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글을 통째로 가져오는 것을 블로그에서는 ‘퍼오기’라고 하는데 독특한 표현이나 마음에 드는 구절을 인용하는 것을 일반적으로 ‘따오기’라고 한다.
엄밀히 따지면 이 세상에 남의 표현이나 구절을 인용하지 않은 글은 없다. 누군가 이전에 한 번은 썼던 표현이 일반화되어 마치 내 것처럼 쓰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나만 홀로 쓸 수 있도록 한정된 표현도 없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글쓰기가 간편해질 수도 있고 반대로 어려울 수도 있다.
모든 사람의 지문(指紋)이 다르듯이 글의 모양새도 글 쓰는 이에 따라 다 다르다. 억지로 붙이자면 제각각의 문문(文紋)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표절시비가 나오기도 하며 ‘왜 남의 글을 배꼈느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글의 모양새는 사람의 성격과 어휘력과 언어습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임자말 앞에 독특한 꾸밈말을 붙이기 좋아하는 사람의 글은 시종 같은 모양이 되풀이된다. 도치법(주어와 술어의 위치 바꾸기)을 좋아하는 사람의 글에서는 한 개의 글에 도치 표현이 몇 번씩 등장한다. 또 특별히 선호하는 단어나 표현방법이 있기 마련이어서 꼭 한 번쯤 써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좋은 글을 쓰는 데는 위와 같은 독특한 습관을 벗어나는 것이 바람직하나 꼭 그러기를 권유할 일은 아니다. 글은 어차피 글쓴이의 개성이 짙게 배어있을 때 생명력이 우러나오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항상 스크랩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있다. 남의 글을 읽을 때, 또는 고전을 읽을 때 좋은 표현이나 구절이 있으면 그때그때 오려두거나 메모해 두었다가 적절하게 사용한다. 이것은 글 쓰는 사람으로서는 반드시 갖춰야 할 습관이다.
다만 남의 글을 따올 때는 몇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좋은 표현’이라고 여겨 무작정 끌어다 옮기면 자기의 개성 있는 글과 어울리지 않을 경우가 있다. 충분히 소화해서 연결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 문장을 통째로 따오려면 따옴표(‘ ’)를 붙여 인용하는 것이 문장 주인에 대한 예의이며 읽는 이에게도 오히려 편안함을 준다.
남의 글을 많이 읽고 좋은 표현들을 스크랩해 두었다가 인용하는 것은 글 쓰는 이의 기본자세이지만 남의 문장을 통째로 베껴오는 것은 피해야 할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