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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민 Sep 03. 2023

과거와 현재를 함께 품은 거리
<디화지에>

@Di-hua St. (迪化街)

대만 최대 명절인 음력설을 앞둔 디화지에는 엄청난 인파로 북적였다. 물건을 팔기 위해 경쟁하듯 목소리를 높이는 상인들과 좋은 물건을 고르려는 손님들이, 거리 가득 뒤엉켜 있었다.


상점가를 뒤덮은 울긋불긋한 장식과 명절을 맞아 더욱 화려하게 포장된 물건들을 눈으로 훑으며 길을 걸었다. 잠깐 걷는 사이, 그 활기찬 기운에 그만 정신이 쏙 빠지고 말았다. 가족과 나눌 질 좋은 식료품과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틈에서, 목적 없이 구경하던 나는 이 거대한 혼란에 이리저리 치이며 정신을 차리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지친 걸음으로 간신히 혼잡한 거리에서 벗어나니, 웬걸? 작은 건널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전혀 다른 ‘여유’가 펼쳐져 있었다. 지나온 혼잡함에 숨이 차서 괜히 ‘휴-’ 숨을 크게 내뱉고는, 다시 제 속도를 찾아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제야 이 거리가 제대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낡은 아케이드가 늘어선 상점가. 그 곳곳에 마음 가는 장소들이 있어 걸음이 저절로 느려졌다.


다다오청 지역의 대표 라오지에(Old Street, 老街, 옛 번화가)인 디화지에(Di-hua Street, 迪化街)는 타이베이의 역사와 그 시작을 함께 한 거리. 단수이 강변에 위치한 다다오청 지역은 19세기 말, 차 무역항으로 크게 번영했던 지역이다. 각지의 사람들이 다다오청의 번영을 쫓아 대만 섬 북부의 이 강변 마을로 모여들었고, 그렇게 모여든 부와 인구가 바로 도시 발달의 밑거름이 되었다. 


그리고 그 어마어마한 크기의 번영을 뒷받침해 주었던 것이 이 디화지에 상점가인 것. 후에 철도와 육로가 열리면서 다다오청과 디화지에의 화려함은 금세 옛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아직도 이 거리를 지키는 타이베이 사람들이 있다.





반짝임은 여전히


여전히 차 상점이나 전통 먹거리 상점, 약방이 주를 이루고 있는 만큼, 상인과 손님 모두 연령대가 높다. 무심히 훑어보면, 허름한 건물이 줄줄이 늘어선 그저 ‘낡은’ 상점가에 불과한 이곳. 


하지만 이곳의 번영을 그저 옛것으로 치부하기엔 곳곳에 반짝이는 것들이 잔뜩 숨어있다. 아케이드에는 전통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굳건한 내력이 깃들어 있고, 그 틈에 자리한 카페와 식당, 디자이너 숍에선 새로운 꿈을 꾸는 사람들이 생기를 뽐내고 있으니까.


아케이드와 골목 곳곳의 수많은 틈과 틈. 분명 그 어딘가엔 내 맘에 드는 보물이 반짝이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좌우로 아케이드가 펼쳐진 큰길부터 작은 골목의 쇼윈도까지, 유심히 살피며 걷고 또 걸었다.





디화지에 (Di-hua Street, 迪化街)

Datong, Section 1, Dihua St, Datong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3 ‣ Goole map


타이베이의 옛 풍경이 궁금하다면 단연코 디화지에를 찾아야 한다. 타이베이시와 대만 정부에서도 디화지에를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옛 정취가 잘 보존된 거리이기 때문. 
여전히 성업 중인 오래된 상점과 전통을 재해석한 젊은 상점이 함께 어우러져 흥미롭다.


도심에선 구하기 어려운, 더 특별한 기념품을 찾는다면 디화지에의 전통 차 상점이나 식료품점에 들러보면 좋다. 물건을 직접 보고 (때론 맛보고) 고를 수 있고 대체로 가격도 명시되어 있는 편이라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크게 염려할 일은 없다. 상인분들의 연령대가 높은 편이라 영어가 안 통하는 곳이 많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들에게도 친절하고 적극적인 상인들이 많아 의외로 의사소통이 어렵지 않다.


대만에서 가장 큰 명절인 음력설 전에는, 큰 규모의 특별 시장이 열린다. 현지인들을 위한 설맞이 용품이라 여행자들이 살만한 것은 없지만, 명절 분위기를 같이 느껴보고 싶다면 꼭 방문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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