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이 만들어지는 구조에 대해 우리는 거의 생각하지 않고 살아간다. 아마도 무언가를 살 때 뭔가 탐탁지 않은 가격이지만 그럴 이유가 있겠지 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또는 이거 아니면 안 돼 라는 감정에 휩싸여 나도 모르게 결재를 하고 있는 경우도 있고.
어려울 것 같지만 막상 따지고 보면 가격의 메커니즘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본래 모습에서 멀어질수록 누군가의 손을 많이 거칠수록 가격을 올라간다. 즉 이해관계자가 많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예뻐 보이고, 접근하기 편리해진다.
옷값의 진실, 브랜드와 포장이 가격을 올린다.
백화점 쇼윈도에 국내 Top 여성복 브랜드의 원피스가 있다. 소비자가가 100만 원이다. 백화점에서 여성복 한 벌에 100만 원은 그리 놀라운 가격이 아니다. 패션은 감성 소비이기 때문에 이 옷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분명히 있다. 원래 이 브랜드를 충성하는 고객이거나 이 옷을 꼭 사야겠다는 충동을 느끼는 고객이거나.
이 옷은 소비자에게 도착하기까지 어떤 경로를 거칠까? 그리고 그 과정에 상주하는 사람들과 비용은 어떤 게 있을까?
100만 원짜리 원피스의 경우 대게 이 정도의 비용이 든다.
① 생산 원가: 소비자가의 20~25% 수준. 원재료비, 부재료비, 공임, 포장비, 업체 마진, 납품비 등
② 브랜드 운영비 : 디자이너 및 직원 인건비, 사무실비, 상품개발비, 마케팅비, 물류센터 비, 운송비 등
③ 백화점 수수료 : 소비자가의 35~45% 수준이며 홈쇼핑 등의 채널도 유사함.
④ 매장 운영비 : 판매직원 인건비 및 판촉물 비, 전기세, 청소비 등
⑤ 마진 : 브랜드에서 가져갈 수 있는 수익
학원을 보낼 때는 비용과 수익을 철저히 계산하라.
한 가지 예를 더 생각해볼까 한다. 보통 가계에서 가장 줄이기 어려운 부분이 사교육비다. 자녀 한 명이 중학교~고등학교까지 보통의 학원을 다닐 때 예상되는 비용을 산출해보자면 6년간(72개월) 주요 과목인 영어, 수학, 국어, 과학, 사회 5과목을 학원에서 수업받는다고 보자. 보통 과목당 30만 원이니 총 예상금액은 1억 8백만 원이다. 게다가 기껏 다녔는데 효과가 없다고 갈아탈 때 발생하는 부대 비용과 시간 낭비는 어떠한가? A학원에서 사고력 수학을 2년 했는데 B학원에 가면 학부모의 불안심리를 건드려 다시 낮은 레벨로 들어가야 한다. 영어학원도 마찬가지다.
학원비를 구성하는 요소는 다음과 같다.
① 강사비, 교재비 : 입시 학원은 실력에 따른 강사비는 차이 있음, 자체 제작 교재가 있을 경우는 교재비
② 시설 유지비 : 책상, 의자, 칠판 등 학원 물품 구입 및 보수 비용
③ 관리비 : 학원 월세, 냉난방 전기세, 정수기 비용 등
④ 학원 운영비 : 셔틀차량 운행비, 학원 홍보비, 조직 운영비 등
⑤ 마진 : 학원 원장이 가져가는 수익
위 두 가지 사례를 보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드는가? 우리가 소비하려는 물건과 서비스의 본질(민트 컬러 문장)을 둘러싼 많은 부대 비용들이 보이는가?
여기서 핵심은 '알맹이만 보자'라는 것이다.
아니, 알맹이만 볼 수 있는 능력을 키우자는 것이
오히려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 부대 비용을 줄이고 더불어 시간도 아낄 수 있다. 백화점이나 학원을 오가며 소비하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감정에 혹해서 샀던 옷들을 몇 년 뒤 옷장에서 발견하여 정리할 때를 떠올려 보자. 구입가 대비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제품의 가치를 말이다. 그리고 자녀 학원도 마찬가지다. 학원 보낼 돈을 아껴 자기주도 학습을 시키고 동기부여로 여행이나 용돈을 제시한다면 안 하던 공부도 바짝 하지 않을까?
이렇게 가격을 이루고 있는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있다면 실제 생활에 적용해보자. 둘러보면 우리 생활 속에도 효과적인 소비를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생활 속에서 접목할 수 있는 경험들을 공유해보겠다.
#1. 여행을 가면 시장을 들리자.
시장은 상품의 민낯을 가장 보기 좋은 곳이다. 별다른 포장이 없다. 수북이 쌓아 놓고 가격이 마음에 들면 거래가 이뤄진다. 게다가 중간 유통 마진이 없으니 얼마나 저렴한가. 흥정과 덤은 심지어 재밌기까지 하다.
특히 아이들과 여행을 좋아한다면 반드시 시장을 가보자. 그 지방의 특산물이 뭔지 알 수 있을뿐더러 싸게 구입할 수도 있다. 예로 통영에서 굴이나 김을 사서 택배로 집으로 보낼 수 있다.
#2. 과일은 트럭이 좋다.
주변에 과일(또는 과일주스) 전문점을 본 적이 있는가? 대게 한 위치에서 가겟세를 내고 지역의 유동인구만 대상으로 장사하기에 과일은 좋은 품목이 아니다. 신선도가 중요해서이다. 빠르게 과일들을 회전하기 위해서는 요일별로 몇 군데를 정해놓고 이동하며 판매하는 게 좋다. 그리고 이미 소비자들도 그 가격과 상품 선도에 익숙하기 때문에 특별히 과일전문점을 이용하지 않는다.
#3. 마트 PB(Private Brand) 의류를 구입한다.
마트는 전국의 주요 거점도시와 지역에 대부분 있다. 마트 의류는 필요 소비재와 동일하다. 대부분 대량으로 생산하고 유행을 크게 타지 않기 때문에 해외 생산을 주로 한다. 그래서 원가가 싸고 유통마진이 거의 없다. 게다가 장 보러 마트 들렀다가 한 두 개씩 구매해올 수 있으니 시간은 얼마나 절약되는가? 1년 단위로 옷을 구매해야 되는 아이 옷이나 기본 스타일 비중이 높은 남성복의 경우 마트 의류는 비교우위다.
#4. 피부 미용은 비싼 화장품이 다가 아니다.
비싼 화장품은 방판(방문판매)을 통해 사기도 한다. 영업하시는 분들의 상술 때문에 오버해서 구매하게 되는 경향이 꽤 있다. "누구는 어떤 라인 쓰는데 이 정도는 쓰셔야 하지 않을까요."라며 고객의 자존심을 건드려 매출을 올리기도 한다.
좋은 성분의 특화된 화장품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성분은 비슷하다. 오히려 화장품을 저렴하게 사용하면서 피부 관리실을 통해 마사지로 관리받는 방법도 괜찮다. 피부는 혈액 순환과 몸속 노폐물 제거로도 좋아지기 때문이다. 마사지샵을 고를 때는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이 직원 없이 하는 샵이 오히려 좋다. 기타 불필요한 부대 비용이 없고 주인이라서 더 친절하다.
#5. 운동 시설
동네에 새로 오픈한 헬스장이나 요가, 필라테스가 있다면 잘 관찰해보자. 시설 투자비가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새로운 인테리어에 새로 구입하는 운동기구들, 강사진까지. 그렇기 때문에 6개월 또는 연간으로 회원등록을 유도한다. 그리고 가격이 비싸고 환불이 쉽지 않다. 좋은 시설과 환경에서 운동하는 것이 목적이면 그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하지만 운동을 통해 건강함을 유지하는 거라면 다른 걸 추천한다.
오픈한 지 좀 지난 저렴한 헬스장을 이용한다. 또는 시립이나 구립 스포츠 센터를 이용해도 좋다. 지역 주민을 위한 시설이기 때문에 강사진의 수준도 높고 편의 시설도 잘돼 있다.
#6. 간단한 요리는 직접 하자.
"혼자 해 먹는데 재료비가 더 많이 들어요."라는 푸념 아닌 푸념을 들어본 적이 있다. 일주일치 반찬, 주말 아침의 브런치 등은 간단히 만들어 보자. 쉽고 빨리 만들 수 있는 자신만의 요리 레시피를 가지고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역시 외식을 하게 되면 접시 위의 음식값 외 지불해야 될 많은 비용들(가겟세, 인건비, 홍보비 외)이 있기 때문이다.
#7. 아파트는 분양을 노려라.
보통 직장인이라면 청약통장 하나쯤은 갖고 있지 않을까 한다. 분양을 통한 내 집 마련은 많은 이점이 있다. 그중 하나가 부동산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동산 수수료가 보통 0.5% 수준이니 6억 아파트는 복비로 300만 원이 든다. 또 구축 아파트 구입 시는 인테리어 비용이 추가로 예상해야 한다.(ex. 33평 X150 만 원= 약 4천5백만 원). 물론 청약 당첨이 쉽지는 않겠지만 안되더라도 기회를 놓치긴 아깝다.
#8. ETF(Exchange Traded Funds, 상장지수펀드)
ETF는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펀드를 뜻한다.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가 아니라 내가 실시간으로 마치 주식처럼 매매할 수 있는 펀드이다. 그렇기 때문에 펀드매니저 운용 비용을 세이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경제 공부를 하고 있는 직장인이라면 펀드에 묻어두기보다는 ETF로 실제 거래해봐도 좋다.(※ ETF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절약해야 부자가 된다.
절약한다고 모두가 부자가 되는 건 아니지만,
부자 중 대부분은 절약이 몸에 배어 있다.
즉, 절약한 사람은 부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절약하지 않으면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소득에서 저축하는 금액이 클수록 자산이라는 눈덩이는 더 빨리 굴러간다.
여기 물건 A와 B가 있다. A가 B보다 비싸고 더 좋아 보인다. 내가 부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가성비를 따져 B를 고를 것이고, 부자가 되어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필요 유무를 다시 고민하며 이미 가진 것 중 대체제를 생각해볼 것이다. 가장 주의해야 하는 인물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A를 산다. 돈을 쓰면서 자존감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스트레스를 푼다면 결국 미래의 자산 스트레스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시간 부자가 되기 위한 목표를 정했다면 절약은 필요조건이다. 이제 물건값의 메커니즘을 이해했다면 돈을 쓰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보도록 하자. 그래서 최소 비용으로 최대한의 만족을 구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