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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엘리아나 Sep 20. 2024

이 연애가 나의 마지막 연애는 아니기에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인생이라고 하지만 이번 연애는 유독 더 그랬다.

마흔 넘어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해서 잘 맞는 사람을 만나 알콩달콩한 연애를 하게 될 줄 몰랐고, 결혼 준비를 시작하려던 때에 잠수이별을 당하게 될 줄은 더더욱 몰랐다. 실은 처음 이 브런치북 연재를 시작할 때 마지막화는 결혼 소식을 전하며 마무리 지을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나의 예상은 보란 듯이 빗나갔고, 잠수이별로 마무리되었다.

그렇지만 늘 그랬듯이 시간은 약이 되었고, 많은 고뇌의 시간을 거쳐 지금은 좀 괜찮아졌다.


처음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할 때만 해도 의구심이 많았었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결혼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연애라도 할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그리고 연애를 하더라도 결혼을 위한 무미건조한 연애를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모두 나의 선입견이었다. 그래서 큰 상처를 받으며 끝난 연애이지만 절망보다는 40대 연애의 희망을 보았다. 또한, 이번 연애가 나의 마지막 연애는 아니기에 더 힘을 내보기로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가 떠오를 때면 화가 나거나 울컥했지만 더 이상 그러지 않는다.

이제 그는 미움과 원망의 대상이 아닌 한 때 많이 사랑했던 사람으로 기억 속에 남은 것 같다.

그가 선택한 잠수이별은 지금도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그와 함께했던 즐거운 기억들이 훨씬 더 크다. 

나의 40대의 시간들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준 그에게 감사하다. 비록 그의 행복을 빌어주지는 못하겠지만 그가 잘 지내기를 바란다.


이제 나는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와 새로운 길 앞에 서 있다. 어두운 터널을 힘겹게 빠져나왔으니 앞으로 걸을 길은 꽃길이었으면 좋겠다. 지금 내가 서있는 새로운 길은 아무것도 없다. 아직 아무것도 없으니 내가 직접 예쁜 꽃길로 만들어보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예쁜 꽃을 피울 꽃씨를 골라야 한다. 그다음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심고, 예쁘게 잘 길러서 꽃길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어쩌면 꽃씨를 고를 때 함께 꽃씨를 고를 누군가가 다가올지도 모른다. 아니면 예쁜 꽃이 피기 시작할 무렵, 함께 꽃을 키울 사람이 다가올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면 예쁜 꽃길이 완성됐을 때 나와 손을 잡고 함께 꽃길을 걸을 사람이 올 수도 있다.

만약 이것도 아니라면 한참을 혼자 꽃길을 걷게 될 수도 있다. 뭐, 그래도 괜찮다. 내가 가꾼 예쁜 꽃길이니까. 또, 혹시 모른다. 한참 혼자 꽃길을 걷는 중간에 함께 걸을 누군가를 만나게 될지도.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이니까.


나의 꽃길 프로젝트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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