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떠난 대만/상해 배낭여행 이야기 10
서커스를 보고나니 9시가 넘었다.
지하철 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멀리서 불꽃놀이도 한다.
무슨 행사 때문에 하는 건지는 몰라도 그 불꽃들을 보니
이제 여행이 마무리가 되어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 저녁을 먹지 못했다.
점심을 늦게 먹어서 그런지 몇몇을 제외하고는
별로 배고파 보이진 않았다.
그래서 간단히 역 안에 있는 편의점에 들려
저녁으로 먹을 만한걸 사서 숙소로 향했다.
숙소로 돌아와 오늘은 내 방에 모여 다 같이 일지를 썼다.
모이니까 서로 떠들기 바빠서 진도가 잘 안 나가긴 했지만
여행을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지려면 이게 편할 것 같아 그렇게 했다.
일지를 쓰는 동안 나는 아이들 간식거리를 좀 사와 먹게 했고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여행에 대한 소감을 이야기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역시 나이가 좀 있는 고등학생들이 조리 있게 잘 이야기한다.
우리 중학생들도 솔직하게 잘 이야기했다.
막내인 다람쥐는 “재밌었다.” 라는 짧은 말 한마디로
깔끔하게 소감을 정리했다.
끝으로 내가 아이들한테 해주고 싶은 말을 좀 전했다.
이야기하다보니 내가 막 먹먹해지려 한다.
이야기를 끝내고 아침 일정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하고 방으로 돌려보냈다.
내일은 새벽 6시에 공항으로 떠나는 버스를 타야 한다.
호텔 앞까지 버스가 오기로 했다.
그러려면 적어도 5시까지는 일어나야한다.
아이들이 좀 피곤한 것 같아 아침에 늦으면 절대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하고 방으로 보냈다.
만약 내가 5시까지 깨우러 가지 않으면 깨우러 오라고도 했다.
나도 피곤하니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나는 2시 반까지 현지소식을 쓰다 깜빡 잠이 들었는데
초인종 소리에 일어나보니 5시였다.
문 밖에는 오리가 와 있었다. 오리는 자면 못 일어날까봐 그냥 밤을 샜다고 한다.
내가 5시가 지났는데도 깨우러 오지 않으니 날 깨우러 왔다고 한다.
어제 아이들한테 늦게 일어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었는데 좀 부끄럽다. ^^;
다른 방 아이들을 모두 깨워 배낭을 매고 로비에 모이게 했다.
이제 버스 타고 공항으로 가는 일만 남았다.
예상치 못했던 일이 생겼다.
호텔 직원이 체크아웃을 하는데 너무 오래 걸린다.
새벽이라 방마다 확인을 한다고 혼자서 5개 방을 다 돌고는
아이들이 먹은 걸 확인하고 다닌다.
내가 시간이 없으니 빨리 좀 해달라고 재촉하자
디파짓으로 맡긴 돈을 돌려준다면서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오질 않는다.
그렇게 체크아웃 하는 데만 30분이 걸렸다.
게다가 다람쥐가 방에 시계를 두고 와 그걸 찾는다고 다시 좀 시간을 보냈다.
결국 6시 40분에 겨우 출발했다.
공항까지 적어도 50분은 걸리니
애초에 계획했던 것보다 많이 급해졌다.
그래도 체크인만 빨리 하면 어떻게든 시간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공항까지 가는 길에 아이들은 전원 뻗었다.
한명도 남김없이 다들 곤히 잠들었다.
상해의 새벽 도로를 지나 푸동 공항에 도착했다.
새벽이라 차가 별로 없어 40분 만에 도착했는데
체크인 카운터로 갔다가 ‘오 마이 갓~’을 외칠 뻔했다.
사람이 너무 많다. 줄이 길어 어디 가서 서야 될지도 모를 지경이다.
아이들도 반쯤 정신없는 상태라 너무 오랜 시간 줄 서는 건
힘들 것 같아 의자 앉아 잠시 기다리게 했다.
그동안 나는 체크인 카운터 직원에게 이야기해
우리가 탈 비행기 시간이 촉박하니 좀 빨리 해줄 수 없겠냐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안내 직원을 불러주겠다고 기다리라고 했다.
그렇게 의자에서 15분쯤 기다렸는데도 아무리 오지 않는다.
내가 부탁한 직원도 어디 갔는지 보이질 않는다.
일단 다른 직원에게 그 직원을 찾아달라고 이야기하고는
만일을 대비해 아이들을 데리고 줄을 섰다.
줄을 선지 20분쯤 지나자 그 직원이 나에게 와서
시간이 없으니 한꺼번에 체크인 하자고 우리를 데리고 갔다.
이제야 나타난 직원 때문에 화가 나서 부글부글 끓어올랐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여기선 빨리 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카운터 직원들도 서둘러 일을 처리했다.
발권을 마친 다음 안내 직원을 따라 달려갔다.
아직 잠이 덜 깬 아이들과 아침부터 공항을 뛰어다녔다.
그렇게 안내 직원이 출국 심사와 휴대품 검사를
최대한 빨리 진행하도록 도와줘 금방 들어가는 듯 했다.
그런데 휴대품 검사를 담당하는 직원이 우리를 안내하는
직원에게 와서 왜 그냥 지나 가냐고 바쁘면 그냥 가도 되냐고 화를 낸다.
시간도 없는데 자기들끼리 난리다.
어찌됐든 잠시 간의 소동을 뒤로 하고 게이트로 뛰어가
비행기 출발 5분 전쯤에 탑승을 완료했다.
마지막까지 참 다이나믹한 여행이다.
여유가 없어 아이들에게 면세점 구경할 시간을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
계획대로 진행됐다면 면세점에서 30분 정도는
기념품 살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을 텐데 못내 아쉽다.
아이들은 비행기에서도 거의 잠들었다.
기내식이 나올 때 잠시 일어나 먹고는 다시 잠들었다.
다람쥐는 깨워도 일어나지 않아 기내식도 못 먹고 계속 잠만 잤다.
어떻게 하다 보니 순식간에 대구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 도착해 짐을 찾은 다음 마지막으로
단체 사진을 한 장 남기고 출국장으로 향했다.
그렇게 다들 집으로 돌아가고 나도 집에 돌아와
지금 이렇게 일지를 쓰고 있다.
한동안 아이들과 지내다 돌아오니 아이들의 빈자리가 느껴진다.
금방이라도 저 문으로 시끌벅적한 그 녀석들이 나타날 것 같다.
이번 여행을 하며 가장 많이 나를 도와준
두루미는 이제 곧 대학생이 될 것이다.
동생들을 챙기면서도 뭐든지 척척해내는
두루미를 보면 믿음직스럽고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어디서든 누구에게라도 사랑 받을 것이다.
남자 아이들 가운데 맏형이었던 기린은
동생들을 세심하게 배려해주고 잘 이끌어줬다.
이번 여행이 평화로울 수 있었던 건 기린 덕이 크다.
지난 유럽배낭여행 때 만나 생각이 깊고 성격 좋다는 건 알았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더 잘 알게 되었다.
고등학생이 되어 다시 만난 오리는
여행하는 동안 가장 활발한 분위기 메이커였다.
내내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줘서 동생들도 좋아했다.
한 번씩 엉뚱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지만 그게 매력이다.
선생님 마음도 잘 알아주고 어른스러운 모습도 보여줬다.
비둘기는 꿈을 꼭 이룰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 여행이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고등학생답게 맡은 일도 금방 해내고 잘 따라주었다.
뒤에서 지켜보니 알게 모르게 동생들을 잘 챙겨주고 보듬어줘서 고마웠다.
항상 웃는 얼굴로 나를 대하던 사슴은 친해질수록 좋은 아이라는 느낌이 든다.
배낭여행이 힘들었을텐데 내색 한번 하지 않고 잘 따라주어 고마웠다.
비행기에서 하늘의 별을 보고 싶다며
밖을 살피던 그 모습이 아직도 내 기억에 많이 남는다.
호랑이는 나이답지 않은 어른스러움을 갖고 있어 놀랐다.
길 찾기를 할 때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물어보고
동생들도 잘 챙겨주었다.
대만과 중국의 현지인들과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걸 보면서
여행하는 법을 잘 아는 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북이는 이야기해보니 자기 생각과 주관이 뚜렷한 아이였다.
그래서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명확했다.
나한테 와서 이번 여행을 통해 만난 언니, 오빠들과
동생들이 착하고 좋은 것 같다고 이야기 했던 게 인상 깊었다.
가끔 보여주던 웃는 얼굴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원숭이는 참 편하고 친근한 아이였다.
친해지니 누구보다 살갑게 다가와
이야기해주는 정 많은 아이였다.
동생들과도 잘 어울려 놀았고
알게 모르게 그런 동생들을 뒤에서 챙기기도 했다.
참새는 지난 유럽배낭여행에서
만났을 때보다 훨씬 어른스러워졌다.
이런 저런 궁금한 것은 적극적으로 물어보고
왜 그럴까 고민도 하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무엇보다 때 묻지 않은 솔직함으로 나를 가끔 웃음 짓게 만들었다.
이번 여행의 막내였던 다람쥐는 첫 인상이 천방지축일 것만 같았는데
생각보다 듬직한 면이 있었다.
그리고 똑똑해서 형들 못지않게 맡은 일을 잘 해주었다.
활달한 성격에 남자다운 자존심도 있어서 앞으로 멋지게 자랄 것 같다.
가끔 보인 귀여운 행동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5박 6일이라는 시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그 시간동안 쌓은 좋은 추억과 경험들이
우리 아이들 인생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끝으로 죠슈아 J. 마린이라는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도전은 인생을 흥미롭게 만들며, 도전의 극복이 인생을 의미 있게 한다."
아이들이 도전한 대만 / 상해 배낭여행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 끝 -
그동안 대만 / 상해 배낭여행 이야기를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