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거의 끝자락에 닿았다.
아무래도 이 일기가 올해의 마지막 일기일 것 같다. 끝자락의 태양이 떠오르고 오늘도 시작될 것이다.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지나간다. 시간의 꾸준한 흐름을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도통 감이 오지도 않는다. 사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시간은 흐를 뿐이고 난 그 흐름 속을 헤엄쳐 다니며 기쁘냐 슬프냐 따지는 중이다.
목표에 매달리는 나의 성품은 가끔 나를 피곤하게 하고 자주 나를 불안하게 한다. 자유를 위해 산다면서 한 시도 자유롭지 못하니 이게 무슨 일인가? 오로지 돈돈돈 하는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생활의 흐름을 나의 행복으로 만들어내는 사람. 어떤 일이든 그 일을 통해서 기쁨을 얻고 만족하는 삶. 자꾸 다음 주를 생각하고 다음 달을 생각하며 불안해하는 건 나를 충동질 하긴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살살 아픈 것처럼 찜찜하다. 생각이 많아지면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든다. 비워낼 줄 아는 사람. 또 그 자리를 내가 원하는 생각으로 채워갈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에게 지금 이 순간은 더없이 행복한 순간이 되지 않을까?
서재의 책장을 정리하고 중요한 사실 하나를 알게 됐다. 나는 코앞에 수많은 기회를 두고도 그 기회의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 바로 앞에 엄청난 지식과 대단한 글들이 놓여 있어도 정리되지 못한 지식들은 아무 쓸모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지식들을 하나씩 선발해 나만의 생각으로 만들어내는 것. 이걸 두 글자로 공부라고 배웠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오랜 습관을 넘어 이제 나는 나만의 공부를 시작하고 싶다. 더 늦기 전에. 공부는 평생 하는 것이라는 누군가의 말이 가깝게 느껴진다. 생활의 출렁임 속에서 어쩔 줄 모르고 서 있는 나 자신을 달래는 중이다. 이제 겁을 먹을 필요도 초조해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곧 새로운 시작이기 때문이다. 해가 저물고 새로운 해가 시작된다. 그동안 삶을 아무리 결산해도 답은 없다. 살아 있어서 다행일 뿐이다.
새로운 한 해가 되면 세상을 보는 관점을 알아차리며 살 것이다. 내가 나의 살아 있음을 살아서 이루어가는 나의 생활을 어떻게 보느냐가 나를 결정한다. 결국 그것이 지금 내 행복의 높낮이를 정한다. 선택할 것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내가 나 자신에 대해 선택하는 것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나는 생활의 자질구레한 갈림길에서 선택을 낭비한다. 그 선택이야말로 선택하지 않아도 괜찮을만한 것들이다.
나는 나 자신을 선택한다. 내가 원하는 내가 사랑하는 내가 행복한 스스로를 선택하며 살아간다. 내가 주인공이고 내가 이끌어가는 그 선택이야말로 새로운 한 해의 혁명이고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삶을 만들어낼 것이다. 나의 말, 나의 행동, 나의 생각이 하나로 이어질 때 세상의 모든 것이 위로가 되고 주변의 어떤 것도 좋아 보인다.
행복하지 않을 이유는 하나도 없으며 어떤 식으로든 나는 어딘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게다가 그렇지 않다고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관점은 모든 것을 극복한다. 산다는 건 그냥 사는 것이고, 때가 되면 죽어 없어짐을 인정하는 과정일 뿐이다. 영원은 없다. 그걸 용서치 못하는 사람에게 시간은 독이겠지만 이걸 알아차리는 사람에게는 시간이 곧 행복이다. 한 순간도 행복하지 않은 순간이 없고 단 1초도 아깝지 않은 시간이 없다. 더 행복해야 하고 더 즐거워야 하는 게 인생이다.
세상의 이치나 철학이 어찌 되었건 간에 모든 것은 나를 향한다. 내가 곧 우주, 우주는 곧 나라고 한다면 이상한 걸까? 나라는 존재는 모든 것을 갖고 태어났으며 세상이라고 부르는 것 또한 내가 있으니 존재하는 것이라고 하면 이기적인 걸까? 세상을 위한다는 말도 결국 나를 위한다는 말임을 조심스레 되뇌어본다.
내가 존재해야 세상이 존재한다. 그러니 나를 향해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