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당을 함께 다녀온 우리는 그날을 기점으로 자연스럽게 연인이 되었다.
말을 놓자는 그의 말이 고백 아닌 고백이 되었고, ㅇㅇ씨라고 부르던 호칭도 정리하기로 했다.
나는 가장 통상적인 연인들의 호칭인 '자기'를 선호했는데 그는 '오빠'라고 부르길 원했다.
그러고 보니 남자들은 '오빠'라는 호칭을 참 좋아한다. 왜 오빠라고 부르길 원하냐고 물어보면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좋다고 한다. '오빠'라는 단어가 남성성을 더 느끼게 해 줘서일까?
그런데 그는 듣고 싶어 했지만 나에게 오빠는 어색한 호칭이었다. 나는 장녀라서 친오빠가 없고 친척오빠들이 있긴 하지만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사이들이었다. 그래서 오빠라고 부를 일이 거의 없었다. 그나마 남자 선배들 때문에 대학생 때가 오빠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던 것 같다. 졸업 후의 새로운 오빠는 연인이었고, 30대 초반이 나의 마지막 오빠였다. (몇 명 안 되지만) 그 이후 만났던 남자들은 전부 연하였기 때문이다.
마흔 넘어 오빠라니 어색을 넘어서 오글거리기까지 했지만 남자친구가 원하니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한 번 부르기 시작하니 입에 착착 붙었다. 뭔가 든든한 느낌이 든다. 예전 남자친구를 오빠라고 부를 때는 단순히 남자친구 나이가 많아서 오빠라고 했고, 지금은 남자친구가 원해서 오빠라고 부르지만 그때와 느낌이 좀 다르다. '오빠'하며 이야기를 시작할 때 그의 따스한 눈빛을 보면 나의 모든 것을 포근히 감싸줄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이제 보니 내가 '오빠'라는 호칭이 착착 붙었던 건 오빠라는 단어 때문이 아닌 '그'여서 인 것 같다. 아마 나는 그를 자기라고 불렀어도 또 다른 애칭으로 불렀어도 입에 착착 붙으며 그의 따스한 눈빛을 느꼈을 것이다. 아직 연애 초반이라 콩깍지라고 할 수도 있다. 실제로도 콩깍지일 수도 있고. 그래도 좋다. 마흔 넘어도 설렐 수 있고, 콩깍지가 씌는 연애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이번 주말에는 오빠와 어떤 데이트를 하며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피곤한 목요일이지만 행복한 상상으로 미소 지으며 오늘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