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사를 몇십년 째 못 찍는 자
발등에 불이 떨어져도 일기는 쓰지
오래전에 집에서 찍은 사진이라 화질이 별로다.
아... 이때까지 프로필 사진 한 번 안 찍고 대체
뭐했을까? 음악 하는 사람이 졸업하고 10년이
넘도록 프사 한 번도 안 찍은 사람은 나뿐일 듯.
갑자기 보내야 할 곳이 생기자 몇 년마다 한 번
오는 그 문제가 반복됐다. 사진 뭘로 보내지?
안 보내면 안 되나? 옛날에 보낸 사진 어딨지?
악보 해야 하는데 사진 찾다 20분 넘게 걸렸다.
화질 문제되면 알려준다는데, 그럼 찍어야 하나
여러모로 예전 같지 않고 더욱 찍기 귀찮아진다.
10년 전과 같이 여태 프사를 안 찍었다고 하자,
지나치게 일관성 있다고 말해온다. 칭찬일까..?
나는 프로필 사진보다 프로필 적어 보내는 것을
더욱 싫어한다. 음악가는 프로그램에 무조건 다
프로필을 적어야 하지만 내겐 그 문화가 일종의
거부감을 일으킨다. 남의 프로필 보는 건 괜찮고
내 것은 공개하기 싫어하다니, 엄청난 모순이다.
내놓을 게 없어서 그렇다고 말은 하지만, 설령
있었다 하더라도 out of 취향인 것은 확실하다.
한인교회에서도 누가 새로 오면 다들 각자 자기
소개를 하는데 내 순서가 되면 희한하게도 어떤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영화과 다니던 오빠가 나를
대신해 소개를 해주곤 했고 고마웠다. ㅋㅋㅋㅋ
아, 그리고 굳이 내가 누구인지 몰라도 그만이고.
그보다, 악보를 어서 해야 하는데 오늘은 왠지 좀
일찍 자고 싶은 날인 듯. 새벽형으로 돌아가볼까.
악보 작업 시간은 두뇌 상태에 비례하니 곧 자고,
앞으로 효율적으로 해야지만 데드라인에 맞출 듯.
발등에 불 떨어진 게 확실한데 역시, 일기는 쓴다.
뭔가, 스스로 가깝게 느끼던 모습. 집 사진 치고는 그럴싸하다. 태어나서 처음, 사법 연수원에 가보게 되겠다.
(나도 join할 연말 연주회 장소가 그곳이라고)
어릴 적엔 법조계가 멀게 느껴지고 싫었는데
지금은 그렇진 않고 신기하다는 생각은 든다.
잊고 있던 코미카도 센세가 떠올라서 웃었다.
프사를 내 악보라든가, 뒷모습이라든가, 혹은
스펀지밥이라든가 뭐든 내가 원하는 장면으로
보내면 안 될까 라고 차마 물어볼 수는 없어서
속으로 혼자 물어보고 사진은 저것으로 보냈다.
もう眠い。 お休みなさ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