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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민 Oct 22. 2023

한 폭에 담긴 대만,
소품샵 <Jain-jain>

@Jain-jain (減簡手制)

여행을 이어가고 있던 어느 밤, 하비로부터 메세지가 도착했다. “내일은 어디를 여행할 예정이야? 시간 되면 오후에 커피 한잔하자!” 오리진 스페이스(OrigInn Space)에 머무는 동안 언제나 미소로 대해주었던 하비였고, 늘 그렇듯 별다른 계획 없이 여행하던 나였기에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었다.


“좋아! 그럼, 네가 좋아하는 곳을 소개해 줘.”



텍스타일 소품샵 <Jain-jain>


다음날 오전 일정을 보내고 돌아온 오리진 스페이스에서, 다시 하비를 만났다. 오리진 스페이스가 있는 디화지에 거리를 특히 좋아하던 나였기에, 숙소와 이웃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늘 에너지가 넘치는 하비는 활기차게 웃으며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오래도록 이 거리에서 일 해온 하비에겐 지나는 길에 마주치는 모든 가게가 곧 이웃이고 친구였다. 겨우 한두 블록 너머에 있던 카페에 가는 사이, 하비는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기 위해 이곳저곳 기웃거렸다. 그러다 작은 골목 끄트머리에 자리한 텍스타일 소품샵 <Jain-Jain>을 만났다.


하비가 <Jain-Jain>의 친구들과 중국어로 안부 인사를 나누는 사이, 내 눈은 자연스럽게 가게 벽면으로 향했다. 다채로운 그래픽과 조화로운 색감의 원단들이 잔뜩 걸려있어, 절로 눈이 갔다. 게다가 대만 곳곳의 풍경을 그래픽적으로 찍은 사진까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어있으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나는 금세 호기심으로 가득 차올랐다.


“여긴 한국에서 온 수민이야! 그림을 그리고 책도 쓰는데, 지금 오리진 스페이스에서 머물고 있어.”


“우와. 그럼 일러스트레이터야?”

”책 작가이기도 한 거네!”


하비의 친구 츠위와 피피는 내가 궁금한 듯 눈을 반짝이며 반갑게 인사를 건네왔다. <Jain-Jain>의 이야기가 궁금했던 나와 나의 이야기가 궁금했던 츠위와 피피. 서로가 서로에게 가진 호기심을 쫓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다. 우리는 츠위가 내어준 차를 한잔씩 들고, 자리에 앉는 것도 잊은 채 온갖 이야기를 쏟아 냈다. 나는 그렇게 <Jain-Jain>와 츠위, 피피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패턴 속에 녹아든 한 폭의 대만


텍스타일 디자이너이자 <Jain-jain>의 창업자인 츠위는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대만의 풍경을 패턴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츠위와 함께 일하며 가게 운영을 돕고 있는 피피는 그 속에 숨어있는 이야기를 찬찬히 들려주었는데, 츠위가 만든 기하학적인 패턴 곳곳에 대만의 양철 지붕이, 너르게 펼쳐진 평야가, 오래된 금속 창틀이 숨어 있었다. 츠위는 자신이 만든 원단을 벽에 걸린 사진 옆에 연신 대보였다. 처음 보는 나에게 자신들의 일을 열정적으로 소개하는 츠위와 피피에게서 작업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Jain-Jain>에서는 그렇게 만들어진 원단으로 홈 패브릭 소품과 가방, 의류를 제작해서 판매하고 있는데, 모두 <Jain-Jain>이 위치한 ‘디화지에’ 인근의 봉제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모두 이 디화지에 거리에서 탄생한, 진정한 로컬 브랜드인 셈! 서울의 동대문 시장처럼 원단과 재봉으로 유명한 디화지에인 만큼, 제품의 만듦새도 의심할 여지 없이 좋았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두 사람이 가진 건강한 에너지가 절로 전해졌다. <Jain-Jain>의 패턴과 제품이 가진 경쾌한 에너지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는 너무도 분명했다.





다음 날, 나는 혼자서 <Jain-Jain>을 다시 찾았다. 전날 본 작은 가방이 아무래도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가게에 홀로 있던 츠위는 다시 한번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어서 와! 차 한 잔 줄까?”

“고마워, 괜찮아. 사실 오늘은 이걸 사려고 왔어!”


메이크업 파우치로 만들어진 작은 가방 내부에는 방수 원단이 견고하게 덧대어져 있었다. 오래된 천 주머니에 대충 그림 도구를 담아 다니던 나는, 가방을 보자마자 그림 도구를 넣기에 딱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대만의 풍경이 녹아있는 가방이라니. 이보다 더 좋은 여행 기념품이 또 있을까?


메이크업 파우치를 구입하며 그림 도구를 담기 위해 산다고 하자, 츠위는 오히려 더 반가워했다. 책상 위에서 한참을 부시럭거리던 츠위가 정성스럽게 포장한 가방을 건네주었다. 그렇게 나는 ‘한 폭의 대만’을 품에 안고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제인제인 Jain-jain

No. 27號, Lane 14, Section 1, Dihua St, Datong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3 ‣ Goole map


대만의 풍경을 재해석한 패턴으로 원단과 패브릭 소품을 제작하고 있는 텍스타일 소품샵이자 디자인 스튜디오. 쿠션이나 티슈 케이스, 테이블 매트, 앞치마 같은 홈패브릭부터 다양한 디자인의 가방까지, <제인제인> 고유의 패턴이 적용된 다양한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또 필요에 따라 원하는 크기만큼 재단한 원단을 별도로 구매할 수도 있다. 어느 공간에 두어도 기분 좋게 어울리는 경쾌한 패턴에 만듦새까지 훌륭한 <Jain-Jain>의 패브릭 소품들. 고유의 디자인으로 타이베이에서 소량 생산되는 제품인 만큼, 흔치 않은 여행 기념품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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