 것이 보인다.


'물? '


도서관에서 만나면 별로 반갑지 않은 것들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물은 반갑지 않기로는 그 어떤 것에도 뒤지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책이 물에 젖으면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스탭이 뛰어 온 쪽으로 급히 눈을 돌리니 과연 천장 환풍구에서 물이 주룩주룩 쏟아지고 있다. 두 번 생각할 새도 없이 사무실에 있던 양동이를 양손에 거머쥐고 물이 쏟아지는 저 뒤쪽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가까이서 보니 상황이 심각하다. 물이 떨어지는 곳 바로 아래쪽에는 아이들의 편의를 위해 성글게 진열해 놓은 책들이 그대로 물에 노출되어 있다.


'맙소사!'


건물이 오래돼서 물이 새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양의 물이 책 위로 쏟아지는 경우는 없었다. 물은 늘 우리가 일하는 오피스 안쪽에서 쏟아졌고 그중에서도 신통하게 늘 책을 피해 쏟아졌던 것이다. 우리는 농담으로 물의 여신의 최소한의 배려라며, 어쩜 이렇게 물이 세도 물이 세도 되는 곳에서만 물이 세느냐고 말하곤 했다.


주르륵주르륵-


물줄기가 굵어지고 있다. 손에 잡히는 대로 가림막을 쳤다.


주르르르륵 주르르르륵-


역부족이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대강 응급조치를 한 후 이 상황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곳에 연락을 하곤 계속해서 업무를 이어나가기로 한다.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 다시 업무를 보는 그 순간, 물이 쏟아지는 곳에서 낮은 비명이 들려온다.


급하게 달려가보니 물이 쏟아지는 곳 바로 옆 전기실의 문이 열려있고 그 안에서는 쏴아아 아아아아- 하며 천장에서 폭포처럼 물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OMG!"


엄청나게 쏟아지는 물도 물이지만, 하필 그 물이 전기실에서 쏟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나 역시도 낮은 비명을 내지를 뿐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전기실 안의 파란불과 빨간불, 모니터의 신호가 물과 뒤엉켜 여러 방향으로 화려하게 빛을 발산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상황이야 말로 우리가 다룰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급하게 상급자에게 연락을 한다. 상급자의 도착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물이 계속해서 쏟아진다.


그때였다.


퍽-


전기실 안에서 무엇인가 터지는 소리가 나더니 연기와 함께 매캐한 냄새가 쏟아져 나온다.


퍽-


또다시 전기실에서 소리가 들린다.


퍽 -


누구도 전기실 근처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용객 한 명이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설명을 들은 그는 자신의 아이들을 불러 모아 급하게 도서관 밖으로 사라진다.


퍽퍽 퍽퍽 퍽퍽 퍽퍽-


갑자기 전기실 안에서 팝콘을 튀길 때 나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들린다.


퍽퍽 퍽퍽 퍽퍽 퍽퍽 - 팝팝팝팝-


어느 사이엔가 브랜치 안으로 들어와 있던 상급자가 당장 소방서에 전화하고 이용객들을 대피시키라고 한다. 우리는 불이 났다고 크게 외치는 대신 큰 소요가 없도록 차분하게 도서관을 돌아다니며 이용객들을 대피시킨다.


모두를 대피시킨 후 직원들도 모두 도서관 밖으로 대피했다.


그 때 요란한 소리를 내지르며 소방차가 도착한다. 소방대원들이 차에서 쏟아지듯 내려온다.


그날은 오랜만에 평화로운 화요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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