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로도토스의 'HISTORY'에 의하면 네부카드네자르 2세 (Nebuchardnezzar 2, BC605~562)가 통치하던 시대에 '바빌론의 성벽'이 지어졌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이기도 한 이 건축물은, 둘레가 66킬로미터에 높이는 24미터가 넘었으며, 여러 개의 감시탑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성벽 꼭대기는 4두 전차 네 대가 나란히 달릴 수 있을 만큼 폭이 넓었다고 한다. [참고: 네이버 지식백과]
당시 기술로 이러한 건축물이 짓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힘든 것이었다. 그 성벽을 만든 이들은 바로 '노예'였다. 심지어 그 시절 노예의 대부분은 중산층이었다가 노예가 된 경우가 많았다. 네부카드네자르 2세가 통치하던 시기에 동서양 문물의 교류가 활발하여 상업과 금융이 최고조에 달했었고, 고리대금 업자들이 번성했었다. 농사나 생계를 위해 돈을 빌리기도 했지만 동서양의 신기한 물건을 사고 싶어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해 노예로 전락한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참고: 운명을 바꾸는 10년 통장, 3년 후 한국은 없다]
현대사회는 노예가 없을까?
요즈음 화두가 되고 있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은 저울 양쪽에 '일'과 '가정'을 올려놓고 평행을 맞추자는 의미이다. 앞서 위클리 매거진 1화. 직장인, 우리가 돈을 버는 이유(https://brunch.co.kr/@holidaymemories/84)에서 썼듯이 직장인이라면 돈을 벌기 위해 회사를 나간다. 월급으로 생활과 투자가 가능하다면 워라밸을 선언하기에 좋은 조건이다. 하지만 내가 지금 학자금이든 주택담보대출이든 원금과 이자에 대한 압박이 심하다면 직장 생활하기가 굉장히 스트레스풀할거라 예상한다. 일이 없어도 회사에 남아 프로 야근러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 그것이다. 야근비를 올리기 위해 남아 있을 수도 있고, 회사에 충성을 다하는 것처럼 보여야 해서 야근을 자청했을 수도 있다. 또한 원하지 않는 상사와의 저녁 식사를 해야 하며 가정과 회사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불가피한 현실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야 한다. 이런 삶이 노예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빚을 진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우리는 20대에 들어서면서부터 크고 작은 빚을 지고 산다. 학자금 대출로 시작한 사회생활. 더 이상 내 인생의 빚은 없다 다짐하지만 우리는 할부로 차를 사고 모자라는 생활비를 마이너스 통장으로 살아가고 있다.
대학 시절 학자금 대출, 결혼할 때 전세자금 대출, 직장인이라면 마이너스 통장, 집 살 때 주택 담보 대출, 쉽고 빠른 카드론, 차 살 때 할부금...
여러 가지 서류를 준비해서 은행에서 복잡한 서류들에 도장을 찍고 계좌로 받는 것만 대출이 아니다. 우리가 무심코 쓰고 있는 신용카드들도 대출의 일종이며 홈쇼핑을 보며 무의식 중에 결재하는 무이자 할부도 대출이다.
이쯤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다. 카드 포인트를 잘 쌓아서 활용한다는 것은 영리한 소비일까? 젊고 친근한 목소리의 여성이 전화 한 통이면 빌려준다는데 과연 날 위해서일까? 연말 정산을 잘 받기 위해 카드를 긁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온갖 마케팅에 속고 살고 있다. 즉, 끊임없이 노예의 삶을 이어가야 하게끔 소비의 유혹을 당하고 있다.
통장에 꽂히는 월급에서 50% 이상이 대출 (신용카드 결제 금액 포함)이라면 과소비라 생각해도 좋다. 직장인이 빚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을 단계별로 알려주려 한다.
1단계. 환경에 휘둘리지 말자.
# 직장인 H대리의 사무실은 청담동이다. 건물들도 예쁘고 커피숍, 케이크 가게, 스테이크 가게, 구두가게.. 모든 것이 고급스럽고 예쁘다. 심지어 지나다니는 여성들도 멋지고 비싼 옷을 입고 있다. 동네가 고급스럽다 보니 근처 식당들도 가격이 꽤 비싸다. 근무하다가 잠깐 나와서 마시는 커피도 기본 5천 원이고, 점심으로 먹는 식사도 12천 원이 일반적이다. 회사 근처 옷가게에서 지나가다가 예쁜 코트를 보고 하나 사게 된다. 미용실도 고급스럽다. 마치 나도 여기에 살던 사람과 같은 착각이 든다. 아무래도 회사 다니기가 힘들어 근처로 월세를 옮겨야겠다. 그녀는 지금 보증금 5천에 월세 100에 살고 있다.
회사가 비싼 동네에 있을수록 이렇게 착각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연봉이나 자신의 자산 규모를 따져보지 않고 다들 이렇게 산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돼버리면 월급은 정말 생활을 유지해주는 기본 수단으로 전락하고 내 손에 쥐게 되는 돈은 제로가 되고 말 것이다.
2단계. 미래 소비를 하지 말자.
"언젠가 필요할 거 같아서 샀어. 이왕 사는 거 대량으로 사두면 싸잖아. 홈쇼핑에서 '마감 임박'이래"
우리는 소비를 한 뒤 이렇게 자기 합리화를 시킨다. 그 미래 소비를 위해 카드를 긁는 것, 이것 또한 생활 속에서 소소히 일어나는 빚의 일종임을 망각하고 있다. 우리가 카드 명세서를 받고 또 한 번 놀라고 말이다.
미래를 위한 소비로 우리는 미래의 월급을 당겨서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는가? 철저하게 '필요'와 '욕망'을 구분한 소비습관을 익히도록 하자.
3단계. 강제 저축을 해보자.
'소비를 하기 전에 먼저 저축을 한다' 가장 재테크의 기본 개념이지만 지키기 어렵다. 생각지도 않게 돈 쓸 일이 발생하는 것이 인생이다. 하지만 기본과 원칙을 세워두지 않는다면 여러 변수들에 의해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또한 꼬리표 없는 돈은 소비의 유혹을 견디기 어렵다.
강제 저축은 저축과 투자를 동시에 병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적금과 예금/ 펀드/ 보험/연금으로 구분하여 급여 수준에 맞게 적절히 배분하여 자동 이체시키는 것이다.
특히 수입이 많은 맞벌이 부부의 경우는 꼭 한 사람 월급은 분산시켜 자동 이체해야만 한다. 맞벌이라 양가에 씀씀이도 크고, 자녀에게 제공하는 선물의 금액도 높고, 휴가 때 쓰는 비용도 많아 결국 남는 게 없다는 푸념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4단계. 퇴사(NEXT STEP)를 생각해보자.
모든 직장인이 벗어날 수 없는 단 하나의 원칙이 있다. '누구나 회사를 떠난다' 태어나면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는 것처럼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라면 거부할 수 없는 이치다. 그러나 문제는 이 당연한 이치를 잊은 채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마치 자신의 자리가 영원할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많다. [출처: 나는 무적의 회사원이다.]
자의든 타의든 , 지금이든 나중이든 언젠가는 회사를 떠나야 한다. 준비 없는 퇴사는 죽음이다. 여기서 말하는 준비란? 월급 대신 먹고사니즘을 해결해 줄 수 있는 '필살기', 그리고 그것을 이루게 해줄 '돈'이다. 내가 원하는 순간 회사를 떠날 수 없다는 건은, 개인의 신념과 자유를 빼앗겼던 바빌론의 노예와 동의어이다.
상대를 빚지게 하라.
그리고 빚을 더 줘서 빚을 갚게 하라.
5천 년 전 바빌론 왕의 명령으로 현자가 만든 고전의 원문에 적힌 글이라고 한다. 노예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낸 글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진리는 이것.
빚지지 마라.
빚을 좋아지도 마라.
빚을 안 쓰고 우직하게 돈을 모으는 사람을 비웃지도 마라.
빚 없는 검소한 부자를 걱정하는 가난한 노예가 되지 마라.
빚에 저당 잡혀 시시푸스처럼 목적도 의미도 없는 직장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면 노예와 다를 바 없지 않은가.
돈 좀 모아야지! 막연하게 생각하고 오늘 또 하루가 지나간다.
일하기 위해 사는가? 살기 위해 일하는가? 출근길에 잠깐 고민해보는 하루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