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떠난 대만/상해 배낭여행 이야기 9
상해에서의 두 번째 아침이 밝았다.
오늘 아침도 변함없이 모닝콜을 했다.
그런데 평소와는 다르게 아이들 목소리가 좀 수상했다.
일어난 건지 아닌 건지 제대로 감이 안 와서
다시 전화해 일어날 것을 다짐 받았다.
나도 씻고 호텔 식당으로 내려갔는데
조식 먹는 애들이 두루미와 거북이뿐이었다.
그리고 좀 있다 참새가 내려왔다. 그리곤 아무도 안 오지 않았다.
다시 방에 전화해 얼른 밥 먹고 로비로 모이라고 이야기했다.
모이기로 한 시간이 되어 로비로 가니 여자 애들만 있었다.
오리, 비둘기는 오늘도 피곤해보인다. 또 새벽까지 놀았다고 한다.
아직 내려오지도 않은 남자 애들은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다시 전화해보니 이제 막 일어난 눈치였다.
어쩔 수 없이 여자 애들부터 지하철역으로 출발시키고 남자 애들을 재촉했다.
그렇게 내려온 남자 아이들은 아침에 내 전화를 받고는 그대로 다시 잠들었다고 한다.
이제 다들 체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졌나보다.
얼른 지하철 역으로 이동하여 여자 애들을 만나 첫 번째 목적지로 향했다.
오늘의 첫 목적지는 상하이 박물관이다.
중국의 역사 유물들을 12만점이나 소장하고 있는
박물관으로 중국 4대 박물관에 속한다.
대만에서 보았던 고궁박물관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중국 본토에서 보는 유물을 통해
둘 사이의 차이점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박물관이다.
남자 여자가 따로 출발하는 바람에 모둠은
자연스럽게 남자 모둠, 여자 모둠으로 만들어졌다.
박물관 앞에 도착해 아이들 얼굴을 보니 아침인데도 정말 피곤해보인다.
호텔에서 조식을 먹으러 내려온 두루미, 거북이, 참새 이렇게 셋만 멀쩡하고
나머진 영혼이 빠져나간 듯한 얼굴이다.
아무튼 아이들을 데리고 박물관 1층을 돌아보았다.
중국의 불상과 청동으로 만든 도구들을 살펴보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줬다.
대체로 중국과 우리나라를 비교하며 이야기했는데
불교 문화나 청동기 문화는 여러 가지 면에서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어서 좀 자세히 이야기했다.
박물관 2층에는 도자기들, 3층에는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미 고궁박물관에 보았던 유물들도 있고 아이들도 지쳐있는 상태라
원하는 아이들은 자유 관람을,
설명이 듣고 싶은 아이는 함께 다니며 설명해주었다.
박물관을 나와 다음으로 향한 곳은 인민공원이다.
인민광장 옆에 있는 공원이다.
때마침 공원에서 행사가 열려
아이들에게 어떤 행사인지 알아오도록 했다.
먼저 맞추는 사람에게 오늘 점심을 사주기로 했는데
열심히 뛰어갔다 오기를 몇 번하고 두루미와 오리가 맞췄다.
경험 많은 애들이 눈치까지 빠르다.
공원에서는 결혼할 상대를 찾는 행사가 열렸는데 우산 위에다
본인의 인적사항을 적은 종이를 붙여 줄 지어 앉아 있었다.
그런데 적혀 있는 인적사항은 다 젊은이들인데
종이를 적고 기다리는 사람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다.
자식을 얼른 장가보내거나 시집보내고 싶은 마음은 어디를 가나 비슷한가 보다.
아이들은 그걸 보고는
“왜 이렇게 결혼 상대를 구해요?”
“본인한테 이야기하고 하는 건가?”
하며 여러 가지 의문이 드는 모양이다.
인민공원을 보고 다음으로 간 곳은 예원이다.
원래 예원은 일정에 없던 곳이다.
상해라는 대도시를 여행하다보니 아이들이 중국스러운 느낌을
느끼기가 어려운 면이 있어 일부러 일정으로 잡았다.
예원은 쉽게 말하면 중국식 정원이다.
워낙 이름난 곳이라 주변에 상점들도 많고 사람도 바글바글하다.
오늘이 일요일이라 평소보다 사람이 2배는 많은 듯 하다.
예원으로 갈 때는 모둠을 새로 나눠서 보냈는데
한 번도 같이 해보지 못한 아이들이 없도록 모둠을 나눠 예원으로 향했다.
예원 지하철에 도착해 길을 묻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는 거의 다 왔으니
금방 찾아오겠지 생각하고 먼저 앞질러 입구로 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이들이 1시간이 넘도록 오지 않았다.
분명 예원 입구로 오라고 했는데 아무도 안 나타나는 상황이 계속 이어졌다.
물론 예원 주변을 한 바퀴 돌면 어딘가 모여 있겠지만
괜히 다니다 길이 엇갈릴까 싶어 계속 기다렸다.
아이들에게 어디에 있냐고 문자까지 보내 물어봤지만 답이 없었다.
그러다 사슴과 통화가 되었는데 예원 입구에 있다고 한다.
선생님도 예원 입구라고 하니 무슨 사거리 옆 문 앞에 있단다.
그 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들 여기 말고 반대편 입구에 가 있구나!’
그래서 반대편 입구로 오라고 이야기 한 후
40분을 더 기다리자 드디어 아이들이 나타났다.
기다리는 동안 점심시간이 지나버려 배가 고플 것 같아
일단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내가 아는 식당으로 향했다.
메뉴가 다양하고 중국 전통 음식들만 파는 곳이다.
아이들이 중국 음식을 자꾸 피하는 것 같아 일부러 데리고 갔다.
여자 아이들은 두루미, 오리가 메뉴를 골라와 다 같이 나눠 먹었다.
남자 아이들은 다 같이 메뉴를 골라와 1인 1쟁반으로 푸짐하게 먹었다.
음식 중에는 만족스러워하는 것도 있었고
너무 짜고 느끼하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있었다.
그래도 배가 고프니 다들 아주 잘 먹었다. 중국 사람처럼.
점심을 먹고 본격적으로 예원을 돌아봤다.
예원은 반윤단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아버지를 기쁘게 하려고 만든 정원이다.
기묘한 모양의 돌과 미로처럼 이어지는 건물들이 인상적인 정원이다.
아이들과 정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사진도 찍고 했는데 좀 지나자 아이들은 이런 반응을 보였다.
“무슨 정원이 이렇게 넓어요?”
“부자인가보다. 정말 엄청 부자”
아무래도 그만한 정원을 만들려면 정말 부자였을테다.
개인이 만든 정원이라고 보기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니까.
넓고 복잡하다보니 길을 잃는 경우가 생길 정도다.
여기서 자유롭게 둘러보게 하면
다시 모이기 힘들 것 같아 내가 데리고 다니면서 둘러보았다.
예원을 다 둘러보고 나와 다음으로 향한 곳은 와이탄이다.
원래 어제 저녁에 보려고 했지만 어제 일정이 좀 늦어져 오늘 보기로 했다.
예원에서 아이들을 한참 기다린 덕(?)에
야경을 보기 딱 좋은 시간에 와이탄에 도착했다.
와이탄에 도착했을 때가 이제 막 해가 질 무렵이었는데
이 때 가면 낮 풍경과 밤 풍경을 한 번에 볼 수 있다.
도착해 낮 풍경을 보고 30분 정도 지나자
완전히 어두워져 와이탄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아이들과 모여 야경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었다.
그런데 다른 데는 다 불이 켜져 있는데 아직 초저녁이라 그런지
와이탄 맞은편으로 보이는 푸동지구의 동방명주에는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시계가 5시 58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정각 6시가 되면 불이 들어올 것 같아
6시 전에 다 같이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오~ 사~ 삼~ 이~ 일~~”
6시가 되자 동방명주 입구 쪽에 작은 불이 켜지긴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타워 전체에 불이 들어오진 않았다.
내심 조금 기대했는데 약간 실망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그 실망감을 날려버리고자 마지막 일정을 발표했다.
이번 여행의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일정은 상하이 서커스 관람이다.
이 일정도 원래 일정엔 없었다.
그동안 아이들이 별 탈 없이 잘 따라주고
무사히 일정을 마친 걸 축하하기 위해 자리를 예약했다.
상하이 마시청 서커스를 보기 위해
서둘러서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
서커스 공연장이 지하철역 근처인데 와이탄 주변의
난징동루역에서 거리가 좀 있는 편이다.
관람 예약을 7시에 해둔 터라 바로 가더라도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예약표를 받을 수가 없다고 했더니
아이들도 시계를 보며 초조해했다.
지하철을 나와 공연장으로 우르르 달려갔다.
5분쯤 늦긴 했는데 다행히 표를 받을 수 있었다.
표를 받아 공연장에 입장해 자리를 잡았다.
지난번에 비해 상당히 가까운 자리여서 좀 놀랐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는 딱 좋은 자리였던 것 같다.
여러 아이들이 기대하고 있었는데 나는 어제 잠 못 잤던 아이들이 걱정되었다.
게다가 막바지라 피곤한 애들은 졸면서 볼지도 모른다.
공연이 시작되고 마시청 서커스단의 놀라운 묘기들이 이어졌다.
‘우와~’ 하는 감탄과 격려의 박수가 번갈아 나온다.
서커스의 하이라이트는 거의 마지막에 나오는 묘기들이다.
로맨틱한 음악과 함께 남자와 여자가 나와 줄에 매달려
하늘을 나는 것 같은 묘기
그리고 둥근 철장 안에서 오토바이 여럿이
아슬아슬하게 왔다갔다하는 묘기다.
거의 2시간 가까이 진행되지만 금방 지나가버린다.
아이들을 보니 역시나 몇몇은 졸았던 것 같다.
하지만 나머진 아직 서커스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듯한 얼굴이다.
- 다음 편에 계속 -
* 이 이야기는 2015년 1월에 아이들과 함께 다녀온 대만/상해 배낭여행 이야기입니다. 아이들 실명을 쓸 수 없어 동물별명으로 대신하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배낭여행에 참여한 남자 아이는 호랑이, 참새, 기린, 원숭이, 다람쥐로 여자아이는 오리, 비둘기, 두루미, 사슴, 거북이로 표기하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