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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한 것이 아니라 기존과 다를 뿐,  'B급 감성'

싼티, 촌티, 날티를 통해서 주류 문화에 대한 조롱과 저항


상업적 측면에서 B급이 A급을 압도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시작된 'B급 감성' 콘텐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2012년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2020년 한국관광공사에서 선보인 '이날치 밴드'와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국악팝 스타일의 '범 내려온다', 2021년 CU편의점에서 콜라보레이션 상품으로 출시한 '곰표밀맥주'까지. B급 감성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에게 또다른 문화입니다. 


소비자들이 광고 열람에 대한 주도권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흥미를 가지고 찾아볼 만한 콘텐츠가 대세입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수면 아래에서 잠재되어 있던 욕구가 분출되면서 B급으로 분류되던 마이너가 주류로 부상하게 된것인데요. 진지하고 어려운 것보다 유머스럽고 가벼운 내용으로 피식하고 웃음을 자아내는 'B급 감성'이 이제는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습니다. 얼굴과 몸매가 멋지지 않은 가수도, 철저하게 뒤틀리고 꼬인 인간성을 직설적으로 드러내서 불편한 영화도, 국악이라고 외면받았던 음악과 싼티나는 춤도 스토리와 콘텐츠가 좋으면 선택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B급'이라는 표현에는 우등과 열등의 인식이 있습니다. 꼴등은 아니지만 상위그룹에 속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인식되고, 최선책이 아닌 차선책, 또는 후보군 정도로 비교적 낮은 그룹으로 이해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유통되는 'B급 문화’는 단어에서 풍기는 느낌과는 달리 그 질적 수준이나 인지도가 결코 낮지 않습니다. 


상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B급이 가진 기본 속성이 A급을 압도합니다. 'B급 감성'은 의도적으로 싼티와 촌티, 날티를 통해서 주류 문화에 대해 조롱하고 저항합니다. 기득권 계측이 만들어 놓은 주류문화를 재미있게 풍자하는 과정에서 'B급 감성'이 나오는 것입니다. 'B급 감성'이라고 표현을 하지만 B급으로 취급되었던 것들은 열등한 것이 아니라 기존과 다를 뿐입니다. 


'B급 감성'은 미디어 이용환경의 변화와 함께

'B급 감성'이 트렌드로 자리잡게 된 배경에는 미디어 이용의 변화가 있습니다. 시간과 지면의 한계가 있는 대중매체는 주류의 이야기를 다룰 수 밖에 없습니다. TV를 비롯한 대중매체는 잘 포장된 메이저 기획사의 가수들과 대기업에서 많이 투자한 콘텐츠를 소개하느라 바쁩니다. 물론 체계적인 시스템에 의해서 잘 다듬어진 콘텐츠는 보기도 좋고 먹기도 좋습니다. 


하지만 획일화된 콘텐츠가 아닌, 자신만의 콘텐츠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뭔가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소박하면서도 다소 투박한, 그렇지만 강한 울림이 있는 마이너 문화가 인터넷과 SNS를 등에 업고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 시간과 지면의 한계가 없는 인터넷과 SNS에서는 얼마든지 비주류의 이야기를 다룰 수 있습니다. 영원한 승자는 없듯이 영원한 주류도 없는 것입니다. 


세스고딘은 그의 저서 '이상한 놈들이 온다'에서 대중이라는 군집이 점점 없어지고 각자의 개성을 추구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했습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개인이 문화에 미치는 영향력이 증가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무한대의 정보생성은 대중매체의 몰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사람들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촉진하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의 소셜미디어가 일반화되면서 비주류가 주류와 다르다는 이유로 소외받는 일이 적어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듣고 싶지 않는 정보는 과감히 무시하고, 자신이 관심 있는 정보만 취사선택해서 듣습니다. 정보를 얻고 듣는 방법도 대중매체가 아닌 인터넷과 SNS를 통해서입니다. 만화가가 되려면 네이버 웹툰이나 카카오페이지 등을 활용하면 되고, 라디오에 출현하고 싶으면 자신만의 팟캐스트를 만들면 됩니다. 촬영이나 그래픽 장비는 손쉬워졌고, 유튜브처럼 동영상 등을 올릴 수 있는 공간도 넓어졌습니다. 개인들이 생각하고 찍어낸 것들을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입니다.




‘곰표 밀맥주’는 대한제분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요?

콘텐츠가 아닌 상품으로서 'B급 감성'도 인기가 높습니다. CU편의점이 밀가루 상표인 대한제분과 협업하여 내놓은 '곰표 밀맥주'가 대표적입니다. 2021년 최고의 콜라보레이션 상품인 ‘곰표 밀맥주’는 수제 맥주 제조회사 ‘세븐 브로이’가 제조하고, CU편의점에서 판매했습니다. 그런데 ‘곰표 밀맥주’는 카스와 테라를 제치고 맥주 매출 1위에 올라서는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SNS에서 ‘곰표 패딩’이 화제가 되기는 했지만, 기존 시장을 뒤집을 정도는 아니였습니다. 소비자들도 브랜드에 대한 팬심이라가보다는 재미로 참여했던 수준이었습니다


곰표 밀맥주의 인기에 힘입어 구두약 제조사 말표산업과 수제 맥주 제조사 스퀴즈브루어리와 협업하여 '말표 흑맥주'도 출시하였습니다. 말표 흑맥주는 출시 3일 만에 25만개가 팔리면서 수제 맥주 가운데 최단기간 최대 판매량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삼육두유콘 아이스크림'도 SNS에서 이색 상품으로 주목받으면서 콘아이스크림의 절대 강자인 월드콘에 이은 매출 2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장수 브랜드는 오래되었다는 인식도 있지만, 한편으로 상품에 대한 신뢰와 관심을 높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소비트렌드가 가격대비 재미를 추구하는 '가잼비'로 변화하면서 협업상품은 SNS를 타고 유명해지고 기존 상품의 아성을 무너뜨리기도 합니다.


여기에서 의미 있게 집어볼 점은 편의점입니다. 편의점은 쿠팡, 네이버, 대형마트 등의 틈바구니에서도 꾸준히 성장을 하고 있는데요. ‘곰표 밀맥주’에서 보는 것과 같이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속에서 ‘상품을 제안하는 역량’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편의점은 이미 포화상태라고 이야기 하지만, 유통이 가지는 본연의 기능 중 하나인 ‘상품 제안력’이 있다면 계속해서 사랑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CU는 ‘곰표 밀맥주’로 큰 재미로 보고 있겠지만, ‘곰표’브랜드를 소유한 대한제분은 어떨까요? 대한제분의 자산총계는 1조원(1조800억원)수준이고 부채비율은 매우 낮습니다(24%수준). 현금흐름도 양호하여 기말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천억원 수준입니다. 단순수치로 보면 매우 양호한 기업입니다. 그런데 추세적으로 보면 대한제분은 매출은 정체 상태이고 영업이익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해서 3% 후반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정의하면 자금은 풍부한데 기존 사업은 정체 상태이고, 내부적으로 원가절감과 판매관리비를 절약하는 것에서는 한계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새로운 사업을 찾아봐야 하는 상황에 있습니다. 그런데 작은 시도로 시작했던 콜라보레이션 상품들이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 이러한 것들이 매출에 기여하는 부분은 얼마나 될까요? 대한제분의 밀가루 매출액은 3,000억원 수준인데 대부분이 B2B방식입니다. 일반 소비자들이(B2C) 마트에서 곰표밀가루를 구매하는 비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곰표 밀맥주’ 등으로 ‘곰표’라는 브랜드 인지도는 높아진 반면, 실제 밀가루 매출액을 높이는 것은 상당히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브랜드전략을 보다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서 '재미'가 아닌, 꼭 사고 싶어지는 브랜드로의 접근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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