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워홀러의 우당탕퉁탕 위니펙 이야기
캐나다 사람들이 그렇듯 위니펙 역시 스포츠에 열광한다. 위니펙 하키 팀인 제츠가 있고, 미식축구팀인 블루버머스, 야구팀인 골드아이즈 등.
시즌만 되면 거리에 유니폼을 입고 다니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제츠가 가장 유명한데, 캐구의 말에 따르면 위니펙 제츠 모자는 위니펙에서 쓰고 다니면 ‘나 제츠 팬임. 여러분과 한 편이라는 뜻임.’ 이라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하는 안전모가 된다고.
나 역시 엠마가 제츠 중계 전광판 거리 응원 행사 패스티벌(하얀 옷을 입고 흰색 깃발, 수건 등을 흔들기 때문에 White out이라고 부른다) 티켓을 구해서 함께 보러 간 적이 있었다. 0대 3으로 지고 있는 상황이라 점점 힘이 빠지던 찰나, 제츠가 치고 올라가더니 4대 3으로 경기를 마무리했고, 거리의 사람들은 기쁨과 환희에 차 거의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나 역시 목이 팍 쉬어 버렸다.
집으로 돌아가는데, 다운타운의 거리에 있는 모든 차들이 자동차 경적을 빵빵대고 창문을 내리고 입으로 삐삐 휘슬을 불어내며 환호했다. 나 역시 수건을 머리 위로 흔들면서 그들의 기쁨에 응답했고.
중요한 경기가 있다고 하면 위니펙 사람들은 바에 가거나 알코올 음료를 즐길 수 있는 피자집으로 모여들어 경기를 함께 관람한다. 물론 경기장에 직접 보러 가기도 하고. 한식당에서 일할 때, 경기가 있는 날이면 유독 손님이 적어서 일찍 마감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스포츠 팬도, 알코올 음료를 즐기는 것도, 사람이 많은 북적북적하고 시끄러운 경기장의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도 아닌 나는 위니펙에서 완벽한 집순이가 되었다.
위니펙에 살던 초반에는 뜨개질에 미쳐 있었다. 별 기술 없이 그저 기본뜨개로 줄기차게 떠서 가방이나 작은 파우치, 냄비 받침대, 방석 등을 만들었다.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든다는 실용적인 측면도 있었지만, 당시 여전히 나를 우울하게 했던 눈 질병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과거에 대한 후회 등 아직 마음이 다스려지지 않을 때였다. 때문에 밤새 뜨개질을 하는 행위로부터 마음의 평안을 많이 얻었다. 하지만 한식당 취직 후 손가락 관절과 손목 관절에 무리가 많이 가 그만 두었다.
위니펙 다운타운에 있는 밀레니엄 도서관에 가서 책도 많이 빌려 읽었다. 영어로 된 줄글은 영어 레벨 이슈 때문에 읽기가 힘들어 청소년을 위한 그래픽 노블, 즉 만화책을 많이 빌려 읽었다. 또 그곳에 구비된 한국 책도 꽤 읽었는데, 덕분에 해리포터 시리즈를 근 10년 만에 다시 정주행할 수 있었다.
또 세컨드핸즈 가게 쇼핑도 즐겼다. 한식당 근처에 세컨드핸즈 가게가 있었는데 출근 전 시간이 애매하게 남을 때마다 항상 들려 새로 들어온 게 없는지 구경했다. 이상하게 생긴 가면이나, 못생긴 인형과 장식품을 구경하고 나름 쓸 만한 그릇이나 크리스마스 조명 같은 걸 저렴하게 사오는 것도 쏠쏠한 재미였다.
한번은 물감, 색연필, 크레파스 등 완전 새것인 그리기 도구 세트를 약 만칠천 원으로 저렴하게 산 적이 있다. 문제는 산 지 2년이 거의 되었음에도 아직 한 번도 안 썼다는 것이다. 그냥 이 물건을 저렴하게 샀다는 쇼핑의 재미만 있었을 뿐.
여름에는 날씨가 좋아 버스를 타고 남쪽 동네를 구경가기도 했다. 다운타운 근처와 달리, 남쪽 동네는 일명 부촌이라고 불릴 만한 럭셔리한 동네가 많다. 마치 미드에서 보는 듯한, 널찍하고 푸른 나무가 심어져 있는 앞마당을 소유하고 있는 집들이 즐비하다. 자신의 취향대로 꾸민 앞마당, 모두 다르게 생긴 주택 외양, 푸른 잔디밭과 동네 한가운데에 있는 호수를 걸으면 진짜 캐나다 삶을 엿보는 느낌이 들었다.
엠마랑 응하오는 중고로 된 벤을 소유하고 있는데, 이 두 친구들 덕분에 위니펙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브랜든’이나 마을 ‘세인트 피어-졸리스,’ ‘슈타인바흐,’ ‘셀커크’ 등도 구경하러 다녔다. 그리고 위니펙 안의 크고 작은 공원과 산책로를 찾아다니며 다니며 자연을 즐기기도 했다.
겨울에 가능한 야외 활동은 스케이트를 타는 것뿐이다. 얼어붙은 레드리버 강 위에서 쌩쌩 달리다보면 온몸이 꽝꽝 얼어붙어도 신나게 미끄러졌다. 가끔은 동네의 커뮤니티에 만들어준 야외 스케이트장을 가거나, 스타디움 스테이트장을 무료로 개방하는 시간을 이용하기도 했다.
또 겨울에는 드라마를 많이 봤다. <미스터 선샤인>이나 미드 <덱스터>, <영 셀던> 등 그동안 보고 싶었지만 못 봤던 드라마를 정주행했다. 밖은 눈이 소복소복 내리는데 따뜻한 차 한 잔 손에 쥐고 방 안에 펼쳐 놓은 비치 체어에 앉아 드라마를 보는 행복이란…….
또 일기나 글도 많이 쓰고, 한국 친구들과 진행하는 스터디에 참여하기도 하고,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겠다며 쇼츠도 만들어서 업로드하기도 했다. (결국 3개에서 멈춰 버렸지만) 두 번 정도 위니펙 대학교에 있는 짐에 등록하기도 했지만 2주 나가고 그만뒀다.
가끔은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친구네 집에 놀러가고 초대하기도 하는 등 쉬는 날을 알차게 잘 보냈다. 누구는 위니펙의 겨울이 너무 길다며 지루하다고 했지만, 나는 합법적 집순이가 될 수 있는 위니펙의 겨울이 참 좋았다.
한식당에 다녔을 때는 하루 4시간-6시간으로 짧게 근무하는 주 6일 출근에 단 하루만 쉬었던 날이 꽤나 길게 이어졌던 적이 있는데, 이때 쉬는 날이 어찌나 소중했던지. 그 후 호텔과 한식당을 병행했을 때는 한동안 쉬는 날이 거의 없다가, 호텔 레노베이션 때는 다시 2일을 확보한 후 호텔에서 풀타임을 얻고 난 후 지금까지 쭉 주 2회 쉬고 있다.
가끔은 생각한다. 일하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주 3회 쉴 수 있게끔 스케줄을 조정해 볼까? 하고. 3일을 쉬면 얼마나 행복할까 싶다가도 동시에 침대에 누워 쇼츠만 들여다보는 내가 떠오른다. 입가에 과자 가루를 묻힌 채. 이럴 거면 그냥 일을 나가서 돈을 벌고 조금이라도 더 영어를 쓰는 게 낫지. 차마 일을 줄이진 못하겠다.
최근에는 한국에서 두 명의 친구들이 각각 놀러와 함께 위니펙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위니펙 밖으로 가는 첫 여정, 토론토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 후 다른 장르의 글쓰기를 다시 도전하려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는 중이다.
이번 주 토요일에는 엠마랑 캐나다의 ‘소셜 웨딩’이라는 티켓을 사는 방식으로 웨딩을 후원하고 파티를 즐기는 결혼식에 가볼 예정이다. 그 다음주 할로윈에는 호텔에서 직원 코스튬 대회가 있다고 해서 슬쩍 구경을 갈 생각이고(웬즈데이 분장을 해 볼까?), 일요일은 위니펙에서 친하게 지내는 한국인 부부를 초대해 오랜만에 수다를 떨 것이다.
점점 바람이 매서워지고 있다. 할로윈이 다가온다는 건 겨울이 다가온다는 이야기다. 지난겨울에 신던 스케이트는 버렸으니 곧 새 스케이트를 장만할 것이다. 그리고 페퍼민트와 캐모마일 티를 사서 집에 가득 쟁여놔야지. 올해 겨울에는 또 어떤 일들로 나의 시간으로 가득 채우게 될지 무척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