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가면 꼭 서점을 꼭 들리는 게 나름의 제 여행 패턴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작정하고 서점을 찾아다니지는 못했습니다. 출장으로 다녔던 도시에서는 백화점 4층에 가족 선물이나 사려고 올라갔다가 처음 서점을 발견하고는 책을 한 권씩 사봤던 게 시작 같네요. 물론 바쁠 때는 여행지 서점이 아닌 공항 내 서점에서 책을 한 권씩 고르기도 한답니다. 뭐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살면 되는 거 아니겠어요.
누군가는 해외 각 서점을 다니며 그 나라 언어로 된 '어린 왕자' 책을 사 모으는 멋진 취미를 가진 분도 계시더라고요. 저는 그나마 실용주의자이기 때문에 못 읽는 책은 안 사게 되더라고요. 그냥 그림이나 사진이 많거나 영어가 좀 섞여 있어 그나마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책을 고르죠.
#갤러리 라파예트(Galeries Lafayette)
그 처음이 파리의 유명 백화점 갤러리 라파예트였기 때문에 당연 불어책이었죠. 그래서 그림이 잔뜩 있는 책을 골랐습니다. 요리책이었던 걸로 기억하네요. 딸 선물로 골랐던 어린이 요리책이었죠. 그림과 레시피만 대강 보면 되기 때문에 불어를 전혀 몰라도 따라 해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네요.
#LA 더 라스트 북스토어(The last bookastore)
빈티지한 느낌이 엄청 드는 서점이었습니다. 그때는 잘 몰랐는데 지금 보니 꽤 유명한 서점이었더군요. 이 서점의 낡은 느낌과 서가 디스플레이하는 방식, 책 터널 등이 지금 우리나라 서점가에서 많이 활용하는 모습 같아요. 요. 여기서는 윔피 키드 일기를 처음 사봤네요. 그림이 절반인 꼬마 아이의 일기 아시죠?
#시티 라이츠 북스토어 (city lightsbookastore)
LA를 넘어가서 갔던 곳은 샌프란시스코였습니다. 여기는 차이나타운 근처에 있는 오래된 서점인 '시티 라이트 서점'이었습니다. 이 서점은 1953년에 생겼고 바닷가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자리 잡고 있어 내부가 약간 경사진 형태였죠. 그리고 꼬불꼬불한 계단도 있어 마치 50년쯤 전에 제가 그곳에 서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서점 내부는 굉장히 좁게 쪼개져 있었고, 저는 벽에 서서 책을 읽고 작은 성경책을 샀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시티라이츠>
#알타이어 서점(Libreria Altair)
바르셀로나에 있는 오래된 서점입니다. 지도가 천장에 많이 붙어 있고, 여행서적이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나무로 된 서가 사이사이에 다양한 굿즈들이 많아서 여행객들이 선물로 사가기 좋았습니다. 그리고 지하에 카페가 있었는데, 책을 한 권 사서 읽는 여유가 부러웠습니다. 제가 그 당시 굉장히 바쁘게 움직였던 걸 봐서. 여기서는 책은 끝내 못 골랐었습니다.
#츠타야 서점(Tstaya)
여긴 지금 너무 핫해서 데일 거 같아요. 예전에 출장 갔을 때 영감을 받고자 다이칸야마 츠타야에 들렀었는데요.
서점 안에 묵직하고 깊은 소파에 둘러앉아 커피를 마시며 얘기를 할 수 있는 곳? 예술 서적이 엄청나게 많고 책 옆에서 전자 제품을 팔고 자전거 용품이 디스플레이돼 있던 곳? 아무튼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던 뎁니다. 여기서 샀던 책은 '트렌치코드'입니다.
#성품 서점(성품 생활, Eslite bookstore)
지금 홍콩 하버시티에서 찾아간 서점입니다. 정확히는 '성품 생활'이라고 간판에 적혀 있어요. 라이프스타일을 전부 다 팔겠다는 의미 같죠? 홍콩의 교보문고라 생각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한쪽에 그릇, 향수, 문구류 등이 있고 메인은 도서입니다. 여기는 바다, 정확히는 항구라 바라 보이는 넓은 창을 끼고 테이블에서 책을 볼 수가 있습니다. 게다가 커피를 마시면서.
이 날은 'How to be interesting'를 샀습니다.
<홍콩 하버시티 성품 서점>
서점 투어를 목적으로 여행을 설계해본 적은 없었지만 여행 길목마다 서점을 접하고 다녔습니다.
두 가지인 거 같아요. 서점을 찾아다니느냐, 다니는 길에 들리느냐. 일부러 찾아갔던 서점은 선진 시스템을 배우고, 영감을 얻기에 좋습니다. 그러나 제 결론은 바쁜 여행길에 서점을 일부러 찾아다닐 것까지는 없을 거 같습니다. 무심코 들어가게 되는 서점에서 더 감동을 받을 수도 있죠. 백화점이나 쇼핑몰 한편(돈이 안되기 때문에 보통 눈에 잘 안 띕니다.) 또는 공항 한 켠 서점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책 한 권이 더 소중할 수도 있으니까요.
끝으로 서점에 서서 책을 읽는 사람들을 유심히 봅니다. 젊은 사람들이 서점에 많다는 건,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LA나 바르셀로나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었습니다.
2019년 7월 지금 홍콩은 특히 퇴근하고 오는 직장인 차림의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지친 몸을 끌고 서점에 와 책을 본다는 건 대단한 의지가 아니면 힘들거든요. 홍콩에서 저는 그러한 젊은이들의 불안함을 서점에서 느꼈습니다.
매대를 차지하는 도서도 정치가 경제보다 더 많은 곳이구요. 일본은 여성 실용서나 취미, 건강 서적이 많은데 홍콩은 그런 분야는 거의 찾기 어려웠습니다. 특이하게 연애하는 법, 뭐뭐 하는 법 등 방법에 관한 책들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젊은이들이 무언가를 책을 통해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많았기 때문 아닐까요?
<홍콩에서 산 책>
여행 간 나라를 이해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서점을 보는 것입니다. 여행지에서 맛집 하나 빼고 서점도 한 번 들러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