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이 적어서, 금리가 낮아서, YOLO라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내가 저축을 할 수 없는'이유이다. 다들 금리가 너무 낮아서 적금을 붓더라도 물가 상승률을 생각하면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현재 물가로는 살아가는 것도 너무 벅차다고 한다. 하지만 급여생활자가 직장을 다니는 근본적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돈을 벌기 위해서다. 정확히 말하자면 소득에서 소비를 빼고 저축이나 투자를 통해 노동이 유효하지 않는 미래를 대비하고자 하는 것이다. 만약 '급여=소비'로 끝나버린다면 아마 국가에 세금을 내기 위해서거나 경기부양을 위해 직장을 다닌다고 그 정의가 바뀌어야 되는 게 맞다.
10년은 버텨라.
이 얘기는 그 분야에서 무언가를 얻기까지는 최소 1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만약 조직생활이 힘들거나 야근이 많거나 급여가 적어서 도피성으로 창업을 선택한다면? 뜻하지 않는 상황에 부딪힐 수 있다. 오히려 까다로운 고객을 상대해야 하고 더 늦게까지 일할 수 있으며 예전보다 더 적은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하든 10년은 버티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나는 여기에 좀 더 다른 의미를 부여해보았다. 최초 10년은 종잣돈을 모으는 최소한의 기간이다.
#STEP1.
입사 후 3년은 다른 투자에 기웃거릴 필요 없이 저축만 한다.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먼저 12개월간 적금을 넣은 뒤 만기가 되면 예금으로 옮긴다.(5천만 원 이하는 예금자 보호가 되기 때문에 금리 비교 후 가장 높은 은행을 추천)그리고 다시 2년 차 적금을 가입하고 12개월 후 기존 예금 만기에 엎어서 다시 예금을 가입하는 방법이다. 단, 예금 만기가 됐다고 이자를 홀랑 빼면 곤란하다. 원금, 이자에 끝자리를 '0'으로 맞추기 위해 오히려 돈을 조금 더 넣어서 재가입한다. 이런 방식으로 최소 3년은 굴려보도록 하자.
#STEP2.
이후 3~4년은 조금 더 안전하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곳으로 반복적으로 옮겨야 한다. 사실 이때가 가장 흔들리기 쉬운 시점이다. '누가 어디서 얼마를 벌었다더라'라는 말에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럴 때일수록 지나친 수익률을 제시하는 사람들이나 상품은 걸러내고 듣는다. 경제 기사를 눈여겨보며 안전한 우량주나 인덱스를 따라가는 상품에 투자하면 좋다.
#STEP 3.
마지막 3~4년은? 이쯤 되면 본인의 투자 스타일을 파악했을 시기라서 본인에게 잘 맞는 걸 하면 된다. 즉, 본인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예를 들어 주식이 잘 맞으면 공모주 청약 등 다양하게 주식 비중을 높이고, 부동산이 괜찮으면 전세 끼고 소액 투자하는 방식으로 비중을 높인다. 직장일이 너무 바빠 신경 쓸 여력이 없다면 매 년 유망 펀드를 몇 개 골라 적립식으로 꾸준히 자동 이체하는 것도 방법이다.
Stay hungry, Stay Foolish ( 지속적으로 갈망하고, 우직하게 나아가라 )
10년만 습관적으로 종잣돈을 모아본다면 당신은 믿기지 않는 결과를 만날 수 있다. 우선은 내가 얼마를 모아야겠다는 목표가 필요하다. 그것도 매우 구체적으로 본인의 연봉과 해마다 연봉 상승률, 금리 예측까지 하여 말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이가 지금 막 입사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호기심을 가지고 시도해 보면 좋겠다. 그리고 우직하게 월급의 얼마를 지속적으로 투자한다. 매 년 투자금이 늘수록 굴러가는 자산의 규모는 속도를 낼 수 있다.
초기 10년이 중요한 이유는 레버리지(leverage) 때문이다.
직장인 P양과 H군이 있다. P양은 직장 생활하며 급여의 60%를 저축하고 투자했더니 10년 뒤 3.1억이라는 돈을 손에 쥘 수 있었다. 반면 H군은 3년간 모은 돈으로 자동차를 사고 매 년 20%씩 저축과 투자를 하였더니 10년 뒤 고작 7천만 원을 모았다. (신입 연봉 2,800만 원. 연봉 상승률 평균 5%, 최초 3년은 2% 금리 이후는 투자 수익률 8% 동일 적용 시)
10년 차 되던 해 P양은 대출을 끼고 4.5억짜리 아파트를 샀고, 그 이후 다시 10년간 아파트는 6억으로 상승했고 대출금은 다 갚았으며 추가 금융 자산도 3억이 되어 총 9억 수준의 자산을 이루었다. H군은 10년간 모은 7천만 원으로 월세에서 반전세 원룸으로 옮겼고 10년 간 1.7억을 더 모아 2.4억의 전세로 옮겼다.
처음에 똑같이 시작했던 두 직장인이 20년이 흐른 40대 중후반에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다. 한 명은 9억대의 자산가이고 다른 한 명은 2.4억을 가진 일반인이다. 어떠한가? 지금 바로 연봉과 연봉 상승률, 금리와 수익률을 수식으로 넣어 엑셀 파일을 돌려보고 싶지 않은가? 지금 나와 내 미래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었다면 당장 시뮬레이션해보도록 하자.
혹시 옆자리 동료가 P양일 수 있다. 그녀는 웃으면서 아마 회사를 다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직장에서는 매 년 10월 이전에 차기 연도 사업 계획을 작성한다. 올해 사업 결괏값을 데이터로 추출하고 팀원들이 워크숍을 통해 성과 반성에 대한 토론을 한다. 거기에 시장 현황과 사내에서의 전략 방향, 그리고 사업부장님의 의견을 담아 내년도 단기 계획, 중장기 계획 작성한다. 경영관리팀에 가서 욕먹고 깨지고 다시 목표를 올려 잡는다. 물론 엑셀에 넣은 숫자 값을 변경하면 자동으로 모든 수식에 물리게 된다.
모든 게 다 엑셀로 이루어진다.
수치화되지 않는 것은 관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회사는 내가 주인공이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렇게 열심히 3년 뒤, 5년 뒤, 10년 뒤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내 인생의 엑셀표를 만들어본 적 있었던가? 아니, 최소 올해는 얼마를 모아야겠다는 계획은 잡아보았는가?
얼마를 버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를 저축하느냐가 중요하다. 내가 지금 대기업에 못 들어갔다고 슬퍼할 일이 아니다.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그 결괏값은 같거나 역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매 년 8%의 수익을 구하고자 한다면 경제 공부는 꼭 해야만 한다. 우리 아버지 세대처럼 10%의 금리를 주는 은행은 더 이상 없다는 것을 잘 안다.
돈을 벌면서 저축과 투자를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게다가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소비를 절제하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 직장 생활 10년 간은 부장님, 상무님께 점심 얻어먹기 위해 따라 나가도 괜찮다. 잘 모르는 다른 팀 사원, 대리 부조금 안 해도 괜찮다. 대학 동문회 가서 후배들한테 밥 안 사도 괜찮다.
젊었을 때 가난한 것은 괜찮다. 가난은 그래서 초장에 잡아야 하는 것이다.
지금 다름 사람에게 비치는 지금의 내 모습보다는 경제적 자유를 얻었을 10년 뒤를 생각해보자. 더더욱 오늘이 소중하고 지금 급여를 주는 직장이 고마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