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와 호박
올해는 대추가 잘 들었다. 풍년이다. 아빠가 그 불볕에도 물줄기를 대놓다시피했다.
조락조락 찼다. 나 참 이런건 또 첨이네.
아빠가 좋아하신다. 익기 시작한 것으로 두 알을 따다주셔서 한 알은 엄마가 한 알은 내가 먹었다. 맛이 썩 좋다. 잘 익으면 꽤나 달고 씹을 것이 있겠다 싶다. J와 H는 아직 대추 맛을 모른다.
호박은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더위 탓이다. 꽃이 별로 피지도 않았을뿐더러 알이 맺히기을 기다렸다는듯이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호박잎을 두어번 쪄먹고 호박은 하나 두개쯤에 그쳤다. 한참을 따먹고도 남는 것은 일부러 익기를 기다렸다가 늙은 호박으로 따 저장해 두고 먹기도 여러번이었다.
가을 바람에 호박이 드는 것이니
그래도 기다려 봐야지.
가을이 다 되었는데도 신통치가 않다. 이럴 땐 만만한 것이 더위 탓이다. 송이도 작고 그닥 구실을 할 기미도 보이지도 않는다.
가을 아침, 새벽 세 시도 되기 전에 눈이 뜨여 잠들지 못했다.
이상하게 부추꽃이 예쁘다. 작고 희고 곱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