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나를 함부로 대할 수 없습니다 | 라마니 더바술라 저
하루 종일 쯔양의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책을 읽은 지는 며칠 됐지만 어떻게 글을 써야 하나 생각만 하고 있던 찰나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세상에 저렇게 예쁘고 유명한 사람 도 가스라이팅 피해자라니.. 하루 종일 마음이 쿵쾅거렸다.
우울증으로 정신과를 찾아간 적이 있다. 물론 병원에서는 내게 우울증이라는 병명까지는 허락하지 않았다. 지금이었다면 소리라도 질러보고, 멱살이라도 잡아봤을 것 같은데 그때 그는 내게 커다란 벽 같았다. 내가 절대로 흔들 수 없는 무엇. 그를 쥐고 흔들 힘은 커녕 마주 볼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 그때 나의 선택은 그저 그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눈을 피하는 것 뿐이었다. 나는 그저 무가치한 쫄병 1 이었다. 그때 난 참 출근이 싫었다. 내가 겪은 이 일이 가스라이팅이라는 것도 나중에 인지했다.
나르시시스트.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에 반했다는 소위 자기 잘난 맛에 살아가는 이상한 사람 정도로 나르시시스즘을 이해하는 사람이 꽤 많다. 하지만 실상 이들은 사이코패스와 견줄 정도로 위험한 인간 군상이다. 세상의 중심이 오직 본인이어야만 하며 모든 잘못은 남의 탓이라 (실제로 믿고) 이야기하는 이 인간들 덕분에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정신과를 찾는다. 정신과 의사가 그랬단다. 진짜로 정신과에 와야 할 사람들은 안 오고 그 사람에게 피해 입은 사람들만 여기를 찾는다고. 이런 세상을 살아가는 중에 이 책이 왔다.
누구도 나를 함부로 대할 수는 없습니다.
정말 어디 가서 소리라도 지르고 싶을 정도로 명징한 선언이었다. 옳다. 누구도 타인을 함부로 대할 수는 없다. 심지어 이 것이 나라면 외침은 더 단단해진다. 눈에 보이는 몸에 관한 것이든 보이지 않는 마음에 관한 것이든 상관없다. 결코 누구도! 나를 함부로 대할 수 없다. 이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음에도 피해자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간다. 가스라이터는 피해자의 영혼을 보이지 않는 새 야금야금 갉아먹어 결국에는 피해자를 무장해제 시켜버린 채 마음대로 조종한다. 피해자도 피해자인 줄 모르고, 가해자도 저가 가해자인 줄 모르는 상황. 그런 상황에 놓은 우리에게 책은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7가지 신호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1. 상대에게 긴 설명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2. 피해자로서 느끼는 감정을 입증할 증거를 제시한다(예 : 오래전에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보여준다).
3. 공개적으로 또는 은밀하게 대화를 녹음하여 상대가 말한 내용을 증거로 남긴다.
4. 자신의 감정을 파악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말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5. 무슨 말을 하기 전에 서론이 길다.
6. 소통할 때마다 증거를 남기기 위해 서면으로 작성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느낀다.
7. 상대에게 미안하지도 않은데, 그냥 '좋은 게 좋은 거지'라고 생각하 며 대충 사과하며 상황을 모면한다.
어떤 특정한 사람 앞에서 이런 마음을 가진다면 저자는 반드시 가스라이팅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한다. 이는 남이 아니라 부모나 형제 혹은 배우자일 가능성이 더 높다. 남이면 차라리 끊어버리고 말 테지만 지근거리에 붙어 내 숨통을 조여오는 인간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질문에 저자는 명징하게 말한다. 끊어버리고, 용서하지 말라고. 그리고 끊임없이 이 상황을 남들에게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이야기하라고. 당신은 잘못이 없다고.
때로 우리는 너무 쉽게 용서를 말한다. 용서하면 편해진다고? 진짜 피해를 입은 이들은, 피눈물 나는 자리에서 누군가를 한없이 저주해 본 이들은 결코 그렇게 말할 수 없다. 용서하라, 나를 성장시키려는 신의 뜻이었다 따위의 이야기는 이 모든 상황이 종료되고 이 상황을 웃어넘길 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용서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구하는 것이지,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내밀 수 있는 어떤 것이 아니다.
책을 읽으면서, 길지도 않은 글을 쓰면서도 마음이 자꾸 휑하고 아팠다. 책장 사이로 아이들이 그렇게도 외치는 '너는 특별하단다'라는 책이 보였다. 어쩌면 이 녀석이 문제일 수도 있겠다란 생각도 들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괄호를 굉장히 많이 치고 싶었다. 너만큼이나 모든 사람은 특별하고 소중하다.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을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