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점심시간 맛있는 생선조림을 먹으면서
내가 일하는 사무실은 과장님이나 국장님 등과 주 1회 주기적으로 점심식사를 함께하는 룰이 있다
처음에는 어렵고 불편하겠다 라는 생각을 했는데 평소에는 대화를 나눌 기회가 많지 않으니
이렇게 인위적인 룰을 통해서 함께 식사를 함으로써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자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참 좋은 제도라는 생각을 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면 우리 팀에서 선임인 분이 메뉴를 선택하거나 예약 전화를 하느라
은근히 바빠 보인다.
오늘 메뉴는 맛있는 생선조림이라고 했다 갈치와 고등어가 반반 나오는 맛있는 맛집이란다.
소문대로 갈치와 고등어와 무가 먹음직스러운 모습을 하고 테이블 위에 놓였다.
"자알~ 먹겠습니다" " 맛있게 드세요"라는 복창을 하고 빨간 갈치 살이 뽀얀 속살을 드러내게
한 젓가락 뚝 살을 떠서 밥 위에 얹으니 저절로 침이 고였다.
식사 때마다 늘 유쾌한 덕담을 해주시는 과장님은 오늘도 멋진 주제로 분위기를 이끌어 가셨다.
최근 94세임에도 불구하고 현역 의사로서 활동하다 돌아가신 한원주 선생님의 이야기였다.
"그분이 돌아가시기 직전 남긴 단어가 세 가지인데 아시나요?
다들 "글쎄요.."라는 표정을 직고 있는데
과장님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 힘내, 가을이다, 사랑해"
우리는 갈치를 먹던 숟가락을 잠시 멈추고 모두 한 목소리로 " 와~ "라는 감탄을 쏟아냈다.
그분이 어떤 의미로 그런 말씀을 남기셨는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2020년 코로나로 힘든 모든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듯 한 힘내라는 말로
봄인지 가을인지 느끼지 못할 정도로 늘 현실에 쫓겨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지금 가을의
아름다움을 느껴 보라는 말로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가운데서 사랑은 가장 큰 힘이고 응원임을 그리고
그런 나를 사랑하고 서로 사랑으로 함께 하라는 말로
그렇게 나는 느껴졌다.
향년 94로 별세한 국내 최고령 현역 의사로 활동한 한원주 매그너스 요양병원 내과 과장의
인생에 대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들으면서
나는 나이 듦에 대해 삶에 대해 그리고 가을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어느 것에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길을 당당하게 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오늘따라 칼칼한 갈치 맛이 코끝 찡하게 내 마음과 내 눈을 자극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