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떠난 대만/상해 배낭여행 이야기 8
다음 목적지는 윤봉길 의사와 관련된 매원이라는 곳이다.
매원은 꽤 규모가 큰 공원 안에 자리 잡고 있는데
우리에겐 홍커우 공원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매원으로 출발하기 전에 아이들 모둠을 다시 나눴다.
모둠마다 베테랑들이 있어 너무 쉽게 찾는 게 아닌가 싶어
이번엔 베테랑끼리 모은 모둠, 중간 정도로 예상되는 모둠,
실력이 의심되는 모둠 이렇게 셋으로 나눴다.
사실 길 찾기도 잘하는 사람이 계속 같은 조에 있으면 저절로 의존하게 된다.
그러다 한번 잘못해 낙오되면 스스로 찾아오기 어렵기 때문에
실력을 골고루 키워줄 필요가 있다.
그래서 실력이 의심되는 아이들을 모아 따로 모둠을 만들고 내가 그 뒤를 따라갔다.
역시나 시작부터 난관이다.
‘공원이 영어로 뭐였지?’
하고는 황당한 고민에 빠진다. 과연 오늘 안에 도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뒤에서 힌트를 조금 주고 얼른 찾아가라고 조금 압박했더니 물어보기 시작한다.
묻다가 잘 안 되니 그 중 한명은 다른 모둠이
지하철 표 사는 걸 뒤에서 몰래 보며 역을 알아내려고 한다.
이 정도 잔머리면 칭찬해줄만 하긴 한데 그래도 실패했다.
다른 모둠에서 호락호락하게 보여줄 리가 없다.
그렇게 세 모둠이 출발해 홍커우 공원으로 향했다.
홍커우 공원은 이제 옛 이름으로 지금은 루쉰 공원으로 알려져 있다.
루쉰 공원 안에 매원이라는 곳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실력 의심 모둠과 함께 루쉰 공원 주변 지하철 역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잘 해냈다. 의심을 거두어도 될 듯하다.
다만 공원까지는 잘 갔는데 그 안에서 다시 매정을 찾는 게 쉽지는 않았다.
워낙 공원이 넓기 때문이다.
결국 공원에서만 20분정도 돌아다니다가
어떤 친절한 사람의 안내로 잘 찾아왔다.
그래도 내가 예상한 것보다는 빨리 도착해 기특했다.
그런데 매정에 도착하니 중간 실력 모둠과
실력 의심 모둠만 있고 베테랑 모둠이 안 보이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은 ‘왠일이야?’ 하는 반응이었다.
역시나 먼저 도착해 공원을 30분 정도 즐기다 왔다고 한다. 여유가 넘친다.
그렇게 모인 아이들을 데리고 매원 안에 있는 윤봉길 의사 기념관으로 향했다.
매원 문 닫을 시간이 30분 정도 남아서 얼른 둘러봤다.
1층에서 윤봉길 의사가 폭탄을 던진 사건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주고
2층에서는 윤봉길 의사의 생애와 김구 선생님과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해줬다.
시간이 촉박하긴 했지만 다른 사람 없이 우리들만 있어
필요한 이야기는 충분히 하고 나왔던 것 같다.
시끌벅적한 여행이지만 그 가운데 잠시나마 진지한 시간을 가졌다.
기념관을 다보고 매원이라고 쓰여 있는 입간판 아래에서 단체로 사진도 찍었다.
이제 남은 일정은 동방명주와 와이탄이다.
특히 동방명주는 오늘 일정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주말 저녁이라 사람이 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매원 일정을 마치니 조금씩 어둑어둑해지는 게 느껴진다.
날씨도 좀 쌀쌀해진다. 상해는 대만보다 좀 추운편인데 저녁이 되니까 확실히 느껴진다.
아이들은 대부분 겉옷을 잘 챙겨 입었는데
원숭이와 호랑이만 대만에서 입던 스타일로 입고 있었다.
아침에 호텔에서 겉옷을 입고 오라고 몇 번 이야기했지만
대만에서 겪은 더위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던지 두 녀석은 좀처럼 그 스타일을 고집한다.
아무튼 동방명주로 모둠별로 이동했다.
날이 어두워지고 시간도 촉박해 아이들이 적절하게 섞였던
원래 짜준 모둠대로 이동하게 했다.
동방명주까지 거리가 좀 되는데도 별 망설임이나 어려움 없이 잘 찾아간다.
이번 여행에서는 특별한 길 찾기 실패담이 많이 없어 좀 아쉽기는 하다.
너무 잘 찾아가는 것도 걱정이라면 걱정이겠다. ^^;
동방명주 앞에 도착해 간단히 사진을 찍고 티켓을 사 안으로 입장했다.
역시나 예상대로 주말 저녁 인파들이 모여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한 줄이 상당히 길다.
그러다 때마침 한 중국 단체가 줄줄이 입장하는 걸 보고는
우리 아이들과 함께 그 단체의 뒤를 따라 갔다.
개인 입장 줄보다는 단체 입장 줄이 훨씬 빨리 줄어들기 때문이다.
표는 개인으로 발권했지만 크게 상관없는 분위기였다.
개인이든 단체든 입장 하면 다시 하나로 모여
엘리베이터를 또 기다리게 되는 구조라 그런 것 같다.
어쨌든 조금이라도 시간을 줄여 들어올 수 있었다.
아이들은 줄 서는 시간조차 꽤 즐기는 모양이다.
서로 너무 친해져 웃고 떠든다고 정신없다.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드디어 동방명주 전망대에 올랐다.
상해의 멋진 야경이 한눈에 보인다.
아이들은 휴대폰과 카메라를 꺼내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그러다 두루미와 오리가 와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찍고 있으니 원숭이도 합세한다.
전망대에서 야경을 좀 즐기다 한 층 아래로 내려갔다.
여기는 바닥이 유리로 되어 있는데, 유리 위에 올라서면 아래가 훤히 보인다.
어른이 봐도 현기증 느껴지는 높이다. 근데 아이들은 신났다.
아이들 입에서 저절로 ‘우와~’가 나온다.
이런데서 사진이 빠질 순 없다.
다 함께 놀란 척하는 포즈로 사진도 찍고 떨어지는 것 같은 표정으로도 찍었다.
개인별로는 유리 바닥에 엎드려 찍기도 하고 누워 찍기도 했다.
그렇게 포토타임을 끝내자 서로 살짝 밀치면서 겁주면서 논다.
특히 사슴이 온갖 호들갑을 떨며 깜짝 놀란다.
꽤 오랜 시간 유리 바닥 구경을 하고 야경을 눈에 담은 다음 아래로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꼭 오락실을 거치게 되어 있는데, 아이들이 여길 그냥 지나칠 리가 없다.
“쌔에엠~ 한판만 하고 가요~~”
이렇게 시작된 한판이 20분이나 이어졌다.
와이탄 야경을 보려면 서둘러 움직여야 하는데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즐긴다.
아무튼 그렇게 오락까지 즐기고 지상으로 내려와 단체 사진을 찍었다.
동방명주 바로 앞이라 배경이 사진기에 다 들어오지 않는다.
아무래도 와이탄 가서 동방명주를 배경으로 두어야 할 것 같다.
시간이 많이 지나 서둘러 와이탄 쪽으로 이동했다.
아직 저녁을 먹지 않아 난징동루 역 주변에서 저녁을 먹고 가기로 했다.
시간이 촉박하니 얼른 먹고 오라고 이야기는 했지만 그 때가 이미 8시 50분이다.
여자 아이들은 만두~ 만두~ 하고 노래를 부르더니
결국 만두를 먹고 왔고 아이스크림도 먹었다고 한다.
남자 아이들은 전원 맥도날드로 직행해 먹고 왔다.
그렇게 모이고 나자 거의 10시가 다 되었다.
난징동루에서 와이탄까지 다녀오면 지하철 시간이 아슬아슬 할 것 같아
오늘 일정은 여기까지 하고 내일 저녁에 와이탄 야경을 감상하러 가기로 했다.
아이들과 함께 숙소로 이동해 지금 이렇게 일지를 쓰고 있다.
돌아오는 길에 거북이가 속이 안 좋다고 하여 죽염을 좀 줬다.
죽염이 안 들면 소화제를 좀 줄까 했는데 괜찮아진 것 같다.
아무래도 여긴 밀가루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이 많다보니 소화에 어려움이 좀 있다.
날씨가 좀 추웠기에 감기에 안 걸리도록
방마다 온도를 좀 높이라고 전달하고 일찍 자라고 이야기했다.
물론 첩보에 의하면 여자 아이들은 오늘도 놀 계획이라고 한다.
이렇게 피곤한데 체력 참 좋다.
아무튼 오늘 일정을 꽤 소화한 덕분에 내일 좀 여유가 생겼다.
내일은 일정에 없는 곳도 좀 돌아보고
여유롭게 상해 일정을 마무리 할 예정이다.
상해의 밤이 깊어간다.
다들 좋은 밤!
- 다음 편에 계속 -
* 이 이야기는 2015년 1월에 아이들과 함께 다녀온 대만/상해 배낭여행 이야기입니다. 아이들 실명을 쓸 수 없어 동물별명으로 대신하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배낭여행에 참여한 남자 아이는 호랑이, 참새, 기린, 원숭이, 다람쥐로 여자아이는 오리, 비둘기, 두루미, 사슴, 거북이로 표기하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