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 효율화를 추구하는 사이제리야와 팬덤을 만들어낸 성심당
그러나 이러한 흐름은 본래 창업이 지향해야 할 혁신과 가치 창출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진입장벽이 낮은 업종에서 경쟁이 집중되다 보니 시장 포화와 과잉 경쟁이 심화되고, 많은 자영업자가 생존의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적 차원에서는 한계에 다다른 사업 구조를 정리하고, 월 100만 원도 벌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에게는 보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해야 합니다. 동시에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한 혁신 창업을 지원하여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만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영업의 몰락과 1인 크리에이터의 증가, 일자리의 변화'에 대한 글은 도서 <커머스의 미래, 로컬>,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모델, 취향과 경험을 판매합니다>의 내용이 인용되어 구성되었습니다.
대한민국에 자영업자는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숫자상으로 한식 음식점 46만 개소(2024년 한식산업 실태조사, 농림축산식품부), 미용실 11만 3천 개소(국가통계포털), 커피 전문점(카페) 약 10만 개 소(국가통계포털), 편의점 5만 5천 개소(편의점산업협회), 치킨 전문점 4만 1천 개소(국가통계포털), 부동산 중개업소 11만 3천 개소가 있습니다. 이외에도 무수히 많은 업종에서 수많은 소상공인이 치열한 경쟁에 놓여 있습니다.
오프라인만 숫자가 많은 것이 아닙니다. 네이버가 발표한 'D-커머스 리포트 2023'에 따르면 스마트스토어의 판매자는 57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그런데 이 중 연 매출 1억 원 이상을 기록한 판매자는 약 4만 5천 명으로, 전체의 8% 수준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2%의 판매자는 1억 이하의 매출이라는 의미인데요. 언론이나 광고에서 보이는 '월 매출 1천만 원'과 같은 숫자는 실제 손에 쥐는 돈(순이익)이 아니죠. 여기서 상품 원가, 플랫폼 수수료(약 6%, PG 및 중개수수료 등), 광고비(매출의 10% 수준), 세금, 포장 및 배송비 등을 제외하면 연간 2천만 원 이하의 순이익도 벌지 못하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직장 근로자의 최저임금도 벌지 못하는 곳이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소득 데이터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2023년 기준)에 따르면 개인사업자의 대다수인 75.7%가 월 소득 100만 원 미만(연 소득 1200만 원 미만)이며, 100만 명이 넘는 사업자가 소득이 '0원'이라고 신고했다고 합니다. 아주 많은 자영업자들이 광범위한 재정적 곤경 상태에 빠져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부채 위기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자영업자의 대출액은 커지는 가운데 부채 비율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개별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낮은 소득은 사업주가 운영비와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빚을 내도록 만들고, 사업이 실패하면 그 빚은 고스란히 개인에게 남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영업은 '부채의 덫'이자 시스템적 금융 리스크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자영업의 감소는 일시적인 불황이나 인구 감소 때문이 아니라, 산업구조가 근본적으로 달라지면서 생긴 구조적 문제입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고도화되고,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생산과 유통을 장악하게 되자 영세 자영업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졌습니다. 과거에는 동네 상점과 개인 서비스업이 지역 경제를 떠받쳤지만, 지금은 효율적이고 대규모로 움직이는 기업 시스템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노동시장 역시 크게 변했습니다. 임금근로자의 비중은 꾸준히 늘어나면서 자영업은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한때 은퇴 후 가게를 차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선택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수익이 적더라도 사회보험과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임금근로를 선호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율은 1963년 37%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2025년 현재는 약 19%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자영업의 축소가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흐름임을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한때 자영업은 일자리를 잃거나 은퇴한 이들에게 마지막 안전판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높은 임대료, 인건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위험이 더 큰 선택지로 전락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산업구조의 변화는 자영업을 더 이상 당연한 생계 기반이 아닌, 불안정하고 위험한 선택지로 만들고 있습니다.
산업구조의 변화가 자영업의 기반을 흔들었다면, 플랫폼 경제의 확산은 그 위기를 가속화시키고 있습니다. 쿠팡과 네이버로 대표되는 거대 온라인 쇼핑몰과 배달의민족과 같은 배달 앱은 소비자들의 생활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동네 가게를 찾지 않고도 대부분의 상품과 음식을 손쉽게 주문할 수 있습니다. 발품을 팔던 소비 패턴이 클릭 몇 번으로 대체되면서, 자영업이 기대던 오프라인 상권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자영업자들에게 양면의 결과를 낳았습니다. 일부는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며 성장했지만, 다수의 영세 자영업자들은 온라인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밀려났습니다. 결과적으로 양극화가 심화되었고, 플랫폼에 적응하지 못한 자영업자들은 폐업 압박을 받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2024년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42조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곧 오프라인 골목상권의 소비 파이가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정부는 이러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금융지원과 각종 대책을 확대했지만, 근본적인 대응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질서 속에서 자영업자들은 점점 더 종속적 위치로 밀려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자영업은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사업이 아니라, 플랫폼의 정책과 알고리즘에 크게 좌우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습니다. 결국 자영업의 위기는 단순히 시장 변화의 결과가 아니라, 플랫폼이 모든 것을 장악하는 새로운 경제 질서의 그림자라 할 수 있습니다.
자영업의 기반을 무너뜨린 또 하나의 요인으로 소비 패턴과 생활방식의 변화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기술 발전과 1인 가구 증가로 소비 트렌드는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생활필수품부터 의식주 전반을 동네 가게에서 해결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온라인 쇼핑을 통해 손쉽게 물건을 주문하고, 가정간편식(HMR)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정기 구독 서비스를 통해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받아보기도 합니다.
바쁜 현대인들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발품을 팔아 상점을 돌아다니기보다 클릭 몇 번으로 주문을 마치거나, 체계적으로 구축된 편의점·대형마트·온라인몰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이 변화는 필연적으로 전통적인 영세 자영업자의 입지를 좁히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가속화시켰습니다. 비대면 소비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온라인과 편의형 소비가 일상화되었고, 이에 적응하지 못한 자영업자들은 더 큰 어려움에 직면했습니다. 결국 소비자의 생활방식 자체가 바뀌었고, 그 변화에 발맞추지 못한 자영업은 자연스럽게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동종 업종의 과잉 경쟁과 높은 비용 구조 역시 자영업자들을 옥죄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한정된 내수 시장에 너무 많은 점포가 몰려들면서 상권은 이미 과밀 상태입니다. 거리마다 빽빽하게 들어선 프랜차이즈 카페, 잠시 유행을 타다 사라지는 탕후루·마라탕 가게처럼, 상권은 과잉 공급과 단명하는 유행 업종이 반복되는 악순환에 빠져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높은 임대료, 인건비 상승, 배달앱 수수료까지 겹치며 영업이익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5년 2분기 기준 자영업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약 201만 5천 원으로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하며, 평균 부채는 이미 1억 원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온라인 경쟁이 또 다른 비용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국내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은 과거 시간차와 정보 비대칭을 활용해 수익을 올릴 수 있었지만, 테무(Temu), 알리익스프레스 같은 크로스보더 플랫폼의 등장으로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이들은 막대한 자본력과 글로벌 물류망을 바탕으로 초저가·빠른 배송 전략을 펼치며, 소비자들의 선택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은 광고비를 지출하는 등 경쟁심화는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자영업자들은 오프라인에서는 임대료와 인건비, 온라인에서는 글로벌 플랫폼과의 가격 경쟁이라는 이중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수익성 악화와 부담 가중은 더 많은 폐업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신규 창업의 난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고 있는 것입니다.
인터뷰어 이러닝 서비스에서 도서 <커머스의 미래, 로컬>,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모델, 취향과 경험을 판매합니다>의 내용을 저자 직강 이러닝과 참고자료(강의교안), 챗GPT GPTs로 만나실 수 있습니다.
포화 상태를 넘어선 시장, 모든 것을 장악해 버린 거대 플랫폼,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소비 방식, 그리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비용의 압박 속에서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생존의 벼랑 끝에 서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몇몇 가게의 문제가 아닌, 산업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에서 비롯된 구조적 위기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타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효율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프랜차이즈에서 오랫동안 사용되고 있는 '센트럴 키친'이 대표적입니다. 센트럴 키친(Central Kitchen)이란, 본사가 핵심 식재료의 손질, 가공, 소스 제조 등 복잡한 조리 과정을 중앙 시설에서 모두 마친 뒤, 각 가맹점에는 완제품에 가까운 반조리 상태로 공급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이를 통해 가맹점은 전문 주방 인력 없이도 통일된 맛과 품질을 유지할 수 있으며, 대량 구매를 통한 원가 절감 효과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센트럴 키친의 기본 전제는 규모의 경제입니다. 대부분의 자영업자에게는 적용에 한계가 있습니다. 거대한 자본을 투입해 공장을 짓고, 수많은 가맹점에 물류를 공급해야만 비로소 시스템이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개인 자영업자에게 필요한 것은 이 시스템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운영의 시스템화’라는 핵심 원리를 자신의 작은 가게에 맞게 적용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입니다.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원칙이 있습니다. 운영의 효율화는 철저히 공급자, 즉 사업주 관점의 혁신이어야지, 그 결과가 고객 경험의 가치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가족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나온 파스타가 식자재 마트에서 누구나 살 수 있는 기성품 소스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고객이 느꼈던 모든 긍정적인 경험은 무너지고 맙니다. 이는 비용을 아꼈을지는 몰라도, 고객의 신뢰라는 가장 중요한 자산을 잃는 ‘나쁜 효율화’의 전형입니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즉 고객이 감동하는 압도적인 가치와 사업주의 수익성을 보장하는 철저한 운영 시스템을 어떻게 하나로 엮어낼 수 있을까요? 진정한 혁신은 고객이 눈치채지 못하는 영역에서 효율을 극대화하여 그 혜택을 온전히 고객에게 돌려주는 '좋은 효율화'에 있습니다. 그 해답의 실마리를 의외의 곳, 일본의 저가 이탈리안 레스토랑 사이제리야(サイゼリヤ)의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지금의 사이제리야도 상황이 다르지 않았습니다. 창업자 쇼가키 야스히코(正垣泰彦)가 운영하던 작은 서양식 레스토랑은 손님이 없어 파리만 날리던, 폐업 직전의 가게였습니다. 이공계 출신이었던 그는 이 문제를 과학자처럼 접근했습니다. "우리 가게 음식은 맛있다. 그렇다면 손님이 없는 이유는 단 하나, 가격 때문이다."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그는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전 메뉴 70% 할인'이라는, 상식 밖의 실험을 감행합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가게 앞은 매일같이 긴 줄로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가설은 증명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성공의 기쁨도 잠시, 주문이 폭주하자 주방은 마비되었고 기존의 방식으로는 도저히 손님을 감당할 수 없는 성공이 부른 위기에 봉착하게 됩니다.
바로 이 순간이 사이제리야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지점입니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 모든 것을 바꿔야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1초라도 빨리 음식을 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아르바이트생도 즉시 조리할 수 있을까?" 이 절박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비효율적인 모든 것을 걷어내고, 조리 과정을 단순화하고, 주방 동선을 최적화했습니다. 처음부터 거창한 시스템을 기획한 것이 아니라, 넘쳐나는 고객을 감당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오늘날 사이제리야 시스템의 근간이 된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한가할 때 시스템을 고민하는 것은 아이디어로 그치기 쉽습니다. 오히려 스스로 만든 압도적인 가치 때문에 바빠져서, 어쩔 수 없이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게 되는 환경이 더 강력한 동기가 됩니다. 압도적인 양을 약속하면서 식재료 직거래와 재고 관리법을 고민하게 되고, 미친 스피드를 약속하면서 미니 센트럴 키친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오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효율화 과정은 오늘날 사이제리야의 강력한 원가우위 전략으로 구체화되었습니다. 그 핵심은 먼저, 자체 농장 운영과 수직계열화를 통해 양질의 식재료를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가격으로 조달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이렇게 조달된 식재료는 센트럴 키친에서 완벽하게 가공되어 각 매장에서는 ‘칼이 필요 없는 주방’을 구현하는데, 덕분에 전문 기술을 가진 요리사 없이도 누구나 동일한 품질의 음식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인력 운영 또한 철저히 시스템에 기반하여 점포당 정직원을 1명으로 최소화하고, 파트타이머의 동선과 업무까지 과학적으로 설계하여 최소의 인원으로 최대의 생산성을 이끌어냅니다. 결국 식재료, 조리, 인력 운영의 모든 과정에서 낭비를 제거하고 시스템을 내재화한 것이 사이제리야 경쟁력의 본질인 셈입니다.
운영 효율화 기반의 원가우위 전략에도 시간이라는 변수 앞에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경쟁자를 압도하기 위해 만들어 낸 차별화는 필연적으로 동질화(Homogenization)와 진부화(Obsolescence)라는 과정을 겪게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힘들게 만들어내면 경쟁자들은 생각보다 쉽게 그것을 모방하고, 한때 특별했던 차별점은 어느새 당연한 것이 되어버립니다. 고객의 관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혁신적이고 매력적이던 것도, 시간이 흐르면 익숙하고 진부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마련입니다.
운영 효율화를 통한 원가 경쟁력 확보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기본조건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서 우리만이 가진 고유한 스토리와 고객 경험을 통해 강력한 팬덤(Fandom)을 만들어가는 것이 지금의 시대정신입니다. "우리의 제품이 이렇게나 좋습니다", "정직하게 만듭니다"라고 주장하지만 경쟁자의 제품도 충분히 좋고, 경쟁자도 정직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것을 상향평준화되었다고 표현할 수 있을 텐데요. 소비자들은 단순히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지갑을 열지 않습니다. 그들은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행위를 통해 특별한 상징성을 얻고, 자신의 가치관을 표현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상징성을 부여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바로 스토리(Story)입니다. 특히나 해당 매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로컬 스토리가 최근에는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너무 자주 언급되어서 식상하지만, 그렇다고 사례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곳이 바로 대전의 성심당입니다.
성심당의 힘은 재무제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4년 성심당은 매출 1,937억 원을 기록하며 2023년 대비 56% 성장했으며, 영업이익 또한 크게 증가하여 478억 원을 달성했습니다. 이는 3,400여 개의 가맹점으로 운영되는 파리바게뜨는 압도하는 수준입니다. 이러한 차이는 두 기업의 비용 구조에서 명확히 드러납니다. 성심당의 비즈니스모델은 '좋은 효율화'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와 같습니다. 성심당의 매출원가율은 약 53%에 달합니다. 이는 일반적인 베이커리의 원가율(약 30%)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로, '좋은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한다'는 브랜드 스토리가 단순한 마케팅이 아닌 실체임을 숫자로 증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성심당의 성공 비결은 비용 구조에 있습니다. 성심당의 매출원가율은 52.7%에 달합니다. 이는 ‘좋은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한다’는 브랜드 철학이 단지 구호가 아님을 증명하는 확실한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객이 한 입 베어 무는 빵 속 가득한 재료는, 높은 원가율이라는 숫자를 통해 기업의 진정성을 직접 경험하게 하는 매개체인 셈입니다.
낮은 판매관리비 비중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성심당은 광고를 하지 않는 기업으로 유명합니다. 대규모 광고나 마케팅 활동 없이, 오직 제품력과 입소문만으로 지금의 명성을 쌓아온 것인데요. 주목할 점은, 낮은 비용이 결코 직원에 대한 투자 축소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성심당은 업계 평균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과 복지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낮은 판매관리비는 광고비를 아껴 그 이익을 직원과 고객에게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음을 시사합니다.
사이제리야와 성심당의 사례는 위기 속에서도 자영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해 줍니다. 사이제리야는 메뉴를 과학적으로 재설계하고 동선을 최적화해 ‘칼이 필요 없는 주방’을 구현한 사례입니다. 이를 통해 낮은 인건비와 빠른 서비스를 달성하면서도 품질을 유지하는 운영 시스템을 구축한 것입니다. 소규모라도 자신의 업무를 표준화하고 불필요한 단계를 제거하여 ‘좋은 효율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규모가 작다고 좌절하기보다, 물류·재고·인력 운영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미니 센트럴 키친과 같은 시스템을 도입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성심당은 다른 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성심당은 고가의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하고 지역 이야기를 담아내는 독창적 제품으로 팬덤을 만들었습니다. 매출원가율이 높지만, 광고를 거의 하지 않고도 입소문과 고객 충성도로 성장해 왔습니다. 성심당의 사례는 자영업이 플랫폼이나 가격 경쟁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브랜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고객이 돈을 쓰는 이유는 단순히 저렴하거나 질이 좋아서가 아니라, 제품이 제공하는 이야기와 경험에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브랜드 스토리와 팬덤은 장기적인 생존을 위한 또 다른 축입니다. 효율화를 통해 비용 경쟁력을 확보하되, 이를 기반으로 남다른 경험과 가치로 고객과 깊은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것입니다.
결국 자영업의 몰락은 거스를 수 없는 구조적 현상이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한국의 자영업 비중이 일본과 미국보다 두세 배 높고, 월소득 100만 원 미만의 자영업자가 75.7%에 달하는 냉혹한 현실에서도 해답은 존재합니다. 사이제리야와 성심당처럼 운영 효율화와 팬덤 구축이라는 두 축을 균형 있게 활용한다면, 플랫폼의 종속성과 과잉 경쟁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생존 전략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지속가능한 자영업의 생존 원칙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전략의 출발점은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나는 누구인가'를 정의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경쟁자가 결코 복제할 수 없는 유일한 자산, 즉 브랜드의 철학입니다. 성심당에게 그것이 '나눔'이었다면, 사이제리야 창업자에게는 '과학적 합리성'이었습니다. 이 철학은 어려운 선택의 순간에 모든 결정을 이끄는 기준점이 되었습니다..
자영업자는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합니다. "내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신념은 무엇인가?" 그것이 지역 농산물에 대한 고집일 수도, 특정 공예 기술에 대한 열정일 수도, 혹은 완벽한 고객 응대에 대한 집착일 수도 있습니다. 이 '당신 다움'이 명확할 때,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가 분명해지며, 이는 브랜드의 모든 시각적, 경험적 요소에 일관성을 부여하는 기준이 됩니다
성공은 더 많은 자본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금을 조달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서 옵니다. 자영업자는 자신의 가게 안에서 이 선순환의 작은 엔진을 만들어야 합니다.
먼저, 당신의 '사이제리야'를 찾아야 합니다. 가게 운영의 뒷단(재고 관리, 주문, 예약, 재료 손질 등)에서 효율화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야 합니다.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영업자 수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여러 서비스가 있습니다. 이를 활용해서 재고 관리를 최적화하거나, 동선을 개선해 시간을 절약하는 것만으로도 작지만 꾸준한 '운영적 잉여'(절약된 돈이나 시간)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는 모든 사업의 기본인 정확한 원가 계산과 관리의 중요성과도 직결됩니다
다음으로, 당신의 '성심당'을 실행해야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잉여를 개인의 이익으로 취하는 대신, 원칙 1에서 정의한 '당신 다움'에 즉시, 그리고 고객이 볼 수 있는 방식으로 재투자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작은 카페가 재고 관리로 월 5만 원의 재료 폐기 비용을 줄였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 5만 원으로 약간 더 비싸지만 공정무역 인증을 받은 원두를 구매하고, 그 원두의 스토리를 작은 안내판에 적어두는 것입니다. 이처럼 운영 효율화를 통해 얻은 이익이 곧장 브랜드의 철학과 스토리를 강화하는 데 쓰일 때, 고객은 가격표 너머의 가치를 느끼고 감동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거대 플랫폼이나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결코 모방할 수 없는 강력한 연결고리를 만들어 줍니다.
철학은 아이디어에 머물 때 힘이 없지만, 시스템이 될 때 현실을 바꾸게 됩니다. 시스템이란 바쁘거나 힘든 날에도 예외 없이 철학이 실행되도록 보장하는 반복 가능한 프로세스를 말합니다. 사이제리야와 성심당이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그들의 철학이 견고한 시스템으로 구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철학이 '효율'이라면, 사이제리야처럼 모든 프로세스를 문서화하고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누구든 동일한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당신의 철학이 '커뮤니티'라면, 성심당처럼 그것을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매주 금요일 '동네 커피' 판매 수익의 10%는 지역 유기견 보호소에 기부됩니다"와 같은 명확한 규칙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는 일회적인 선행이 아니라, 고객과 직원이 모두 인지하고 신뢰할 수 있는 약속이 됩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단순한 판매 공간을 문화와 경험을 제공하는 '플랫폼형 공간'으로 진화시키며, 이는 현대 소상공인의 중요한 생존 전략이 되고 있습니다.
한 번 정해진 방식만을 고수하는 것은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것과 같습니다. 확고한 철학을 유지하되, 그것을 구현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연함의 첫 번째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입니다. 키오스크, 테이블 오더, 배달 앱, SNS 마케팅 등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 도구입니다. 작은 가게라도 기술을 활용해 운영 효율을 높이고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역시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정책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한 전략입니다.
두 번째는 핵심 역량을 유지하며 사업 모델을 과감히 전환하는 '피보팅(Pivoting)'입니다. 이는 단순히 업종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변화와 고객의 요구에 맞춰 비즈니스의 방향을 수정하는 전략적 움직임입니다. 예를 들어, 맛있는 치킨으로 유명했던 수제 맥줏집이 배달 시장의 성장에 맞춰 '숍인숍' 형태로 치킨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오프라인 매장 운영 경험을 살려 온라인 구독 서비스를 시작하는 사례가 이에 해당합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글로벌 플랫폼들도 처음에는 다른 서비스 모델로 시작했지만, 고객의 반응을 기민하게 포착하여 핵심 기능을 중심으로 피보팅에 성공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변화의 과정에서 '당신다움'이라는 핵심 철학을 잃지 않으면서,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를 새로운 방식으로 제공하는 것입니다.
결국, 지속 가능한 자영업은 단단한 철학과 유연한 전략의 결합을 통해 완성됩니다. 자신의 신념을 시스템으로 구축하여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동시에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기회를 탐색해야 합니다. 위기는 모두에게 동일하게 찾아오지만, 유연하게 적응하고 진화하는 자영업자만이 그 위기를 넘어 자신만의 길을 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