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

요즘 젊은것들

by 몽운

부모님이 보자고 했다는 연락을 받고

처음 든 감정은 허무함이었다.

내가 감사인사를 전하였을 때 왜 그들은 그렇게 했을까?

지금이라도 결혼허락을 감사해야 하는 걸까

지금 이 마음은 도대체 무슨 마음일까

그를 믿고 내 인생을 그려도 되는 걸까

오만가지 복잡 미묘한 감정이 가슴에 올라왔다.


그의 부모님과 약속한 날.

첫인사를 어떻게 드려야 할까

선물은 뭘 준비해야 할까

어느 꽃집에서 어떤 꽃을 맞추어야 할까

분주한 한 주를 보내고 약속된 장소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나를 반대하셨던 사실이 나의 존재, 나의 부모, 나의 삶을 부정당했다는 모멸감 때문인지

한 부분도 트집을 잡히고 싶지 않았다.


미용실을 들려서 외모도 단정히 하고 깔끔한 옷을 골라 입고

깨끗한 구두를 신고 한 손에는 화장품을 한 손에는 꽃바구니를 들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예약된 방에 앉아서 기대 반 두려움 반의 상태로 앉았을 때

방 문이 열리고 그의 부모님들이 들어오셨다.


들어서는 시아버지의 표정을 보는 순간.

아... 이 자리는 나를 보고 싶은 자리가 아니구나...

아들이 원한다고 고집을 부리니 나는 니뜻대로 해주었다를

아들에게 보여주는 자리구나... 를 바로 알 수 있었다.


장례식에 들어서는 듯한 침통한 표정으로 인사도 없이 바닥만 보고 외투를 벗으시는 아버지.

그 뒤를 따라 들어서는 침울한 표정의 어머니.

인사도 없이 외투를 걸고는 자리에서 어색하게 마주 보고 앉게 되었고

그제야 인사를 나누었다.

주문을 하고 이런저런 것을 묻기 시작하셨다.

통성명과 호구조사를 하시고 식사를 하며 여러 가지를 말씀하셨다.

어머님은 내가 가지고 간 선물을 보며

"뭘 이런 걸 다 준비했니? 이쁘긴 한데 나 이런 거 안 좋아해. 돈 아깝지 않니? 나도 젊었을 때는 꽃꽂이도 하고 했는데 그때 시어머님이 뭘 그런 걸 하냐고 했을 때 참 젊은 감성 모르 신다 했는데 나도 나이 들어보니 낭비인 것 같아."라고 하셨다.

그리고는

"내가 권사님께 부탁해서 좋은 자리 많이 마련을 했는데

너랑 만나는 중에 만나니까 잘 되겠니 잘 안 되지. 네가 더 좋다는데 어떡하니. 어쩔 수 없지."

네??

"너희 둘이 좋다고 하니 뭐. 요즘 젊은것들은 어른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잖니? 오늘 하루 봐서 우리가 너를 다 알 수는 없겠지."

네??

"너 만나고는 애가 매일 늦게 들어와서."

네???

.........

그 외에 수도 없는 말들에 네... 네?? 아....라고 대답하고 있는 내가 너무 한심했다.

아는 말이 네밖에 없는 여자였던 건가.. 왜 사실을 말을 못 하고 아닌 것 말을 못 하고 있지?

나 왜 이러지? 이 남자는 귀가 안 들리나 지금 뭐 하고 있지?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난 도대체 왜 이러고 있지?

울컥하는 마음에 눈물이 핑 돌았다.

도망치고 싶었다. 아니 소리치고 싶었다. 이럴 거면 왜 불렀냐고 따지고 싶었다.

가만히 앉아서 트집 잡히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내 모습이 너무 짜증스러웠다.


어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는 식사가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서자 위에서부터 아래로 쭉 훑어보시고

"허리가 너무 가늘다 얘. 너무 말라서 애는 낳겠니?"

"키는 몇이니?"

.............


나는 왜 그 자리에서 당신의 아들과는 밤 11시 이후로 함께 있어본 적이 없다고

일주일에 한 번도 주말에 예배와 성경공부가 끝나야 하기 때문에 밥 먹고 겨우 영화 하나 볼 수 있다고.

당신 아들은 날 만나기 전에도 매일 술을 먹고 새벽에 들어갔었다고.

나는 열심히 살았고 우리 부모님은 나를 아낌없이 소중하게 키워내셨다고

그런 질문은 너무 개인적인 부분이라고.

왜. 나는 왜 말하지 못했을까..?


돌이켜 보면 멈출 수 있는 순간은 많았는데.

이날도, 집에 초대받은 날도, 식전에 엄마와 만났던 날도,

예물 예단을 준비하던 시간도, 집을 계약하던 날도, 혼수를 준비하던 시간도

그 고비고비를 왜 나는 이제야 깨달았을까.

왜 그는 다를 거라고 생각했을까.

그 부모의 닮은꼴이 아이이거늘.

그 남자의 말들을 왜 믿어 주었을까

왜 나는 그가 나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 준다고 생각했을까..


그날의 내가 달랐다면 지금의 나도 조금은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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