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에서 만난 미래와 과거

아이들과 함께 떠난 대만/상해 배낭여행 이야기 7

by 서효봉

상해에서 맞이하는 첫 아침.

오늘은 좀 늦게 아이들 방으로 모닝콜을 했다.

이미 일어난 방도 있었고, 자다가 이제 막 전화를 받아 정신없는 방도 있었다.


아침을 먹으러 식당에 내려가니 오리와 비둘기, 사슴만 빼고 다 내려와 있었다.

준비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가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다 먹고 올라가고 내가 올라갈 때까지도 내려오지 않았다.

방으로 전화하니 전화를 받지 않아서 깨우러 갈까 하다가

기린 방에 전화했더니 기린이 방금 막 그 방 애들이 밥 먹으러 내려갔다고 이야기해줬다.

나도 씻고 준비를 마친 다음 약속한 시간이 되어 로비로 내려갔더니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모두 내려와 있었는데 오리와 비둘기가 다크 서클 내려온 얼굴로


“쌤~ 저희 어제 거의 밤 샜어요~~”

“헐~ 둘 다? 그런데 너희 다른 방이잖아?”

“비둘기가 우리 방에 와서 놀았어요~”

“방 번호는 어떻게 알았는데?”

“흐흐 글쎄요~~”


아직도 정확한 경로는 알 수 없지만 아무래도 문자를 주고 받지 않았을까?

카카오톡은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모르면 이용할 수 없으니

아마 로밍 된 전화기로 문자를 보내 방 번호를 알려줬을 것이다.

방 번호도 모르고 꽤 피곤한 상태라 다들 금방 잠들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에겐 완전 반전이었다.

내 의도와는 달리 그 둘은 어제보다 더 피곤해졌다. 쩝.. ^^;


아무튼 아이들을 호텔 로비에 모아놓고 오늘의 일정을 이야기해줬다.

오늘은 상해를 돌아보는 일정이다.

이번 여행엔 아이들이 길을 잘 찾는 편이라

원래 내일 계획되어 있는 일정도 오늘 조금 포함시켜 돌아볼 예정이다.

그리고 내일은 남은 일정과 일정엔 없지만 가볼만한 곳을 더해서 돌아볼 것이다.


오늘의 첫 목적지는 상해과학기술박물관이다.

숙소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찾아가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곳이다.

아이들에게 새로 짠 모둠 을 이야기해주고 과학기술박물관을 찾아가게 했다.

지하철 타기는 대만에서 꽤 연습했기에 상해 지하철에도 금방 적응하는 분위기였다.

다만 대만에서 사용했던 이지카드가 없기에 표를 사는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다.

표 파는 자판기가 지폐를 인식하지 않는다.

몇 번을 거듭하다 성질난 아이들이 나에게 달려와 다른 지폐 달라고 성화다.

지폐를 좀 깨끗해 보이는 걸로 바꿔줘서 겨우 성공했다.

표 사는데 조금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하철 환승 정도는 이제 가볍게 성공!

정말 섭섭할 정도로 순조롭게 상해 과학기술박물관에 도착했다.

박물관 입구에서 표를 산 후 과학관에 입장했는데,

주말이라 가족 단위로 과학관을 찾은 상해 사람들이 꽤 많았다.

아이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사람들이 북적이는 활기찬 분위기였다.

과학관의 여러 관 중에서 먼저 동물세계관부터 들려봤다.

세계의 여러 동물들을 대륙별로 박제해서 전시해놓은 곳이다.

동물에 관심 많은 사람이라면 눈여겨볼만한 내용이긴 한데

우리 아이들 입장에서는 움직이지도 않는 박제를 구경한다는 게 그리 흥미롭지는 않다.

몇몇 동물들을 스쳐지나가듯 보고는 바로 다음 관으로 이동했다.


동물세계관을 지나면 이제 본격적인 과학 기술 관련 전시관들이 나온다.

빛의 세계, 우주와 과학, 인체의 신비, 로봇 기술 같은 테마를 주제로 전시관들이 구성되어 있다.

대체로 체험할만한 것 그리고 볼만한 것들을 위주로 전시해 놓았다.

박물관이 규모는 큰데 동선이 그리 짜임새 있는 편은 아니다.

그래서 그냥 지나가면 못 보고 나오는 전시관도 생길만한 박물관이다.

하지만 과학을 주제로 이만한 규모를 지닌 박물관을 만들었다는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과학관을 다 둘러보고 영상도 보고 나니 벌써 점심시간이다.

아이들과 함께 지하철 역 쪽으로 이동한 다음 식당가에 들려 점심시간을 가졌다.

과학관 안에서 좀 많이 걸어다녀서 그런지 아이들은 전부 약속이나 한 듯이

가장 가까이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가 점심을 해결했다.

아무런 말도 안 했는데 다들 한마음 한 뜻으로 말 안 해도 안다는 듯이 들어가 버렸다.

왠지 나도 그 식당으로 들어가고 싶어졌다.

물론 결국엔 다른데서 먹긴 했지만 귀신에 홀린 것도 아닌데 왜 그런 느낌이 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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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으로 에너지를 충전한 후 다음 목적지인 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로 향했다.

그런데 지하철 표를 사고 막상 출발하려니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영어로 뭐라고 해야 할지 감이 안 오는 것 같았다.

코리아~ 음~~ 코리아~~~ 음~~~ 코리아~~~~ 만을 반복하는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임시정부의 한자 표기를 알려주었다.

그랬더니 다들 쏜살같이 사라졌다.


나는 내일 일정에 필요한 예약을 해야 해서 다른 곳에

잠시 들렸다가 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가 있는 신천지역 마당로로 향했다.

아이들은 벌써 다 도착해 있었다. 이제 길 찾는 건 일도 아닌 모양이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가까이 갔더니 오리 모둠만 보이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고궁박물관에서의 기억이 떠올라 왔던 길을

돌아 가보려 했더니 저기 길 건너편에 숨어서 내 행동을 킥킥대며 지켜보고 있었다.

이미 한참 전에 와서 기다리다가 나를 놀라게 해주려 숨었다고 한다.

조금만 늦게 발견했으면 아이들 낚시에 당할 뻔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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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데리고 대한민국임시정부 건물 안에 들어갔다.

여기는 3.1운동 이후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선언하고

수립한 임시정부가 6년 동안 거처했던 곳이다.

김구 선생님의 집무실과 임시정부 요원들의 숙소도 재현해 놓았는데

한 나라의 정부가 이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다른 나라에 자리를 잡았다고 하니

아이들도 좀 숙연해지는 분위기였다.

비좁은 나무 계단을 끝까지 올라 맨 윗층까지 가서는

임시정부의 역사와 당시 상황에 대해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줬다.

그리고 김구 선생님이 조직한 한인 애국단에 대해서도 좀 설명해주었다.
그렇게 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를 다 돌아보고는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후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 다음 편에 계속 -


* 이 이야기는 2015년 1월에 아이들과 함께 다녀온 대만/상해 배낭여행 이야기입니다. 아이들 실명을 쓸 수 없어 동물별명으로 대신하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배낭여행에 참여한 남자 아이는 호랑이, 참새, 기린, 원숭이, 다람쥐로 여자아이는 오리, 비둘기, 두루미, 사슴, 거북이로 표기하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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