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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sie Dec 06. 2024

'센 언니' 저는 좋습니다만

당신이 존귀한 이유

전에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친구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날부터 생각하게 되었다.


- J 언니 옛날에 서울대에서 유명했대.

- 응?

- 서울대 다닐 때 그 과에서 제일 유명했대.

- 뭘로?

- 음.. 그 있잖아, 센 걸로..

- 센 걸로? 아.. ㅋㅋㅋㅋㅋ 그렇구나 ㅋㅋ

- 지금은 많이 유해진 거래.

- 아... ㅎㅎ 근데 그 세다는 게.. 예를 들면?

- 학교에서 교수님들도 일절 그 언니한테는

 아무 말 못 했대.

- 그때는 예수님도 믿기 전이지?

- 그렇지~


세대는 다르지만 같은 대학 다닌 순한 친구가

넌지시 이야기 하는데, 뭔가 알 것 같으면서도

알쏭달쏭 했다. 성향이 상반된 것은 처음 만난

순간부터 알았지만 나에게는 생각보다 괜찮은

인물이었다. 특히 나와 달리 추진력이 좋은데,

알고 보니 그녀는 '고든 램지' ENTJ 형이었다.


어쩐지...

나야 고든 램지와 너무 심하게 다르지만 그를

보면 귀엽기도 하고 대단해 보이고 그러는데,

역시 고든 램지형도 나와 같은 사람에게 분명

호의적일 것이라 믿어진 대로, 그녀가 그랬다.


J 언니는 나에게 처음부터 지속적으로 상당히

호의적이었고, 물론 도전적이기도 했으며, 참

적극적이었다. 나에게 필요한 타입인 것이다.


아내에게 벤츠를 사 주고 자신은 더 비싼 차와

캠핑카를 가졌고 자녀를 외국인 학교에 보내고

서울 비싼 땅에 몇 층 짜리 집을 건축해 가면서

자신이 한 달에 얼마를 버는지 (안 물어봤는데)

보여주다가, 막상 나에게 돈을 지불해야 하게

되자 갑자기 주머니 사정이 좀 달라지던 누구와

전혀 다르게 이 '센 언니'는 거두절미 하고 딱 그

돈을 보내며 정식으로 곡을 의뢰한 인물이었다.


역시 서울대 출신이기는 하지만 비교적 실력이

부족하며 좋은 사람 역할극을 해오던 누군가가,

일과 감정을 분리하지 못하고 무책임하게 약속

엎으며 공동의 계획에 큰 지장과 피해를 줬을 때

이 '센 언니'가 "도대체 누가 그렇게 무책임한가"

라며 발벗고 나서 본인은 물론 다른 연주자까지

데려와 대가 없이 교회에서 연주해 주기도 했다.


지난 내 생일에는, 생일 선물을 자기가 고르면

필요없는 것일 수 있으니 원하는 것을 말하라며

생일 선물까지 박진감 넘치게 추진해 준 덕분에

생각지도 못하게, 내가 원하는 '세작'을 받았다.


왜 이렇게 싸냐, 이걸로 되겠냐,

스케일이 큰 언니에게 나는 익숙치 않은 선물을

받는 것만으로 감사하다며 마실 때마다 언니를

위해 잠시라도 꼭 기도하겠다고 하자, 언니답게

"1kg짜리 없냐"고 즉시 물어왔다. (세작 녹차를

1kg 받으면 몇십 년 동안 기도해야 할 각 ㅋㅋ)


그러고 보니 오랫동안 가장 스스럼없이 지내온

목사님도 고든 램지형이셨다. 재미있던 순간은

그 목사님과 J 언니가 나와 동석했던 날이었다.


숫사자와 암사자의 대면은 어떠할 것인가 ㅋㅋ

사슴의 시각에서 ㅋㅋㅋㅋ 한편 흥미로웠는데

아니나 다를까, 마치 강대국 끼리는 존중하듯이

서로 조심스럽고 조금은 어색하게 소통하길래,

중간에서 뭔가 다리를 놓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 제가 제일, 동경하는 타입이에요. 고든램지형.

- 그래~? (흐뭇)

- 네, 제일, 존경하고요. 동경하죠, 많이 달라서.


목사님이 보이지 않게 흐뭇해 하던 느낌이라면

그 옆, 조금 긴장한 부목사님은 '난 아니다' 느낌.


그렇다. 누군가에게는 고든 램지형이 어렵겠지.

J 언니가 지금은 교회에도 다니고 달라졌다지만

사람의 성향이 뿌리째 바뀌는 경우는 없을 거다.


리허설에 J 언니도 온다길래 미리부터 반가워서


- J 언니도 오네요! 언니 사람이 참 유쾌하죠.


나의 말에 다른 한 인물은


- 음... ^^;;;;;


이외에 어떤 대답도 하지 않는 것을 보며 느꼈다.


누군가에게는 '센 언니'가 편하고, 누군가에게는

편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것은 센 언니 뿐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각각의 성향 인물들마다 각자의

기준 및 케미별로 존재하며, 자연스러운 것이다.


모든 이가 좋아하고 추구하는 같은 인물은 없다.

그리고 그보다 신기한 것은 이것인데,


같은 나조차

누군가에게는 사슴 같고

누군가에게는 병아리 같고

누군가에게는 여우 같고

누군가에게는 호랑이로 느껴질 수 있다는 사실.

심지어 내가 정말로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놀라움.


J언니와의 카톡, 오늘.

일단 J 언니는 내 이름을 불러도 그냥 부르지 않고

느낌표가 적극성을 나타내 준다. ㅋㅋ 많이.. ㅋㅋ

그리고 센 언니는 알고 보면 마음이 여리기 때문에

(사실 난 괜찮은데) 설명하며 사과를 잊지 않는다.


생일이길래, 받은 게 있으니 나도 작은 걸 보냈을

뿐인데 다시 느낌표가 어마어마하며, 하트표정도

한 개 따위는 허락하지 않는다. 세 개는 보내준다.


다시 보고 빵 터져서 웃은 디테일로는,

축복의 메시지에 대한 반응에도 성향이 보이는 것.


빨리 빨리 임하라는 반응은 태어나서 처음 보았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언니가 추진력이 좋구나...

나에게는 이런 것이 무척 웃기고 재미있다 ㅋㅋㅋ

아무래 좀.. 귀엽달까.


그녀도 내 마음과 동일하게,

곧 하게 될 리허설에, 미리부터 반가워 하고 있다.


물론 조용한 것이 좋고 평온함을 추구하기는 하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리고 세월을 돌아보면 볼 수록

나는 '센케'를 싫어한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그리고 희한하게도,

언제나 하지는 않을 수도 있는 이런 인사를 한다.

하트 바구니를 든 채 하트를 쏟아붓는 이모티콘.

센 언니도, 나에겐 센 캐릭터가 아닐는지 모른다.


모든 사람이 귀하다


알고 보면 우리 모두,

내면에 지니고 있던 다양한 모습 중에서 누구를

만나고 어떤 사람과 소통하느냐에 따라, 본인이

알던 모습부터 숨겨진 부분까지 드러날 수 있고,

혹은 심지어 없다가 생기기까지도 할 수 있는 것.


그래서 이 세상에는,

좋기만 한 사람, 나쁘기만 한 사람도 없는 것이며

나와 상극 같은 인물도 누군가와는 천생연분이다.


그렇다면, 혹은 그렇기에,

누구도 상대를 단면적으로 비난할 수 없는 것.


모든 성향은 필요하고, 모든 사람은 특별하며,

숨 쉬는 모든 사람이 존귀하다.



당신이 존귀한 이유는 누군가 당신을 귀하게

생각해 주어서가 아니라, 귀하게 지음 받았기

때문이다. 그 귀함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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