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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운 Mar 25. 2024

그래서 너 뭐 먹고살래?

자식 낳은 부모가 할 소리니?

내가 독립을 선언했을 때 엄마가 말했다.

"그렇게 뜯어말리던 결혼 해 놓고!! 애까지 낳아 놓고 무슨 소리니??? 그럼 일을 그만두지 말았어야지!!! 이제 어디서 일 해서 어떻게 키우고  어떻게 먹고살려고!!!!!??????"

엄마는 나도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하고 버럭 했으니 결국 더 악화된 것이라고 나를 나무라며 아이가 불쌍해서 어떻게 할 거냐고 너네 둘이 좋다고 결혼할 때는 언제고 죄 없는 애한테 어떻게 할 것이냐고 호통을 치셨다.

틀린 말이 없어서 말대답도 못 했지만 서운한 건 어쩔 수 없었다.

현실이 그랬다.

경단녀로 4년 차였던가.... 그전 일하던 대표님을 만나게 되었다.

쏟아지는 인력들이 많은데 나 같은 애매한 5년 차 경력자를 그 돈 주고 쓰지는 않을 것이라고 다시 아르바이트비 정도 생각하고 일을 하다가 서서히 다시 하라고 말씀 주셨다.

상처받지 않게 둘러 말해주셨지만 저렴한 가격에 유학파에 능력 있는 애들 남아도는데 비싼 돈 주고 널 쓸 이유가 없다는 말이었다. 자리 버티고 앉아 있으면서 학벌을 쌓았어야 했는데 결혼을 해 버린 것이다.

내 선택이니 누굴 탓하겠는가?

그렇게 어영부영 자라나는 애 따라다니다 보니 또 세월이 흘러 5년이 지났다.

그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이 스케줄에 맞는 일을 찾다 보니 직업을 바꾸어야 했다.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어서 방문교사라도 할까 하고 아무 쓸모없는 민간 자격증을 두 개나 땄다.

영어 강의를 어서 또 돈만 날렸지만  시도를 했었고

단기 알바를 찾아보기도 했었다.

대치동은 반찬 라이드라도 있다는데 이 동네는 반찬 라이드 할 곳도 근처에 없고 딴 동네 가서 쿠팡이츠 배달을 해야 하나 고민을 했다.

시간을 유동적으로 써야 하니 폰이나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할 것 같아서

블로그도 해보고 유튜브도 인스타도 해보았다.

결국 실패했다.

지속성이 없었다.

블로그는 에드센스 통과를 못 했고 다른 것들은 소재가 고갈되었다.

지속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시작을 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저것 재시도해 볼만 한 기회도 없었다.

난 주부이고 엄마이니 다들 하는 요리나 청소 인테리어를 해야 한다는데 다 돈과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하고 싶은 내가 즐거운 해도 해도 지겹지 않은 것을 하자니 돈이 들어야만 했다.

남편의 비아냥을 피해서 돈이 들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했다.

더 슬픈 것은 나는 저렇게 마구마구 나 자신을 펼치는 일이 너무너무 스트레스를  주었다.

공부를 하려고 해도 돈이 걸렸고 인터넷 판매를 하려고 해도 돈이 들었다.

이놈의 돈과 시간을 내가 확보해야 하는데 백수인 내가 무슨 능력이 있을까?

이것저것 시도할수록 자존감은 점점 낮아졌다.


시집살이에 시달리고 남편한테 시달리고 나 혼자 푸닥거리를 하는 삶을 살면서

발버둥 칠 때마다 인생역전 같은 성공을 이룬 수많은 엄마사람들의 성공기를

필기하고 배우면서도 나는 왜 더 열심히 더 독하게 가 안 될까 난 왜 시간 확보를 못 할까 자존감을 죽여가며 그래도 해내야 하니 기웃기웃거리기를 2년이 넘어가고 있다.


나의 독립하기는 계속되고 있다.

아직도 삶에 치여서 계획이 늘어지고 있지만 매일 저녁 다시 다짐을 한다.

오늘은 공부를 해야지.

이번 달은 해야지. 이번 달까지 꼭 공부해서 다음 달에는 무조건 도전을 해야지.

지금 당장 하나라도 실천해야지.


먹고 살 것을 만들기 위해서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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