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떠난 대만/상해 배낭여행 이야기 6
지하철을 타고 타이베이 메인스테이션 MRT 역에 도착했다.
배낭을 찾기 위해 짐 보관함 쪽으로 걸어가다가 잠시 멈춰
그동안 잘 사용했던 이지카드를 환불해오는 미션을 줬다.
이제 대만을 떠나 상해로 가기 때문에 맡겼던
보증금을 환불 받으면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지카드를 환불 받고 서둘러 짐 보관함으로 이동했다.
두루미와 오리, 비둘기가 펑리수 파는 데를 물어보고 찾아다닌 게 생각나
보관함 바로 앞 제과점에서 잠시 살 시간을 줬다. 시간은 5분.
다들 정말 잽싸게 잘 사왔다. 시식까지 했다고 한다.
보관함을 열어 배낭을 찾아 맨 다음 타오위안 공항으로 가는 공항버스를 타러 갔다.
타이베이 메인스테이션에 연결된 지하도로 바로 공항버스 터미널 바로 앞까지 갈 수 있다.
그런데 지하도가 너무 넓어 자칫하면 길 잃기 쉬운 곳이다.
시간도 없고 해서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터미널로 이동했다.
거의 1분을 남겨두고 버스에 올라탔다.
우리가 우르르 다 타고나니 바로 버스가 움직였다.
공항버스로 타이베이 타오위안 국제공항으로 가는데는 대략 50분 정도 소요된다.
그동안 아이들 대부분이 잠들었다.
나도 깜빡 졸았는데 정신을 차리니 다들 잠들어있었다.
무거운 배낭을 매고 꽤 걸었더니 다들 피곤했나보다.
어제 밤의 여파도 한 몫 했을테다.
그렇게 꿀잠을 자며 공항에 도착했는데
체크인 카운터에 사람이 바글바글 하다.
배낭을 매고 있고 그 긴 줄 뒤에 서려고 하니
다들 나가떨어질 것 같아 공항 구석에 모여 쉬게 했다.
나는 카운터 근처에서 줄이 줄어들기를 계속 기다렸다.
그렇게 30분 정도 지나자 줄이 많이 줄어들었다.
다른 단체가 또 오기 전에 아이들을 데리고 와야 했다.
얼른 아이들 있는 곳으로 갔더니 10명이 둥글게 바닥에 모여앉아
피곤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데.. 내 마음이 왜 짠할까...
누가 보면 피난민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을 줄줄이 데리고 체크인을 한 다음 무사히 상해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에서 나는 사슴 옆 자리에 앉게 되었다.
사슴은 비행기가 뜨면 하늘의 별들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런데 구름이 많은 밤이라 창밖은 깜깜했고 별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탄 비행기는 올 때 탔던 비행기와는 달리 신형 모델이었다.
앞에 넓은 화면도 달려 있고 볼만한 영화나 재미있는 게임도 좀 있었다.
그래서 이것저것 만지며 상해까지 가는 비행시간을 즐겼다.
기내식은 중국 정통 음식이 나온다고 했다.
정통 음식이라고 하니 역시 좀 불안하다.
경험상 정통 음식은 항상 먹기 힘든 냄새도 동반한다.
내가 보기엔 취두부와 고기를 섞은걸 밥에 얹어서 내왔던 것 같았다.
그래도 사슴은 검은 소스에 삶은 계란만 빼고는 다 잘 먹었다.
나도 냄새는 탐탁치 않았지만 맛있으면 됐지 하고는 잘 먹었다.
그렇게 기내식을 먹고 나니 금방 상해 푸동공항에 곧 도착한다는 방송이 나온다.
오늘 공항에 도착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숙제는 바로 72시간 무비자 입국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래 중국에 체류하려면 비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상해의 경우 72시간 안에 제 3국으로 출국한다는 조건으로 비자를 면제해준다.
우리 일정이 60시간을 좀 넘기는 정도라서 확실히 무비자 입국 조건을 되지만
내 경험상 쉽지는 않을 것 같았다.
입국 심사를 하는데 역시나 시간이 많이 걸린다.
우리들 여권을 다 한 곳에 모아 도장을 찍고 출국 기한을 손으로 써 준다.
심사관들은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면서 할 이야기 다 하고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적고 있었다.
정말 한참 걸린다. 아이들도 불친절한 입국심사관들이 좋게 보일 리는 없었을 것이다.
“쌤~ 저 사람들 왜 그래요? 대만하고 다르게 진짜 불친절하네요~”
다들 그 상황을 겪고 나니 정말 상해에 왔구나 하는 걸 느꼈다.
입국 심사 관문을 통과하고 배낭을 찾은 다음 이제 자기부상열차를 타러 갔다.
자기부상열차는 상해 외곽에 위치한 푸동공항과 상해 시내를 이어주는 초고속 열차다.
지하철로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를
시속 300km 이상의 속도로 10분 만에 데려다주는 열차이다.
열차를 타고 좀 기다리자 곧 출발했다.
속도가 올라가니 아이들이 전광판에 나오는 속도를 찍는다고 카메라를 꺼내든다.
나는 그런 아이들을 찍었댔다.
아이들이 처음엔 다들 사진을 거부했는데 이젠 자연스럽게 포즈도 취한다.
비둘기도 이제 사진 찍는 게 익숙해졌다고 한다. 그렇게 거부하더니..
내일은 더 열심히 찍어줘야겠다.
초고속으로 달려 자기부상열차가 도착한 곳은 룽양루 역이다.
여기서 지하철로 갈아타고 숙소로 가야한다.
그런데 자기부상열차 플랫폼에서 지하철역으로 가던 중
자기들 미니버스로 우리를 태워주겠다면서 끈질기게 따라 붙는 호객꾼들을 만났다.
그 사람들은 나를 보고는 지하철이 마감됐으니 자기들 차로 이동하라고 했다.
시간을 보니 9시 50분이었다.
좀 늦은 건 맞지만 지하철 운행이 끝날 시간까지는 아니었다.
그들의 거짓말을 뒤로 하고 지하철역으로 이동해 숙소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원래 숙소 찾기도 아이들이 찾아가야 하지만 시간이 많이 늦어
다 함께 숙소가 있는 지하철 역까지 이동했다.
그때가 10시 30분이 넘은 시간이었다.
역에서 밖으로 나가니 너무 야심하여 깜깜하기도 하고 안개까지 끼는 바람에 좀 음산했다.
너무 늦은 관계로 내가 아이들을 이끌고 호텔에 도착했다.
체크인 하는 동안 아이들은 일지를 쓰기 시작했고, 나는 체크인을 끝낸 후 방 배정을 했다.
어제 아이들이 늦은 시간까지 노는 바람에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그래서 오늘은 아예 다른 방에 못 가도록 서로의 방 번호를 알 수 없게 했다.
선생님 방 번호만 알려주고는 샤워하고 얼른 자라고 이야기했다.
이번 호텔에서는 2명, 3명씩 방 배정이 딱 맞게 되었다.
일지를 덜 쓴 아이들의 방에 들려 일지를 걷고 나도 이렇게 일지를 쓰고 있다.
지금 벌써 3시를 넘었다.
내일은 상해 일정이고 아이들 체력도 좀 충전해야 하니 아침에 좀 여유 있게 일어날까 한다.
오늘은 일지는 여기까지다.
다들 편안한 밤 되시길!
- 다음 편에 계속 -
* 이 이야기는 2015년 1월에 아이들과 함께 다녀온 대만/상해 배낭여행 이야기입니다. 아이들 실명을 쓸 수 없어 동물별명으로 대신하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배낭여행에 참여한 남자 아이는 호랑이, 참새, 기린, 원숭이, 다람쥐로 여자아이는 오리, 비둘기, 두루미, 사슴, 거북이로 표기하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