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시간의 주인이 된 사람들, 루틴을 기록해서 콘텐츠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가져온 계기, '주 52시간 근무제'

시간의 주인이 된 사람들

'주 52시간 근무제'는 우리의 생활과 사고방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근로자는 1주일에 소정근로시간 40시간과 연장근로시간 12시간을 합산해서 최대 52시간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근로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인데요.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근로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한 것입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후 직장인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변화는 회사에 머무는 시간이 짧아졌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등이 일반화되면서 출퇴근 시간까지 단축되었습니다. 실제 신한카드에서 발표한 빅데이터 자료에 의하면 직장인 출근시간은 평균적으로 30여분 늦춰진데 반해 저녁 7시 이전에 퇴근한 직장인이 조사대상의 55%에 이른다고 합니다.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유연근무제 등을 통해서 출근은 늦게하고, 퇴근은 빨리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는 것입니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시스템적으로 정착되고 있습니다.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경우 퇴근시간에 맞춰 컴퓨터 전원이 자동으로 꺼지는 'PC오프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잔업이 남아 있어도 퇴근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암묵적으로 어느 정도의 야근을 병행하고는 있지만 늦게까지 일하는 빈도수는 현저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야근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개선되고 있는 것입니다.


시간은 회식문화도 바꾸어 놓았습니다.

저녁시간이 확보되다보니 회식에 대한 문화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유연근무제로 서로가 일하는 시간도 다르고, 재택근무를 도입한 기업은 사무실에서 만나는 시간도 적어지다보니 '저녁회식'에 대한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코로나로 인해 단체로 모여서 회식을 하는 것 자체가 불편한 일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면서 저녁 늦게까지 회식을 하던 것에서 공연이나 영화를 같이 보고, 스크린 야구나 방탈출 카페 등에서 회식하는 것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같이 일하는 사람끼리 친해지면 더 좋을 수 있지만, 사실 친하다고 일을 더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 수직적 사회에서는 직장 상사에게 잘보이는 것이 중요했지만, 수평화 사회에서는 친분보다는 성과로 일을 하는 것입니다. 물론, 경험이 더 많은 직장 상사의 가르침은 중요합니다. 특정한 기술이나 노하우를 가진 사람이 조언이나 업무 등을 가르쳐주면 많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치더라도 저녁 늦게까지 이어지는 회식을 통해서 친해지려는 것은 더이상 선호되지 않습니다


사실 밀레니얼 세대라고 회식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그들도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서로간에 마음을 나누고 싶어합니다. 문제는 회식을 통보하듯이 갑자기 이야기하고, 메뉴에 대한 선택권이 없고, 자리배치가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때론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이유로 개인의 사생활을 물어보고, 듣고 싶지 않은 훈계를 하기 때문에 회식자리를 피하고 싶은 것입니다.


트렌드는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MZ세대를 이야기하고, 코로나를 이야기하고,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이야기 하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계속될 것이고, 원하지 않는 것은 더 멀리하게 될 것입니다. 회식이 원하지 않는 것에 포함되고 있습니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가져온 계기, 시간!

정책적으로 더 다듬어져야 할 부분은 있지만 '주 52시간 근무제'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가져온 계기 중 하나입니다.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적어지다 보니 쉬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단순하게 쉬는 것보다 좀 더 의미있게 시간을 보내려는 사람들이 증가한 것입니다.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인기를 얻었던 '원데이클래스'가 시간을 보내는 방법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새로운 취미를 배우고는 싶은데 시간이 없었던 사람들은 하루에 모든 것을 해볼 수 있는 '원데이클래스'를 선호했습니다. 그런데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시간을 보다 안정적이고 반복적으로 확보하게 되면서 '원데이클래스'보다는 꾸준히 오래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벤트성 취미보다는 꾸준히 오래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현상이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고 인증하는 '루틴'입니다. 반복적인 생활규칙을 루틴이라고 정의하는데요. SNS를 들여다보면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반복을 기록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루틴'과 연관된 키워드를 살펴보면 #운동 #새벽 #습관 #시간 #공부 #일상 #홈트 등 시간을 반복적으로  보내는 것들이 많습니다. '스타벅스에서 커피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식의 루틴은 노하우라기보다는 시간을 보내는 방법에 해당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매일 매일의 일상을 기록하고 공유함으로써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매일 매일 올라오는 내용을 보면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브랜드를 선호하는지, 어떤 일상을 소중하게 생각하는지가 여실히 드러납니다. 과거의 루틴은 반복된 일상을 의미했지만, 지금의 루틴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에 대한 선언적 의미에 해당합니다.


매일 매일 루틴을 보내던 사람들은 조금씩 다른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처음에는 '뭐라도 해볼까?'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꾸준히 하다보니 '잘하면 돈벌이도 되겠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일상을 텍스트로 정리해서 브런치에 글을 쓰고, 영상으로 남겨서 유튜브에도 올려보게 됩니다. 자신과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을 모아서 카카오 단체 채팅방에 매일 매일을 인증하고, 서로를 응원하게 됩니다.


혼자만의 힘으로 루틴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선언적으로 SNS에 자신의 루틴을 올립니다. 매일 매일 달리거나, 걷기를 하고, 그림 그리는 것을 올리는 것인데요.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루틴한 일상을 올려서 인증을 받는 것은 생각보다 큰 동기부여가 됩니다. 기록되고 공유되면서 그 자체로 콘텐츠가 되기도 하고, '아는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면서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루틴이 작심삼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라도 주는 듯 챌린지 수행으로 이어집니다. 독서, 운동, 물 많이 마시기처럼 간단하지만 습관으로 만들기 어려운 미션을 매일매일 인증하는 것인데요. 코로나로 실내활동이 어려워지면서 늘어난 '등산' 챌린지가 대표적입니다. 등산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 ‘오늘 하루 운동’이라는 #오하운 인증으로 자존감 회복과 성취감을 인증하는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습니다. 실제 산 정상에가면 #오하운 챌린지를 인증을 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루틴을 도와주고 기록될 수 있도록 해야

루틴을 도와주고 기록될 수 있도록 하는 기업으로 나이키(Nike)를 들 수 있습니다. 나이키는 즐거운 러닝 경험을 선사하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러닝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휴먼 레이스(Human Race)’를 비롯해 ‘위 런 서울(We Run Seoul)’, ‘우먼스 하프 마라톤’ 등 해마다 최고 수준의 러닝 이벤트를 개최해오고 있습니다.


이들의 노력은 단순히 단발성 스포츠 이벤트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전문 트레이너 및 참가자들과 함께 훈련할 수 있는 ‘나이키플러스 런 클럽(Nike+ Run Club)’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서비스는 다양한 수준의 러너들에게 거리와 속도, 레벨 등 실력에 따른 맞춤형 러닝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달리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웹사이트를 통해 예약할 수 있고, 서울 주요 매장에 집합해 그룹별 달리기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매일 매일 달리기의 즐거움을 경험한 소비자들이 본인의 러닝 기록을 인증하는 사진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단지 운동화를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운동을 통한 잊을 수 없는 경험’에 집중한 나이키의 성공 전략은, 이렇듯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경험하고 기록하는 방식을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국내기업 중에는 아웃도어 브랜드인 '블랙야크'가 나이키와 비슷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즐거운 아웃도어 문화를 조성하고자 기획된 인증 플랫폼으로 ‘로드마스터(Road Master)’와 '트래블 마스터(Travel Master)’를 운영중에 있습니다. 앱에서 해당 코스의 특정 지점에 다녀 왔다는 인증 사진을 올리면 둘레길과 여행지의 인증 기록을 남길 수 있고, 나만의 스크랩북으로 완성이 됩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인증 기록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거리마다 블랙야크 전국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하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임팩트에서 운영하는 ‘프로젝트100’은 카카오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쉽게 일상의 행동 변화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입니다. ‘날마다 한 줄 쓰기’ ‘하루 만보걷기’ ‘매일매일 영어 듣기’와 같은 개인의 다짐들이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나의 도전을 기록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인증 시스템이 주요 기능인데요. 세부적으로 도전기간이 끝나면 환급 받을 수 있는 실천 보증금을 통해 결심을 다지고, 다양한 이벤트와 리워드로 행동을 지속할 수 있는 동기제공 기능, 같이 도전하는 멤버들과 함께 응원하고 격려하는 커뮤니티 기능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경쟁이 고도화되고 기술이 상향 평준화될수록 기능적·물리적 특징과 같은 하드웨어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렵습니다. 사람들이 시간을 의미있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를 통해 자존감 높은 나를 만들어줄 수 있다면 소비자들은 기꺼이 브랜드의 팬이 될 것입니다.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자가 원하는 특정한 경험과 연결시키는 활동이 필요한 것입니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가져온 계기, 시간(주 52시간 근무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