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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니바 Jun 29. 2022

소불고기 부럽지 않은 닭가슴살 불고기

닭가슴살로 불고기 만들기

오늘 저녁엔 불고기 해줄게!


어린 시절, 엄마가 불고기 굽는 날은 특별했다.


사과와 배, 각종 양념에 버무려져 잠들었던 소고기. 그들은 불판 위에서 지글거리며 비로소 존재감을 드러냈다.


고기 굽는 냄새는 집안 곳곳 굳게 닫힌 문틈 사이를 구렁이 담 넘듯 퍼져나갔다. 노는 게 제일 좋은 꼬맹이 때에도, 방문을 좀처럼 열지 않는 사춘기 때에도 불고기의 효과는 막강했다. 고기 냄새가 퍼질 때쯤 우리 다섯 가족은 홀린 듯 방문을 열고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불고기를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엄마의 불고기에는 유난히 채소가 많았다. 고기 맛이 배어들어 한 층 더 맛있어진 버섯, 양파, 대파 등의 채소들은 밥도둑으로 변신했다.


잘 익은 고기와 야채들을 상추에 쌈 싸 먹으며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고 갔다. 가족 간의 사소한 다툼이나 학교에서의 고민 따위는 불고기 앞에서 맥을 못 추렸다.




우울한 하늘 표정에

날씨도 기분도 꿀꿀한 장마기간.

이럴 땐 불고기처럼 특별한 음식이 필요하다.


소고기는 없지만 냉장고에 늘 자리하고 있는 고기. 가성비 갑 최고의 단백질 공급원, 닭가슴살이 있었다.



닭가슴살은 퍽퍽하고 비려서 먹기 힘들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그건 닭가슴살을 잘 몰라서 하는 소리다. 닭가슴살은 잘 조리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맛있어질 잠재력으로 가득한 식재료다.



[닭가슴살 불고기]



[재료]

닭가슴살 120g, 양파 1/2, 대파 1/4 , 표고버섯 70g, 다진 마늘 1큰술, 간장 3큰술, 맛술 1큰술, 알룰로스 1큰술, 참기름 1큰술, 올리브유, 깨



[만드는 법]    

1. 닭가슴살을 한 입 크기로 썰은 뒤 맛술, 알룰로스, 다진마늘을 넣고 잠시 재워둔다.


2. 양파, 대파, 표고버섯을 썬다.


3. 올리브유 두른 팬에 닭가슴살과 간장 2큰술을 넣고 앞 뒤로 노릇하게 굽는다.


4. 닭가슴살이 익으면 썰어둔 야채들과 간장 1큰술을 넣고 볶다가 참기름과 깨를 뿌려 마무리한다.


5. 완성!  상추에 쌈 싸 먹으면 꿀맛!

상추에 고기와 야채들을 얹어 한 쌈 가득 입에 넣었다. 닭가슴살 특유의 퍽퍽함은 온데간데없었다. 간장 맛이 배인 달달한 야채들.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닭가슴살의 환상 조합은 젓가락에게 쉴 틈을 주지 않았다. 물론 엄마의 불고기에 비할바는 못되었지만.


요리를 위해 닭가슴살과 야채들을 손질하며 생각했다. 요리는 재료 손질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재료 손질에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또 재료를 어떻게 손질하는가에 따라 음식 맛이 좌우되기도 한다.


엄마의 불고기가 특별했던 것은 그것이 소고기라서가 아니었다. 건강하게 과일로 단맛을 내고 야채를 아낌없이 넣은 엄마표 불고기엔 남 모를 정성이 가득했다. 가족들을 위해 공들여 과일과 야채를 씻고 손질했을 엄마의 모습이 이제야 눈에 선했다.


조금씩 나이가 들고, 크고 작은 경험을 하다 보면 종종 불현듯 몰랐던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것은 다른 이의 삶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닭가슴살 불고기를 다시 상추와 함께 한 쌈 가득 입에 넣었다. 엄마의 마음을 알게 된 보통의 특별한 하루가 저물어갔다.





*자세한 요리 과정은 영상으로 확인하세요 :)



*이 글과 사진을 무단 도용하거나 2차 편집 및 재업로드를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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