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은 무채색이었던 나를 생기 도는 푸른색으로 물들였다.
몇 달째 도서관 문이 굳게 닫혀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의 삶은 생각보다 많이 바뀌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모두 잠정적으로 폐쇄되었고 도서관도 예외일 수 없었다. 소중한 것은 잃고 나서야 보인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요즘 부쩍 도서관이 그립다.
어릴 때부터 도서관은 나의 외로움을 채워주는 공간이었다. 부모님은 항상 바쁘셔서 집에 홀로 남겨져 있는 시간이 많았고, 광활하게 주어진 그 시간들을 매일매일 색다른 것으로 혼자 채우기에는 돈이 부족했다. 한마디로 ‘돈 없는 시간’에 덩그러니 남겨진 나는 별 수 없이 도서관에 가게 되었다.
도서관은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수많은 책을 나에게 선물해주었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문학을 통해 느끼는 진정한 즐거움과 감동을 알 게 되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영상을 보는 것과 달리 책을 읽으며 스스로 서사를 만드는 것은 굉장히 생경하면서도 새로운 일이었다. 항상 소설을 읽는 것에만 익숙하던 내가 도서관에서 우연히 유명 연예인의 산문집을 발견했다. 그 책을 시작으로 현실과 맞닿아 있는 수필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들은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자신의 분야에서 인정받는 성공한 사람이 되었다. 마치 어떤 공식이 있는 것처럼 그들은 비참하고 억울한 상황에서도 목표를 향한 의지와 열정은 더욱 타올랐다. 먼 곳에 있는 누군가의 성공스토리를 읽으며 막연히 그 공식이 나에게도 적용되리라 믿게 되었다. 주어진 환경을 탓하기보다는 꿈을 이룬 내 모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게 되었다.
책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글쓰기 책에는 좋은 글을 쓰고 싶으면 좋은 글을 많이 읽으라는 내용이 나오는데, 그 진리를 이때 경험한 것 같다. 도서관에 오랜 시간 머물면서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싹트기 시작했다. 삶이 외롭고 고단한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글에 담아 전하고 싶었다. 그렇게 도서관은 글쓰기에 대한 흥미와 애정을 가져다주었고 실제로 학생 때 교내외 글쓰기 대회에서 입상하게 되었다. 별 다는 재주가 없던 나를 많은 선생님들과 친구들이 알아봐주기 시작했고 국어국문학과에 진학을 하게 되었다.
대상을 알 수 없는 원망과 미움으로 가득 차 있던 사춘기 시절을 올 곧게 붙잡아 준 공간은 도서관이었다. 내가 꿈꾸는 미래의 모습은 어쩌면 동네에 있던 도서관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도 도서관에 가면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오르곤 한다. 그때 나는 특별한 경험도 색다른 도전도 하기 어려웠지만, 도서관에 있는 책을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고 더 넒은 세상을 꿈꿀 수 있게 되었다. 도서관은 무채색이었던 나를 생기 도는 푸른색으로 물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