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연애

괜찮아?

by 몽운

선뜻 허락을 받아 오지 못하는 그에게

그동안 뵙지 못했지만 들은 바로 짐작하기에

부모라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를 위로를 했다.


속 된 말로 어릴 때 아버지가 사고사 하시고

집까지 망해 버린 서른이 코 앞인 여자를 반기지 않을 거라고.

평탄하게 굴곡 없이 살아온 배우자를 원할 거라고.

하지만 나를 잘 설명해 드리라고...


이런 헛소리를 내입으로 했다.

엄마에게 6개월만 기다려줘라는 말을 한지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엄마는 서른이 되기 전에 다시 선을 봤으면 하는 눈치셨다.


그의 부모님이 나를 반대하는 기간이 길어졌고

나의 부모님은 딸이 혼사길이 막힐까 봐 급한 마음을 어필했다.

그는 그의 방식으로 나는 나의 방식으로

시간을 끌고 있었다.


그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자

그는 목사님과 지인들에게 공식적으로 나와의 관계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부모님과의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가까이 지냈던 목사님께서는

3억을 들여서 결혼을 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한다고 해도 너랑 결혼을 시키기 싫다고 하시는 것이라고 하셨다.

너를 귀하게 여겨주는 사람을 만나서 이쁜 모습 더 이쁘게 살 수 있는데

왜 힘든 길을 가냐고 하셨다.

너를 지금도 지키지 못하는데 앞으로 그 고난을 어떻게 이겨내려고 하냐고 하셨다.

어버이날은 맞이하여 그의 부모님은 목사님의 설교 말씀까지 빌려가며

효도라는 명목으로 그의 죄책감을 자극했고

우리는 어지러운 일주일의 시간을 보냈다.


그와 인연이 된 후 좋은 시간도 있었지만

나의 존재가 거부당하는 첫 경험은 나에게 굉장한 충격이었다.

나의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렸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아버지가 그렇게 믿었던 그분이 우리 회사를 망하게 해서 본인이 빼돌린 돈으로 자신의 회사를 차릴 때도,

법 아래 모든 걸 증명하여 재판에 이겼으나 또 법이라는 제도 아래 아무것도 못 찾았을 때도,

모든 것이 변해서 하루하루 정신없이 살았을 때에도

괜찮았던 아니,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나의 부모님이 만들어 주신 나의 자존감이

한꺼번에 송두리째 무너져 버렸다.


내 안에 많은 감정이 휘몰아쳤다.

그들을 이해하고 싶었다.

내가 존재만으로 거부당한 이유를 알아야만 했다.

실향민이며 조실부모한 그들이 나를 거부하는 이유를 알아야만 했다.


많은 말이 힘들었고

그런 날들은 우리를 지치게 했다.


어느 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더 이상 기다리기엔 너도 나도 결혼 적령기이고

나는 여자이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더 불리하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는 올 겨울까지만 기다려보자고 했다.


그때의 충격이란.

그럼 겨울까지 기다려보고 허락하시지 않으면 헤어지자는 말 아닌가..?

그럼 나의 시간과 정성은 무엇이란 말인가?

헤어지고 난 후 나의 좌절감이 벌써부터 분노로 다가왔다.


어차피 이런 식이면 또 해가 바뀔 테니 난 못 하겠다고 말한 뒤 차에서 내렸다.

그렇게 우리는 헤어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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