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세분화를 통해 다른 포지셔닝을 전략으로 운영되는 다면화 포지셔닝전략
포지셔닝 전략에 대한 본 내용은 도서 <마케팅의 정석>, <비즈니스모델을 혁신하는 5가지 길> 등의 내용이 참조되어 구성되었습니다. 기본에 충실한 마케팅 실무서인 <마케팅의 정석>은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포지셔닝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3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가장 먼저는 고객을 정의하는 것입니다. 누구를 공략할 것인지, 어떤 생활방식과 욕구를 가진 사람들인지 구체적으로 그려내는 단계입니다. 이어서 경쟁자를 식별해야 합니다. 여기서 경쟁자는 반드시 같은 업종에 있는 브랜드일 필요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맥도널드의 맥카페는 경쟁 상대로 스타벅스를 설정했습니다. 덕분에 맥카페는 ‘패스트푸드 매장의 커피’가 아니라 ‘스타벅스의 대안’으로 소비자의 머릿속에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포지셔닝 맵을 설정 합니다. 고객이 제품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을 두 축으로 놓고, 경쟁이 덜한 틈새 공간을 찾아 우리 브랜드의 자리를 정하는 방식입니다. 단순히 가격과 품질 같은 축 대신, 경험·취향·라이프스타일 같은 차별적인 기준을 잡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포지셔닝은 본질적으로 “고객이 누구이고, 우리의 경쟁 상대는 누구이며, 우리는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가”를 한 문장으로 압축해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가치는 반드시 소비자의 마음속에 깊이 각인되어야 비로소 힘을 발휘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시장은 과거보다 훨씬 세분화되어, 단 하나의 메시지로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관심사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이들 각각의 니즈를 맞추려면 자연스럽게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업은 한정된 자원 안에서 효율적이면서도 유연한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방안 중 하나가 바로, 하나의 제품군을 기반으로 여러 개의 타겟 세그먼트를 동시에 공략하는 다면적 포지셔닝 전략입니다. 연령, 성별, 지역, 관심사 등 다양한 기준으로 시장을 세분화하고, 각 세분시장에 맞는 제품 버전, 메시지, 프로모션을 따로 설계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동일한 스마트폰이라 하더라도, 어떤 소비자에게는 “전문가를 위한 최고 성능”으로, 다른 소비자에게는 “누구나 쉽게 쓰는 일상용”으로 포지셔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기업은 하나의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여러 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으며, 규모의 경제는 유지하면서도 소비자 다양성을 포용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결국 최근의 포지셔닝은 단일한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를 외치는 방식에서 벗어나, 세분화된 고객군을 만족시키는 다층적 접근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시장을 쪼개는 전략이 아니라, 브랜드 본질을 지키면서도 표현 방식과 강조점을 유연하게 변주하는 방법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코카콜라는 탄산음료 시장의 대표 주자로, ‘콜라’라는 동일한 제품군을 가지고도 클래식(Classic), 제로 슈거(Zero Sugar), 다이어트 코크(Diet Coke) 등으로 세분화된 포지셔닝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먼저 클래식 코카콜라는 세대와 국적을 초월한 대중 시장을 타깃으로 합니다. 이들에게 코카콜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행복과 긍정적 추억의 상징이기도 한데요. '코카콜라=행복'이라는 향수는 전 세계 소비자들의 공통 경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반면 코카콜라 제로 슈거는 칼로리와 당분을 신경 쓰는 젊은 세대, 특히 밀레니얼과 Z세대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건강을 중시하면서도 오리지널의 '그 맛'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욕구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제로 슈거는 바로 이 간극을 공략한 전략적 라인입니다. 다이어트 코크는 1980년대 출시 이후 형성된 충성 고객층을 기반으로 합니다. 독특한 맛에 익숙한 소비자들을 유지하면서도, 최근에는 자기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고객에게 어필하기 위해 포지셔닝을 새롭게 정립했습니다.
세 가지 라인의 메시지는 뚜렷하게 구분됩니다. 클래식 코카콜라는 '행복과 공유'라는 보편적 감성을 담고 있습니다. 글로벌 슬로건 'Open Happiness'는 작은 즐거움과 긍정의 순간을 상기시키며, 'Share a Coke' 캠페인은 병 라벨에 이름을 인쇄해 개인화된 공유 경험을 제공하곤 했습니다. 이 캠페인은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전개되었고, 미국에서는 10년 넘게 하락세였던 소비를 반등시켜 판매량을 2% 증가시키는 성과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코카콜라 제로 슈거는 직관적인 메시지 '진짜 코카콜라 맛, 설탕은 제로(Real Coca-Cola taste. Zero sugar)'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오리지널의 풍미를 유지하면서 칼로리를 없앤 기술 혁신을 강조하면서, 맛과 건강을 동시에 잡겠다는 포지셔닝입니다. 특히 과거 다이어트 코크가 여성 중심으로 인식된 점을 보완해, 제로 슈거는 남녀 모두를 아우르는 젊은 층 음료로 재포지셔닝을 했습니다.
다이어트 코크는 최근 '네가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라(Love What You Love)'라는 캠페인을 통해 자기만족과 당당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2022년 40주년 캠페인에서는 슈퍼모델 케이트 모스(Kate Moss)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기용했고, 2024년에는 유명인 대신 실제 소비자 팬을 광고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진정성을 강화했습니다.
실행 방식도 각기 다릅니다. 클래식 코카콜라는 TV, 옥외 광고, 연말 산타클로스 광고 등 매스 채널을 통해 따뜻하고 감성적인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반면 제로 슈거는 틱톡, 인스타그램 등 디지털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인기 아이돌 뉴진스와 협업해 캠페인 송 'Zero'를 발표하고 댄스 챌린지를 전개하기도 했습니다. 이 곡은 유튜브에 공개되자마자 '광고인지 신곡인지 헷갈린다'는 반응을 불러일으킬 만큼 화제가 되었고, 글로벌 차원에서도 틱톡 챌린지와 이벤트성 프로모션이 이어졌습니다. 다이어트 코크는 팬 참여형 캠페인과 패션 아이템을 접목해, 트렌디하고 개성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코카콜라의 다면적 포지셔닝 전략은 제품 간 상호잠식(Cannibalization)을 최소화하면서도 브랜드 전체 시장 규모를 확장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상황과 필요에 따라 클래식, 제로, 다이어트를 선택하지만, 무엇을 마시든 코카콜라를 마시게 되는 구조를 만든 것입니다.
또한 강력한 코카콜라 브랜드 자산 덕분에 제로 슈거와 같은 신규 라인도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습니다. 소비자들은 이미 '코카콜라=품질과 맛'이라는 신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포지셔닝 제품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만약 본 브랜드의 자산이 없었다면 '설탕은 없지만 맛은 같다'는 메시지를 설득하기 훨씬 어려웠을 것입니다.
코카콜라의 사례는 하나의 핵심 브랜드 본질을 바탕으로 메시지의 폭을 넓혀 다양한 고객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코카콜라는 같은 제품군 안에서도 감성, 기능,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세 가지 층위를 동시에 공략하며, 브랜드의 확장성과 유연성을 입증해가고 있습니다.
기본에 충실한 마케팅 실무서 <마케팅의 정석>,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비즈니스로 구체화하는 <비즈니스모델 사용설명서>의 내용을 저자 강의, 도서, 강의교안, 전용 GPTs로 만나세요.
아이폰의 고객 세분화 전략
애플은 한정된 하드웨어 포트폴리오와 세분화된 라인업, 그리고 자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생태계의 조합을 통해 적은 종류의 제품으로 대체 불가능한 프리미엄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높은 매출과 이익으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2025년 2분기(2025회계 연도 Q2, 3월 29일 마감) 기준 애플의 분기 매출은 953억 6천만 달러, 전년 대비 5% 성장하며, 순이익(순이익 추정치)은 약 247억 8천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서비스 부문 매출은 266억 5천만 달러로, 해당 분기 전체 매출의 약 28%를 차지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이는 적은 제품 라인업만으로 이룬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큽니다. 애플은 주력 제품군, 특히 아이폰을 기반으로 고객을 세분화하는 전략을 통해 매출과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애플=아이폰'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아이폰 라인업은 프로(Pro/Pro Max), 일반형(기본 모델), 그리고 보급형 SE로 나뉘며, 각기 다른 고객층을 공략한 결과라고도 평가할 수 있습니다.
아이폰 프로(Pro) 모델은 사진작가, 영상 편집자, 모바일 게이머처럼 고성능 작업을 자주 수행하는 사용자를 타깃으로, 최신 칩셋, 프로급 카메라, ProMotion 디스플레이 등 최고 성능과 혁신 기능을 제공해서 가장 좋은 것을 쓰고 싶은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습니다.
일반형 아이폰은 프로급까지는 필요 없지만 최신 기술은 불편 없이 누리고 싶은 일상 사용자층을 겨냥하는 것입니다. SNS, 영상 보기, 사진 촬영 등 일상적인 사용에 충분한 성능을 제공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을 지향하고 있습니다.(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는 일반형도 고가에 해당합니다)
아이폰 SE 모델은 부모님 세대나 학생, 실속형 소비자처럼 최소한의 기능과 익숙한 인터페이스를 중시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입니다. 좀 더 작은 크기, Touch ID 홈버튼, 기존 디자인 활용 등을 통해 효율성과 친숙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같은 아이폰 브랜드 안에서도 각 모델에 서로 다른 이미지를 부여하며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공략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먼저 아이폰 프로는 철저히 전문가와 프로슈머를 위한 도구로 포지셔닝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아이폰 15 프로를 발표하면서 '영화 제작자와 크리에이티브 전문가들이 선택하는 스마트폰'이라고 소개했는데, 이는 곧 프로 모델이 단순한 휴대전화가 아니라 전문 작업을 대체할 수 있는 장비임을 강조한 것입니다. 실제로 120Hz 프로모션(ProMotion) 디스플레이, 5배 망원 카메라, LiDAR 스캐너, ProRes 동영상 촬영 등 전문가급 사양이 탑재되었고, 3 나노미터 공정의 A17 프로 칩과 USB 3 전송 속도는 과거 PC나 고급 장비에서나 가능했던 작업을 아이폰 하나로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메시지 자체가 '아이폰 프로는 최고의 창작 도구'라는 방향으로 정리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아이폰 기본 모델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최신 기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외형적으로는 프로와 동일한 풀스크린 디자인과 다이내믹 아일랜드(Dynamic Island)를 적용해 프리미엄 감각을 유지했지만, 내부 사양은 한 세대 전 칩셋(A16 바이오닉)과 듀얼 카메라를 탑재해 가격대를 낮췄습니다. 애플은 이 모델을 '일상의 순간을 놀랍게 담아낼 48MP 카메라와 검증된 칩셋'이라는 메시지로 정의하며, 대중 사용자도 충분히 뛰어난 경험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즉, 프로 모델이 전문가용이라면, 기본 모델은 합리적인 가격에 최신 기술을 체험하고 싶은 고객을 위한 포지셔닝입니다.
아이폰 SE는 '필수만 담은 아이폰'이라는 메시지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적극적인 광고가 많지 않지만, 시장에서는 '작지만 알찬 아이폰'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익숙한 홈버튼(Touch ID), 그리고 전작 디자인을 재활용한 효율적인 구성은 실속을 중시하는 소비자층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부모님 세대나 학생, 혹은 스마트폰의 기본 기능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용자에게는 iOS 생태계를 가장 합리적인 비용으로 누릴 수 있는 선택지로 자리매김하려는 것입니다.
결국 애플은 같은 아이폰이라는 브랜드 안에서도 프로는 전문가용 최고의 도구, 기본 모델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최신 경험, SE는 작지만 알찬 실속형 아이폰이라는 세분시장별 포지셔닝 메시지를 통해 소비자에게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곧 단일 브랜드 안에서 다양한 고객군을 흡수하며, 동시에 브랜드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는 전략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애플은 아이폰이라는 단일 브랜드와 iOS 생태계를 유지하면서도, 각 모델에 맞춘 세분화된 마케팅 전략을 통해 매출과 고객 경험을 동시에 강화한 것입니다. 이 전략은 애플에게 두 가지 성과를 동시에 안겨주었습니다. 첫째, 매출 극대화입니다. 프로 모델은 높은 마진 구조와 함께 안드로이드 진영의 고급 수요까지 흡수했고, 일반 모델은 가격 장벽을 낮춰 더 많은 대중 소비자를 끌어들였습니다. SE 모델은 가성비를 중시하는 층까지 포용해 저변을 확장했습니다. 둘째, 고객 만족도의 제고입니다. 어떤 모델을 선택하든 동일한 iOS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각자의 필요에 맞는 모델을 고르면서도 브랜드 일관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애플은 제품 혁신을 포지셔닝 메시지와 일치시킨 점이 돋보입니다. 프로 모델에는 업계 최초의 기술을 적용해 ‘전문가용 도구’라는 이미지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했고, 일반 모델에는 전 세대 플래그십의 기능을 빠르게 확산시켜 '누구나 최신 경험을 누릴 수 있다'는 메시지에 힘을 실었습니다. 만약 이러한 성능 차별화가 뚜렷하지 않았다면 소비자들은 납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혁신을 동시에 밀어붙임으로써, 각 라인의 포지셔닝을 공허한 구호가 아니라 실제 경험으로 증명했습니다.
결국 이 전략은 소비자가 자신의 필요와 상황에 따라 모델을 합리적으로 선택하게 만들었고, 애플은 프리미엄 이미지 유지와 시장 저변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제품을 나누어 파는 전략이 아니라, 세분화된 고객 경험을 일관된 브랜드 정체성 속에 녹여낸 사례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브랜드가 시장세분화를 통해 상이한 포지셔닝 전략에 성공하려면 모든 것을 관통하는 하나의 브랜드 본질(essence)이 견고해야 합니다. 코카콜라의 브랜드 에센스는 '행복'이고, 애플의 브랜드 에센스는 '혁신과 사용 편의성'입니다. 이처럼 핵심 가치가 분명하면, 각 세분시장별로 메시지와 톤을 달리하면서도 브랜드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게 됩니다. 이러한 브랜드 자산은 새로운 시장세분화 포지셔닝을 펼칠 때 강력한 지원군 역할을 합니다. 업계 1위 브랜드가 새로운 제품 변종을 내놓으면 소비자들은 '일단 써보자'라고 쉽게 마음먹는데, 이를 흔히 브랜드 신뢰의 전이 효과라고 합니다.
물론 주의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브랜드 본질을 가볍게 생각하고 각각 다른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하면 고객가치가 훼손되게 됩니다. 따라서 기업 내 브랜드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합니다. 여러 제품라인을 운영하더라도, 전체 브랜드의 가치와 미션에 어긋나지 않도록 내부 조율과 관리를 해야 합니다. 특히 최근 소비자들은 기업의 진정성에 민감하므로, 한 세그먼트에서 사회적 메시지를 강조하면서 다른 세그먼트에서는 반대되는 행태를 보이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브랜드의 코어 아이덴티티를 지키면서, 표현 방법에서 유연성을 발휘하는 균형 잡힌 전략이 중요합니다.
차별화된 포지셔닝의 출발점은 결국 고객을 얼마나 잘 아는가입니다. 이를 위해 기업은 인구통계적 데이터, 심리적 성향, 구매 행태 등의 자료를 면밀히 분석하고, 각 세그먼트 고객이 무엇을 필요로 하고 어떤 가치관을 지니는지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합니다. 마케팅 인사이트(insight)란 흔히 말하길 팩트 뒤에 숨은 진실을 발견하는 것인데, 이 진실은 대개 타깃 고객만의 미충족 욕구나 불편함으로부터 도출됩니다.
예컨대 맥도널드가 2020년 젊은 힙합 팬들을 겨냥하여 래퍼 트래비스 스콧(Travis Scott)과 협업한 것은, 피상적으로 보면 유명인 마케팅이지만 그 이면에는 해당 세대가 무엇에 열광하고 어떤 문화를 소비하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가 깔려 있었습니다. 그 결과 출시된 'Travis Scott 세트 메뉴'는 폭발적 반응을 얻어, 미국 일부 매장에서 쿼터파운더 재료가 동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맥도널드 입장에서는 신규 메뉴도 아닌 기존 메뉴 조합이었지만, 유명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입혀 문화적 히트를 만든 것입니다. 이처럼 데이터 분석과 문화적 트렌드 파악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는 참신한 포지셔닝 아이디어의 원천이 됩니다. '우리가 남들보다 잘하는 차별화 포인트가 무엇인가?'를 고민하기에 앞서, '우리 고객에게 진짜로 중요한 게 무엇인가?'를 묻는 것이 먼저가 되어야 합니다.
포지셔닝은 약속입니다. “우리 제품은 이러이러한 점에서 독특합니다. 당신의 특정 욕구를 만족시킵니다”라고 세상에 공언하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그 약속이 공허한 구호로 끝나지 않으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제품 자체의 혁신과 품질 향상이 따라야 합니다. 앞서 살펴본 사례들 역시 그런 면에서 탁월했습니다. 코카콜라 제로 슈거는 수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오리지널과 거의 흡사한 맛을 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제로 칼로리 콜라도 맛있다'는 포지셔닝이 시장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만약 맛이 형편없었다면 그 메시지는 소비자에게 외면당했을 것입니다. 애플 아이폰 프로 또한 최신 칩셋, 카메라 센서, 디스플레이 기술 등으로 무장했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구'라는 주장이 힘을 얻었습니다.
이처럼 포지셔닝 전략은 마케팅 부서만의 일이 아니라, R&D·제품개발·서비스운영 등 회사 전체의 공조로 완성됩니다. 새로운 포지셔닝 기회를 포착했다면, 그것을 실행에 옮길 제품 혁신의 엔진을 가동해야 합니다. 반대로 어떤 획기적 제품 혁신이 이루어졌다면, 그것을 돋보이게 할 포지셔닝 스토리를 입혀야 합니다. 결국 작은 차이를 극대화하여 의미를 부여하는 것, 그리고 그 의미를 실제 경험으로 구현하는 것—이 두 축이 맞물릴 때 다면적 포지셔닝은 비로소 성공을 거둘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