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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민 Aug 08. 2023

<용산사>에서 소원 빌기

@Lungshan Temple (龍山寺)

처음 용산사를 찾았을 때,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적지 않게 당황했다. 그간 여행을 다니며 여러 문화권의 다양한 종교시설을 방문해 본 나는, 용산사를 방문하면서도 으레 종교 시설하면 떠올릴 법한 엄숙하고 정갈한 분위기를 상상했던 것이다. 그런데 용산사의 문턱을 넘어서자, 그와는 정반대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누군가는 돌계단에 앉아 노래하듯 경전을 읽고, 누군가는 사당을 향해 연신 허리를 숙여댔다. 또 누군가는 붉은 나뭇조각을 끊임없이 바닥에 던져대고 있었고, 누군가는 나무 막대가 담긴 통을 요란하게 흔들어 댔다. 그리고 눈을 돌리면 보이는 또 다른 기도 행위들….


그 소란함에 당황했던 마음도 잠시. 내 마음은 금세 호기심으로 가득 찼다. 종교가 없는 나는 어떤 종교나 기도 행위에 대해 거부감이 없었기에 동참해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 그 후로 여러 차례 용산사를 방문하며 공부하고, 또 현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이곳에 대해 알아가게 되었다.




용의 입으로 들어가

호랑이의 입으로 나오다


용산사에는 두 개의 출입구가 있다. 용산사를 정면으로 바라본 상태에서 오른쪽에 있는 문이 입구인 ‘용의 문’, 왼쪽에 있는 문이 출구인 ‘호랑이의 문’. 입구와 출구를 반대로 드나들면 운수가 좋지 않다고 하니 규칙을 따르는 것이 좋다. 




3개의 세계, 3개의 홀


입구를 거쳐 사원에 들어서면 겹겹의 층위를 가진 내부 공간이 펼쳐진다. 언뜻 복잡해 보이지만, 크게 3개의 홀로 나뉘어 있다.
 

1. 전면홀

사원의 가장 앞쪽에 있는 전면홀은 점괘를 보거나 기도를 올리는 공간이다. 붉은 나뭇조각 ‘짜오’을 던지거나 나무막대로 점괘를 확인하고, 또 향을 피우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공간이 보인다면 바로 그곳이 전면홀이다.


2. 중앙홀

용산사에서 가장 큰 사당이 위치한 중앙홀은 불교 신을 모시는 공간이다. 특히 용산사에서 가장 영험하게 여겨지는 ‘관음(관세음, 자비의 신)’이 모셔져 있어, 주요한 법회는 모두 이 중앙홀에서 열린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관음 외에도 여러 불교 신이 모셔져 있으니, 불교 신에게 기도를 올리고 싶은 사람은 중앙홀에서 향을 피우고 기도를 올리면 된다.


3. 후면홀

가장 뒤편에 있는 후면홀은 용산사가 처음 축조된 1738년에는 없던 공간이었다. 그러다 1792년, 주변의 상업 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인구가 늘고, 종교 생활에 대한 수요가 다양해지면서 후면홀이 증축되었다. 이곳은 도교와 유교, 민간 신앙을 위한 공간으로, 건강의 신 ‘화타’, 학문의 신 ‘문창제군’, 다산의 신 ‘주생낭낭’, 전쟁과 재물의 신 ‘관우’, 인연과 혼인의 신 ‘월하노인’ 등이 모셔져 있다. 실생활에 가까운 문제를 해결해 주는 신들이 많기 때문에, 타이베이 사람들은 때마다 필요에 맞는 신 앞에 찾아가 소원을 빈다. 실제로 수능이 있는 1월이면 학문의 신 ‘문창제군’ 앞에 교복 입은 학생들이 유독 많이 모여들고, ‘월하노인’ 앞에는 좋은 인연을 기대하며 기도하는 젊은 이들로 언제나 붐빈다.




신의 목소리를 전하는 붉은 반달

쟈오베이(杯)


용산사를 방문하는 여행자들의 눈과 귀를 동시에 끄는 것이 있다면, 바로 붉은 반달 모양의 쟈오베이(筊杯). 생김새도 흥미롭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이 쟈오베이를 바닥에 던지는 통에 사원 전체가 짤그락대는 소리로 가득하다.


쟈오베이를 던지는 행위인 즈쟈오(擲筊)는 신으로부터 대답을 듣기 위한 것이다.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나 고민거리에 대해 신에게 질문을 올린 후 쟈오베이를 던지면, 그에 대해 ‘YES’ 혹은 ‘NO’라고 답을 해주는 것!


STEP 1. 
쟈오베이는 2개가 한 쌍을 이룬다. 두 손으로 쟈오베이 한 쌍을 쥐고, 이름과 생년월일, 사는 곳의 주소를 마음속으로 읊는다. 
 
STEP 2.
질문을 이야기한 후, 쟈오베이를 든 두 손을 이마 위로 살짝 올렸다가 가볍게 던진다.
 
STEP 3.
바닥에 떨어진 쟈오베이의 모양을 확인한다.
 
STEP 4-a. YES (성베이, 聖杯)
1개는 납작한 면, 1개는 둥근 면이 나왔다면 바로 YES! 더 확실한 대답을 듣고 싶다면, 같은 질문으로 2번을 더 던진다. 3번 모두 YES가 나오면 신이 나의 뜻에 크게 동의하는 것으로 여겨도 좋다.
 
STEP 4-b. God is giggling (샤오베이, 笑杯)
2개의 납작한 면이 나왔다면 신이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질문이 틀렸다며 웃고 있는 것. 질문을 보다 구체적으로 한 후, 다시 쟈오베이를 던진다. (둥근 면이 바닥에 닿아 흔들대는 쟈오베이를 보면, 정말 신이 킥킥대며 웃는 것 같기도 하다.)
 
STEP 4-c. NO (인베이, 陰杯)
2개의 둥근 면이 나왔다면, 신이 단호하게 NO를 외치고 있는 것과 같다. 질문을 바꾸어 올린 후, 다시 쟈오베이를 던진다. 




음식 공양하기


각 사당 앞에 마련된 테이블에는 늘 사람들이 공양한 음식들이 쌓여있다. 과일부터 과자, 초콜릿, 식용유 등 품목도 다양한데, 음식마다 각기 다른 의미가 있어 보통은 기도 내용에 맞는 음식으로 공양한다. 외부에서 구입해 가져와도 되지만, 사원 입구 옆에 위치한 상점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판매액의 일부를 복지 단체에 기부하고 있다고 하니, 기분 좋은 마음으로 구입해 보아도 좋겠다. 준비한 음식의 테이블 옆에 마련된 붉은 접시에 담아 올린다. 공양한 음식은 기도를 마친 후 다시 챙겨가거나 그대로 놓아두고 가는데, 테이블에 남겨진 음식들은 모두 기부 물품으로 활용된다고 한다.
 
 

꽃 헌화하기


사원 곳곳에 화려한 꽃들이 놓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로 신도들이 헌화한 것인데, 기도가 이루어지면 감사의 의미로 다시 찾아와 꽃을 헌화한다. 즉, 사원에 꽃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이곳의 기운이 좋다는 의미이고 사원의 자랑이기도 하다.
 
 

부적 구입하기


사원을 모두 돌아보고 출구인 호랑이의 문으로 향하면, 옆으로 작은 상점이 보인다. 유리 진열장에는 수십 가지 형태의 부적들이 진열되어 있다. 각 부적은 상징하는 바가 다른데, 평안, 행복, 건강, 화목 등을 기원하는 부적이 많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귀여운 모양의 부적들이 많아 가볍게 기념품으로 구입하기에도 좋다.


 

나의 소원은


다시 타이베이에 온 나는, 당연한 듯 용산사를 찾았다. 명상하듯 사원 내부를 둘러보고 어설프게 나마 기도를 올려본다. 늘 그렇듯 감사와 희망을 담아.


‘이곳에 다시 돌아올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번에도, 건강하게. 돌아 올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용산사 1편. <간절한 마음의 안식처, 용산사>

용산사 2편. <용산사에서 소원 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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