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대만 즐기기

아이들과 함께 떠난 대만/상해 배낭여행 이야기 4

by 서효봉

스펀에서 타이베이 메인스테이션으로 돌아와 점심을 먹었다.

남자는 원숭이, 호랑이가 도시락을 사 먹었고 기린, 참새, 다람쥐가 맥도널드로 점심을 해결했다.

사슴, 비둘기, 오리, 두루미, 거북이 이렇게 여자 아이들 전원은 일본 라멘을 먹었다고 한다.

일본 라멘은 맛이 괜찮았다고 했다.

원숭이와 호랑이를 제외하곤 미국식, 일본식으로 해결한 걸로 봐선

벌써 다들 대만 음식에 대한 미련을 버렸나 보다.


점심을 먹고 난 뒤 모둠을 나눠 다음 목적지인 중정기념당으로 향했다.

중정기념당은 지하철 역에서 나오면 거의 바로 찾을 수 있기에 찾기가 어렵지 않다.

그래서 아이들은 별 어려움 없이 잘 도착했다.

중정기념관 앞 자유광장.jpg

기념당 앞 광장이 워낙 넓어 그 거리를 이동하는 게 찾아가는 것보다 더 힘이 들었다.

그래서 가던 중간에 기념당 앞 광장에서 다양한 사진 찍기에 도전했다.

단체로 모여 몸을 한쪽으로 기울이며 찍기도 하고 앉아서 찍기도 했다.

그리고 역시 빠질 수 없는 점프 샷~

여자 아이들은 점프하는 박자도 잘 맞고 자세가 좀 나왔다.

남자 아이들은 아직 몸이 덜 풀렸는지 박자가 영 안 맞다.

들쑥날쑥한 점프가 계속되어 지칠 대로 지친 아이들.

그러다 우연히 딱 한번 완벽하게 박자가 맞았는데 정확하게 사진에 찍혔다. 운도 좋다.


그렇게 사진도 찍고 광장을 오고 가는 사람도 구경하다 장제스 동상이 있는 기념당 건물 위로 올라갔다.

장제스는 대만 땅에 중화민국을 건설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근현대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인물이다.

장제스를 이야기하기 위해선 신해혁명의 주인공 쑨원과

중국 공산당을 이끌었던 모택동을 이야기해야 했기에

기념당 계단에 앉아 꽤 오랜 시간 이야기를 들려줬다.

여기에 대한 배경 지식이 조금이라도 있는 아이들은 금방 이해하는 편이었고,

처음 듣는 아이들은 무슨 이야기인지는 몰라도 궁금하긴 하다는 반응이었다.


사실 대만의 역사를 살펴보면 우리의 역사와 닮은 구석이 참 많다.

일제의 식민지 지배를 당했던 과거도 그렇고

장제스의 독재 정권 아래에서 경제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도 우리와 매우 비슷하다.

장제스도 중요하고 쑨원, 모택동도 중요하지만

대만 역사를 통해 우리의 역사를 생각해보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 아이들에게 한번쯤 제안해볼 만한 생각거리일 것이다.

중정기념당.jpg

이야기를 마치고는 아이들과 함께 중정기념당 아래 기념관으로 이동했다.

워낙 이름난 관광지라 한국에서 단체로 온 사람들이 여럿 보였는데

다른 단체에 방해되지 않도록 동선을 조정하면서 아이들에게 설명해주었다.

장제스의 젊은 시절 모습, 북벌을 추진하던 전성기 때 모습,

대만에 정착하여 총통으로 지내던 모습을 사진과 함께 이야기했는데

눈에 보이는 무언가가 있으니 좀 더 이해시키기 쉬웠다.

설명을 마치고 기념관 상점에서 기념품을 살 시간을 줬는데

남매인 오리와 다람쥐가 가장 열성적으로 기념품을 사왔다.

기념관이 문 닫는 시간 바로 직전까지 기념품 쇼핑을 즐기다 나왔다.


중정기념당을 뒤로 하고 다음 목적지인 용산사로 향했다.

용산사는 타이베이에서 가장 오래된 절인데

우리나라 절과는 달리 화려한 외관을 갖고 있고 모시는 신도 다양하다.

공자, 관우, 부처를 모시는 건물들이 모여 있는데

주된 건물마다 큰 향로가 앞에 자리하고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향을 사서 연기를 피우며 소원을 비는데

빌고 나면 나무토막을 던져 운세를 점치기도 한다.

아이들과 함께 향 연기를 마시며 안쪽까지 돌아봤다.

우리나라 절에서 느껴지는 고즈넉함과는 달리 여기는 사람들로 북적이는데

아이들 입장에서는 좀 견디기 힘들었나 보다.

향 연기도 심하고 사람도 많으니 주요 건물들만

대강 돌아보고는 얼른 밖으로 나가버렸다.

쩝.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그래서 용산사에 대한 설명만 간단히 하고는

잠시 쉬었다 다음 목적지인 화시지예 야시장으로 향했다.


이 야시장은 용산사에서 5분 정도 떨어져 있는데

어제 갔던 닝샤 야지장보다 훨씬 규모가 큰 시장이다.

당연히 사람도 더 많다.

게다가 한국에서 온 단체 관광객까지 몰려 매우 북적대는 곳이다.

아이들은 어제 야시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별 흥미 없는 것들은 패스하고 재미 난 것들만 찾아 야시장을 누볐다.

야시장을 둘러본 아이들은 어제보다는 덜 사 먹었다.

아무래도 종류가 많으니 고르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야시장 입구에 모인 아이들을 파악하던 중 갑자기 다람쥐가 뛰어와 내 팔을 끌어당겼다.


“쌤~ 빨리 이리 좀 와 봐요”

“왜? 무슨 일인데?”

“얼른 와봐요~ 지금 중국어가 안 통해서 저거 못 사먹고 있어요~”

“헐~ 그건 알아서 해야지~ 지금까지 잘 했잖아 다시 한번 도오전~~”


다람쥐는 머쓱한 얼굴로 다시 돌아가 손짓 발짓 예쁜 짓 귀여운 짓까지 동원하며 설명했다.

도전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형과 누나들에게 나눠주기까지 했다.


그렇게 야시장을 다 둘러보고 나와 기습적으로 새로운 소식을 발표했다.

이제부터는 새로운 조를 구성해서 다닌다고 했다.

용산사의 향 연기에 취해 흐리멍텅해졌던 아이들의 눈빛이 금방 달라졌다.

“어! 이거 무슨 일이지?” 하면서도 싫지는 않은 듯 정해주는 조대로 이동했다.

아이들 뒤를 따라가 보니 인원 구성이 달라져 힘들어하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활동적으로 변한 것 같았다.

갑자기 남자와 여자가 섞여서 모둠이 되니 그 낯설음에 새로움을 느꼈을 것이다.

언니와 형을 따라만 다녔던 아이들이 이제 좀 나서서 길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서문정거리.jpg

타이베이 젊은이들이 가득한 서문정 거리에 도착했다.

타이베이는 원래 이 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했었는데

중심지가 다른 곳으로 옮겨지면서 쇠락했다가

젊은 세대들이 다시 모여들어 번화가로 자리 잡은 곳이다.

사람들이 북적이고 유명 상점들이 즐비한 곳이니

아이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자유 시간을 요구한다.

그래서 저녁도 먹고 거리 구경도 할 수 있도록 충분히 시간을 줬는데

다시 모인 아이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기린은 중국 정통 요리를 먹고는 설사가 찾아왔다고 하고

참새, 원숭이, 다람쥐, 호랑이는 우동 같은 요리를 잘 먹고 왔다고 했다.

아 호랑이는 아는 여자애의 목걸이도 샀다고 한다.

여자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을 들고 나타났다.

아무래도 다양한 군것질로 배를 채운 듯하다.

그렇게 모여든 아이들을 다시 남자 모둠 여자 모둠으로 나눠 숙소로 향하게 했다.


오늘 가는 곳마다 척척 잘 찾아갔던 아이들이지만 마지막엔 긴장이 좀 풀어졌나 보다.

숙소 주변에 위치한 솽리엔 역에서 거북이가 화장실에 갔다가 잠시 동안 길을 잃었다.

대만은 생각보다 치안이 잘 되어 있고 숙소 주변이라 큰 문제는 없겠지만

그래도 밤이니 아이가 당황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도 친절한 지하철 역 직원이 호텔 앞까지 배웅해줬다.

그런데 그 마음씨 좋은 직원이 호텔 위치를 확실히 몰라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는데,

거북이가 눈에 익은 아이스크림 가게를 발견해 잘 찾아왔다고 한다.

거북이의 이야기에 따르면 직원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리려고

자기가 아는 영어를 몽땅 동원하고 거기에 손짓과 몸짓까지 사용했다고 한다.

거북이가 오리엔테이션 때 배운 대처 요령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아무튼 이제는 숙소에 모두 모여 일지를 쓰고 잠들었다.

나와 같은 방인 다람쥐는 이제 배낭여행에 완벽히 적응했는지

다른 방에 일지 쓰러 가는데도 작은 가방을 메고 갔다.

그리곤 깜깜 무소식이다.

아무래도 가서 데려와야 할 것 같다.


벌써 2시..


오늘 일지는 여기까지다.


좋은 밤!


- 다음 편에 계속 -


* 이 이야기는 2015년 1월에 아이들과 함께 다녀온 대만/상해 배낭여행 이야기입니다. 아이들 실명을 쓸 수 없어 동물별명으로 대신하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배낭여행에 참여한 남자 아이는 호랑이, 참새, 기린, 원숭이, 다람쥐로 여자아이는 오리, 비둘기, 두루미, 사슴, 거북이로 표기하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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