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배낭을 맡기고 고궁박물관으로

아이들과 함께 떠난 대만/상해 배낭여행 이야기 5

by 서효봉

다시 또 대만에서의 아침이 밝았다.

오늘도 아이들 방으로 모닝콜을 하고 바쁘게 움직여 조식을 먹으러 갔다.

아이들은 어제 아침보다 훨씬 더 피곤해진 얼굴들이다.

자고 일어났는데 다크 서클이 저렇게 내려온 걸 보면 어제 분명 늦은 시간까지 놀았을 것이다.

내가 너무 피곤해 방심한 사이에 자기들끼리 실컷 놀았던 모양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람쥐와 원숭이는 거의 3시까지 놀았다고 한다.

둘은 아무래도 비몽사몽으로 다닐 것 같다.

오늘은 대만에서 고궁박물관을 다녀오고 상해로 향하는 날이다.

숙소를 떠나야 하니 풀어두었던 짐들을 다시 싸야 한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좀 귀찮을 거다.

그래도 다들 생각보다 잽싸게 짐을 싸서 로비에 모였다.

그리곤 방 열쇠를 반납하고 다 같이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배낭으로 메고 고궁박물관을 보러 갈 수는 없기 때문에

일단 타이베이 메인스테이션에 있는 짐 보관함에 배낭을 맡겨야 한다.

숙소 주변에 있는 지하철 역에서는 지하철을 타고 2코스 정도 가야 하는데

정말 딱 맞게도 출근 시간에 걸렸다.

콩나물 시루처럼 빽빽하게 사람을 싣고 오는 지하철을

커다란 배낭까지 메고 타려고 하니 쉽지 않다.

여러 군데로 아이들을 분산시켜 타게 했지만 결국 남자 애들 일부와 여자 애들 전부가 타지 못했다.

그래서 다음 지하철을 타고 오라고 했다.

참새와 다람쥐를 데리고 먼저 타이베이 메인스테이션에 도착해 아이들을 기다렸다.

얼마 후 못 탔던 아이들이 도착했고 인원을 확인한 다음 짐 보관함으로 향했다.


타이베이 메인스테이션은 타이베이 교통의 중심이 되는 역이다.

그런 만큼 규모도 상당하다.

짐 보관함까지 이동하는 것만 15분에서 20분 이상 걸릴 정도다.

한참을 걸어 짐 보관함에 도착해 짐을 넣으려는데 잔돈이 없다.

동전교환기를 찾으려니 시간이 너무 지체되는 것 같아

기린과 참새에게 잔돈을 좀 빌려 해결했다.

두루미의 표현을 빌리자면 돌 배낭(?)을 보관함에 넣고 홀가분한 몸으로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고궁박물관.JPG

모둠을 나눠 고궁박물관 찾아가기를 시작했다.

고궁박물관은 타이베이 시내에서 좀 떨어져 있어 지하철만으로 갈 수는 없다.

그래서 ‘스린’이라는 역까지 지하철로 이동한 후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모둠은 기린, 거북이, 호랑이, 비둘기 이렇게 한 모둠

두루미, 다람쥐, 참새 이렇게 또 한 모둠

마지막으로 오리, 사슴, 원숭이 이렇게 세 모둠으로 짰다.

모둠마다 배낭여행 경험이 많은 애들을 골고루 넣었다.

어제 나이 많은 아이들에게 길 찾기 기회를 동생들에게 양보해줄 것을 부탁했다.

그래서 오늘은 동생들이 길 찾기에 주로 나섰다.

다들 잘 찾아가고 있었는데 스린 역에 도착하니 오리 모둠이 보이지 않는다.

먼저 온 아이들이 버스를 타고 박물관으로 향하는 걸

확인한 다음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려보기도 했지만 나타나질 않았다.

더 늦어지면 일정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아 일단 먼저 고궁박물관으로 향했다.


박물관에 도착해 입장권을 사고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빌리고 있는데

오리와 사슴, 원숭이가 나타났다.

오리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박물관을 착각해 타이베이 역사박물관에 갔다 왔다고 한다.

아이들과 배낭여행을 하다 보면 흔히 있는 일이긴 하지만

곧 박물관을 봐야 하는데 체력을 소비해버려 좀 걱정이다.

아이들을 모아 오디오 가이드를 나눠 준 다음 본격적으로 고궁박물관 관람을 시작했다.


고궁박물관은 세계 4대 박물관 가운데 하나다.

장제스가 자금성에 보관되어 있던 중국 황실의 보물들을 대만으로 가져와 세운 박물관이다.

고궁은 자금성을 뜻하는데 무려 60만 점이 넘는 유물이 있다고 한다.

이걸 다 전시하는 것은 아니고 보관해 두었다가 때에 따라 조금씩 바꿔가며 전시한다.

그래서 갈 때마다 유물이 조금씩 달라지곤 한다.

이번에도 지난번과 다른 새로운 특별전을 하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보기엔

좀 어려운 내용이라 관심을 두진 않았다.

상설 전시되는 유물만 해도 시간 안에 다 못 볼 만큼 넘쳐 나기 때문이다.

박물관에서 유물이 전시되는 층은 1층, 2층, 3층이다. 3층을 먼저 보고 내려오면서 2층과 1층을 돌아봤다.

우리나라에도 꽤 알려진 ‘취옥백채’와 ‘육형석’이 있는 3층을 위주로 설명해주었다.

아이들도 옥으로 만든 배추인 취옥백채와 옥으로 만든 동파육인 육형석을 제일 인상 깊게 본 것 같았다.

취옥백채.jpg

취옥백채를 보고는 다람쥐가 갑자기 나에게


“쌤~ 옥배추는 있는데 옥김치는 왜 없어요?”


하고 물었다. 그냥 웃어 넘길만한 질문이긴 하지만 좀 생각해보니

우리나라에도 찾아보면 이런 훌륭한 솜씨의 유물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궁박물관에 있는 많은 유물들을 보다 보면 자연스레 우리나라 유물들과 비교해서 생각하게 된다.

어떤 유물은 정말 비슷하게 생긴 반면 또 어떤 유물은 분위기 자체가 다른 것도 있다.

유물의 역사나 유래에 대해 알아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유물을 통해 그 나라의 특징적인 성향이나 민족성 같은 걸

찾아보는 것도 괜찮은 유물 감상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2층에 전시된 중국의 도자기들을 보며

우리나라 도자기와 비교해보라고 권해주었다.

정말 비교해봤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


체력이 바닥난 아이들이라 중요한 유물들을 위주로 설명해 준 다음

관심 있는 유물을 찾아 오디오 가이드로 살펴보도록 했다.

남자 아이들보다는 여자 아이들이 좀 더 열심히 돌아봤다.

바닥났던 체력이 다시 샘솟았는지 생각보다 꼼꼼하게 돌아보는 것 같았다.

반면 남자 아이들은 기린, 참새, 호랑이가 나름대로 열심이었고

예상대로 다람쥐, 원숭이가 체력이 바닥나 헤롱대는 상태였다.

다람쥐는 의자에 앉아 잠도 잤다고 한다.

아까운 마음에 조금이라도 더 돌아보게 하려고 30분을 추가로 줬는데

기대와는 달리 다들 일찍 약속 장소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 호랑이와 다람쥐는 추가한 30분을 꽉 채우고 나왔다.


아이들을 모아 타이베이 메인스테이션으로 돌아가려고 하니 다들 배고프다고 한다.

배낭을 싸느라 아침을 생각보다 부실하게 먹었나 보다.

그래서 원래 타이베이 메인스테이션까지 돌아 가 점심을 먹을 예정이었는데

중간에 거친 스린 역까지만 이동해 그 주변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오늘 상해 가는 비행기를 타러 공항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시간도 50분 정도만 주고 빨리 먹고 오도록 했다.

그랬더니 다들 역 앞에 있는 한 식당에서 먹고 왔다.

파스타를 주로 하는 식당이었는데 비둘기 말로는 맛이 별로였다고 한다.

약속 장소에 다시 모인 아이들 중 남자 애들은 남은 동전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 중이었고요 여자 애들은

그 짧은 사이에 편의점에 들려 뭔가를 사 먹고 왔던 것 같다.

오늘 일인데도 좀 가물가물하다.


그렇게 모인 아이들과 함께 타이베이 메인스테이션으로 향했다.


- 다음 편에 계속 -


* 이 이야기는 2015년 1월에 아이들과 함께 다녀온 대만/상해 배낭여행 이야기입니다. 아이들 실명을 쓸 수 없어 동물별명으로 대신하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배낭여행에 참여한 남자 아이는 호랑이, 참새, 기린, 원숭이, 다람쥐로 여자아이는 오리, 비둘기, 두루미, 사슴, 거북이로 표기하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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