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템보다는 비즈니스모델 관점의 사고가 필요한 이유
쉽게 접할 수 있는 온라인 패션 커머스의 사업모델을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동대문 등에서 의류를 사입해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오픈마켓, 자사몰 등에서 판매하는 것입니다. 판매자의 감각으로 옷을 선별하여 코디네이션(coordination)을 하지만 본질은 유통업에 가깝습니다. 판매채널이 온라인으로 바뀌는 것뿐이지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적절한 상품 제안, 수요예측과 재고관리, 저렴한 가격, 빠른 배송, 친절한 서비스 등의 체계를 갖추지 않고 성과를 만들 수 없습니다. 소자본으로 시작하는 대부분의 온라인쇼핑몰 판매자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두 번째는 옷을 직접 디자인한 후 제조·판매하는 것입니다. 에프앤에프(F&F),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신세계인터내셔널과 같은 전통적인 패션회사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디자인, 컬러, 형태, 기능성, 실용성, 브랜드, 유통채널, 프로모션 등으로 가치를 창출하여 소비자를 얼마나 독점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소비자 독점을 통해 가격결정력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으로 '디스커버리' 'MLB'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에프앤에프를 들 수 있습니다. 패션업의 특성상 제조원가보다는 판매관리비 비중이 높습니다. 옷을 만드는 것보다 유통과 프로모션 비용이 더 높다는 것인데요. 에프앤에프는 30년 가까이 쌓아온 노하우로 매출원가(2021년 기준 매출원가 비중 28%)와 판매관리비(2021년 기준 매출원가 비중 43%) 지속적으로 개선해오고 있습니다. 영업이익률이 30%에 달할 수 있는 것은 제조와 운영에 대한 노하우와 브랜드 파워 등을 바탕으로 가격결정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는 옷을 사려는 사람과 판매하는 사람을 중계해 주는 플랫폼 방식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단순 중계라기보다는 편집숍에 가깝습니다. 개성 있고 트렌디한 옷을 큐레이션 해서 한 곳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해주면서 성장한 무신사, W컨셉, 29CM, 카카오스타일(지그재그)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오픈마켓에서 소비자와 쇼핑몰을 연결해 주는 형태가 1세대 온라인 패션 커머스였다면, 2세대는 스타일난다와 난닝구닷컴 처럼 개인이 운영하는 독립몰이었습니다. 이후 네이버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의 SNS 채널을 중심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3세대 방식을 거쳐 무신사, W컨셉, 29CM와 같은 플랫폼 방식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가치사슬(value chain) 상에서 플랫폼의 파워가 커지면서 고민이 커지는 곳은 제조업체입니다. 온라인 비중을 높여나갈 수밖에 없는데 플랫폼은 지속적인 가격인하와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제조업체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제조업체는 온라인 성장에 편승해서 거대한 플랫폼에 종속될 것인지, 아니면 주도적으로 성장을 추구해야 할지에 대한 기로에 놓여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제조기업은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D2C(Direct to Consumer) 방식으로 비즈니스모델을 전환하고 있는 중입니다. D2C 판매 방식을 도입하는 이유는 소비자 구매와 특성 데이터를 확보해서 브랜드 관리와 고객 경험 개선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도매상과 소매상을 거쳐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던 방식과 달리 공급망 전체를 아우르는 고객 경험과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진행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직접 판매하게 되면 불필요한 유통마진도 줄어들다 보니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일도 가능해집니다.
패션업에서 산업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는 기업으로 추시(Choosy)를 들 수 있습니다. 추시는 인스타그램 등에 올라온 내용을 바탕으로 옷을 판매하고 있는데요.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SNS에 자신의 일상을 올리면 '이 청바지는 어디서 살 수 있나요?' '가격은 얼마인가요?'와 같이 구매와 관련된 댓글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추시는 사진에 달린 댓글을 분석해서 사람들이 관심을 정리합니다. 그리고 만들기 쉬운 아이템을 선정하여 샘플을 만든 후에 홈페이지(쇼핑몰)를 통해서 주문생산 방식으로 옷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을 통해 주문받은 아이템을 만들어 고객에게 배송하기까지는 통상 3일이 걸리고 미국 내 어느 지역이나 2주 내에 배송이 가능합니다. 재고에 대한 부담이 적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판매가 가능하고, 트렌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더 잘 팔리는 옷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전통적인 패션회사는 옷을 만들어서 판매하고 이를 통해 돈을 벌었습니다. 판매하는 제품과 돈을 버는 방식이 일치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옷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유통채널, 가격결정, 프로모션 등은 옷이 만들어진 이후에 고민했던 영역이었습니다.
반면 추시는 지금 가장 잘 팔리는 옷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SNS 상의 댓글을 분석해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분석할 수 있는 역량과 빠르게 제조해서 배송해 줄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즈니스는 그럴듯한 아이디어가 아닌 실행할 수 있는 내부역량(파트너포함)을 바탕으로 하는 것입니다.
추시와 같은 기업들이 증가하면 전통적 기업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옷이 비싸게 판매되었던 이유는 유통과 재고비용 때문이었는데요. 온라인으로 유통채널이 간소화하고, 주문생산을 하게 되면 판매가격을 큰 폭으로 낮출 수 있게 됩니다. 전통기업 입장에서는 그동안 쌓아왔던 만들어왔던 자신들의 강점이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되는 것입니다.
기업에서 신규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거시환경, 산업환경, 경쟁구도, 소비 트렌드 등의 다양한 것들을 고려해서 아이디어를 도출할 것입니다. 해당 분야에 대한 경험이 있다면 디테일하고 들어가 볼 수 있을 것이고, 관련 경험이 없더라도 몇 가지 질문들로 사업계획을 구조화할 수 있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능해지는 것들이 있고, 소비 트렌드가 변화되면서 나타나는 새로운 것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 인기 있는 것을 국내로 들여오는 경우도 있고, 사용자 층을 확장해서 다각화하려는 것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또는 아이템)는 단계에서는 대략적인 경쟁우위가 이야기될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에게는 지금 살아가는 방식이 있고, 다른 대체재도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바꾸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고객의 문제가 명확해야 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기 때문에 하려는 것과, 고객이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결과물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을 '구매가치'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요. 고객은 사용자로 불리는 User와 구매자로 구분할 수 있는 Customer가 있습니다. 실제 돈을 지불하는 Customer와 사용하는 User가 일치한다면 이야기는 쉽습니다. 그런데 Customer와 User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는 매우 많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B2B와 B2G 비즈니스는 Customer와 User가 일치하지 않습니다. B2C에서도 아동용품, 실버용품, 반려동물 용품 등은 Customer와 User가 다릅니다.
시장의 매력도는 시장성과 성장성을 중심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시장성과 성장성을 이야기할 때 주의할 것은 부분을 전체로 해석해서는 안됩니다. 예를 들어 IoT 반려동물 장난감을 만드는 기업이 시장성 데이터로 '반려동물 1000만 시대'와 같은 통계데이터를 가져오는 것이 부분을 전체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설득하려는 고객은 반려동물 중에서도 실내에서 생활하면서 가족이 적은 1~2인가구입니다. 그중에서도 IoT와 같은 것을 선호할 것 같은 사람들을 찾아서 제시해야 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많든 적든 돈이 필요합니다. 시제품 제작 및 사업화 비용에는 어느 정도의 돈이 필요하고, 이것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필요합니다. 잘 알고 있는 분야라면 실패비용이 적겠지만, 처음 시도해 보는 분야라면 계획했던 것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하게 될 수 있습니다.
가격은 기업의 수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입니다. 판매가격을 10% 인상할 때 원가와 구매하는 고객이 변동이 없다고 가정하면 기업의 수익은 33% 이상 개선됩니다. 신제품을 개발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가 ‘가격’ 임에도 이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이는 가격을 결정하는 황금률이 없는 데다 실질적인 지침도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원가와 판매가격, 목표 판매량 등을 결정하면 돈을 버는 시점인 손익분기분석이 가능해집니다. 손익분기분석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매출액을 추정하는 것인데요. 매출액 추정은 네 번째 항목인 시장성과 성장성과 연관이 있고, 기업의 내부역량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창업자와 창업멤버, 그들을 둘러싼 파트너 등의 네트워크가 비즈니스를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사람에 대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만들어가는 것도 사람에 대한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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