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먼 옛날에, 영래라는 정신과 의사가 살았습니다. 영래에게는 목숨처럼 아끼던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요. 그의 아내가 교통사고로 죽는 바람에 더욱, 애틋한 아들이었죠. 영래의 아들은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아서 선생님은 물론이고 친구들에게도 인기가 많았습니다. 영래의 아들은 특히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걸 좋아했는데요. 장래 희망도 소설가였습니다.
하지만 소설가가 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지요. 소설을 쓰는 것도 어렵지만 소설을 쓸 만큼 생계를 유지하는 게 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의사 아버지를 뒀으니 형편이 나쁘다고 말할 순 없었지만 혼자 뭔가 해보고 싶었던 아들은 소설과 생계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20대를 겨우 보냈지요. 그러다 결혼을 하게 되었고 그에게 아이가 생겼습니다. 임신한 아내를 보면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 그는 소설 쓰기를 관두고 생계유지에만 매달리기로 했는데요. 소설 때문에 항상 아르바이트만 해오다 보니 특별한 경력도 없었고,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었죠. 아르바이트 중에서도 일당을 많이 주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소설 쓰기는 이제 먼 나라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그를 눈여겨본 사람 덕분에 현장 소장이라는 직책을 얻어 월급은 많이 올랐죠.
그러던 어느 날, 지방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는데요. 꽤 여러 군데를 돌아야 해서 야간에도 움직여야 했습니다. 차를 타고 어느 한적한 지방도로를 달리던 중 갑자기 도로 주변이 환해졌습니다. 그리곤 사라졌습니다. 알 수 없는 곳으로. 영래는 아들의 실종 소식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연못에서 아들의 차가 발견되었을 때 그는 가슴이 철렁했고, 정말 아들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숨이 쉬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 그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꿈만 꾸면 자꾸 아들이 나타나 도와달라는 겁니다. 어딘가에 갇혀 있다고 죽을 것 같다고 애타게 영래를 찾더군요. 영래는 결국 아들의 실종 사건을 조사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때 양 교수라는 사람을 만나 아들이 사라진 곳 주변에 무언가 심상치 않은 현상이 일어난다는 걸 알게 되었죠. 양 교수의 이야기는 영래에게 큰 희망을 주었습니다. 아들이 이 세계는 아니지만 다른 세계 어딘가에 살아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양 교수는 그 세계, 그러니까 소설의 세계로 가려면 소설가들의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뚱딴지같은 소리였지만 그는 진지했습니다. 차츰 그를 믿게 되었습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는 증거가 계속 나왔거든요. 뉴스와 신문에도 그 이상한 일들이 보도되기 시작했죠.
영래는 그 세계에 가서 아들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합니다. 여러 소설가를 찾아가 도와달라고 해봤지만, 그런 황당한 이야기를 믿어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소설가들이라면 그런 세계가 있다는 걸 믿어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그냥 착각이었죠. 남은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소설가들을 만드는 것. 영래는 병원에 입원한 환자 중 후보를 몇 명 정해두었고, 자신도 소설을 씁니다. 한데 소설 쓰는 게 어디 쉽나요?
영래는 의사답게 약을 만들어 보기로 합니다. 소설 쓰는 데 필요한 뇌의 영역을 활성화시키는 약을 개발합니다. 결과는 성공적입니다. 그 약을 먹었더니 진짜 소설이 잘 써지네요. 근데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자꾸 그놈이 나타납니다. 처음엔 아주 잠깐이었습니다. 꿈처럼 아주 잠깐 또 다른 영래가 나타나 속삭였습니다. 피곤하게 살지 말고 간단하게 해결하라고. 시간이 지나고 먹는 약의 양이 늘어나니 그놈이 더 자주 더 오래 찾아왔고, 어떤 날은 종일 영래를 괴롭혔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놈은 예전과는 많이 다른 놈이 되었습니다. 싸울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그런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